[대기업집단 새얼굴/사조] 주지홍 부회장 M&A 주도로 몸집 키워...순환출자·내부거래 해소 등 투명성 제고 시급

2025-05-12     송민규 기자
2025년도 대기업집단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LIG, 대광, 사조, 빗썸, 유코카캐리어스 등 신흥 기업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되며 재계 지형에 변화가 생겼다. 대외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방산·가상자산·해운업이 빛을 봤다. 올해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총 92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었다. 공정위 규제 아래 들어간 이들 기업은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경영이 더욱 요구된다. 주요 신규 지정 기업들의 성장 배경과 경영 현안을 집중 점검한다. [편집자 주]

사조그룹은 지난 1971년 고(故) 주인용 창업주가 창업한 원양어업회사인 시전사를 모태로 한다. 같은해 사명이 사조산업으로 바뀌었고, 1973년에는 참치 어업을 시작했다.

계열사는 모두 40곳이다. 상장사는 원양어업과 식육가공업을 영위하는 사조산업(대표 주진우·김치곤)과 어묵으로 잘 알려진 사조대림(대표 김상훈), 맛살로 잘 알려진 사조오양(박정훈·최동재), 사조씨푸드(대표 김치곤)와 사조동아원(대표 이창주)까지 5곳이다.

비상장사로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사조시스템즈(대표 이인우)와 식자재 업체 푸디스트(대표 박정훈), 전분당 업체 사조CPK(대표 이창주) 등이 있다.

지난해 푸디스트, 사조CPK 등 7개 기업을 무더기로 인수하면서 총자산이 1조4000억 원 늘었고, 올해 4월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됐다.

총자산은 5조2570억 원으로 재계 순위는 88위다. 사조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5조4330억 원이다.

사조그룹 계열사에는 주진우(76) 회장 동생인 고 주진규 푸른그룹 회장 계열의 기업도 포함돼 있다. 푸른그룹은 현재 주진규 회장의 장남 주신홍 대표와 그의 모친인 구혜원 씨 등이 지배하고 있다.

사조그룹이 이번에 총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5월 말 집단현황공시를 통해 계열 구분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된다.
▲사조그룹 주요 계열사 지배구조

◆M&A로 외형 확장, 사조시스템즈 중심의 순환출자 구조...3세 주지홍 부회장 승계 마쳐

주진우 회장은 지난 1978년 뇌일혈로 타계한 주인용 창업주의 뒤를 이어 2세 경영을 시작했다. 이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그룹 덩치를 키웠다.

1985년 사조식품을 시작으로 2002년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 2004년 캐슬렉스 제주 골프장과 청태개발(현 사조시스템즈), 신동방 유지부문(사조해표)을 인수했다. 이어 2006년 대림수산 (현 대림수산), 2007년 오양수산(현 사조오양), 2016년 동아원(현 사조동아원)도 잇달아 사들였다. 2019년에는 화인코리아(현 사조원·대표 이창우)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인그리디언코리아(현 사조CPK), 푸디스트 등 7개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주지홍 사조그룹 부회장
지난해 이뤄진 M&A는 3세 주지홍(48) 부회장이 주도했다. 주 부회장은 지난해 6월 푸디스트 인수 당시 2024년 매출 6조 원의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은 약 6000억 원가량 차이로 실패했다.

골프장 등 일부 계열을 제외하고 대체로 식품사 중심의 M&A로 덩치를 키운 사조그룹은 사조시스템즈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순환출자 고리를 지닌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씨푸드→사조대림→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오양→사조원→사조시스템즈 ▲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사조원→사조시스템즈 등이 대표적이다.

사조산업은 사조시스템즈 외에도 사조오양과 상호출자 관계가 있다. 사조산업→사조씨푸드→사조오양→사조산업 등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주 부회장이 57.32%로 최대주주다. 주 회장의 지분율은 8.8%에 불과하다. 사조그룹은 사실상 3세로의 승계가 완료된 상황이다.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사조산업도 사조시스템즈와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이 67.44% 지분을 보유했다. 사조시스템즈와 오너 일가들이 보유한 지분만 52.86%에 달해 순환출자 구조와 별개로 지배구조는 안정적이다.

◆3세 승계 과정서 잡음 무성...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소액주주 마찰 등 과제

주지홍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위를 갖기 까지 그룹에선 내부거래, 합병, 자사주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주 회장은 사조산업 지분 15%를 지난 2015년과 2016년 사조시스템즈에 판매했고, 2015년 말에는 사조시스템즈와 사조인터내셔널이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사조산업 지분 6.78%도 사조시스템즈 소유가 됐다.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016년 23.75%로 높아졌다.

이후 사조시스템즈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13번에 걸쳐 사조산업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2023년 12월 1.6%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도했고, 지난해 8월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지분율을 0.72%포인트 높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조그룹 오너 일가가 내부거래로 사조시스템즈를 키우고 사조산업 지배력을 확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산, 부동산임대업, 상표권을 주 수입으로 하는 사조시스템즈는 지난해 매출 179억 원 중 101억 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내부거래비중은 56.6%이고 전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사조시스템즈 합병 전인 2014년 출장 중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차남 주제홍 씨의 지분 53.3%를 상속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있었다.

주 부회장은 상속세를 내기 위해 일부 지분을 사조산업에 매각했고 상속세 일부는 주식으로 물납했다. 물납한 사조시스템즈 주식은 주식 경매가 5차례 유찰됐고, 2년 후 6차 입찰에서 사조시스템즈가 주 부회장을 대신해 자사주로 27억 원에 싸게 매입했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사조그룹은 당장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할 의무는 없다. 순환출자해소 의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2025년 기준 자산 11조6000억 원 이상)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배구조, 내부거래 등이 의무공시가 되면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필요는 있다.

당장 내부거래비중이 50%를 훌쩍 넘는 사조시스템즈만 해도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오너 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계열사의 경우 시장 가격이나 조건에 비해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진 게 발각되면 규제를 받는다.

승계과정에서 발생한 소액주주 연합과의 마찰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사조그룹 상장사 소액주주들은 “변칙적 상속을 위해 비이성적으로 저평가된 회사의 자산가치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회사와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사조그룹은 자본잠식 상태인 캐슬렉스 제주 골프장을 캐슬렉스 서울 골프장과 합병하려 했다가 소액주주들의 집단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2022년에는 사조오양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감사위원이 되는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주총에서 선임됐다.

사조그룹은 이후 상장사의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해당 회사의 지배주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3% 룰’을 우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소액주주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사조그룹 측은 “지배구조 안정화 목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소액주주연대는 21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주 회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송종국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현재 사조그룹 기업 가치엔 여전히 상속증여 문제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며 "주진우 회장이 사조산업 대표로 돌아왔다고 해도 주 회장이 그동안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해오면서 보여줬던 승계와 상속이 우선되는 기업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