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0년' 한국금융지주 자기자본 8배, 총자산 22배 증가…김남구 회장, 보험업 진출로 성공신화 2막 쓸까?
2025-05-15 이철호 기자
증권업계 7위 권에 머물던 동원증권을 이끌던 김남구 회장은 공격적 M&A를 통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 냈다.
출범 당시인 2005년 12월 말 연결기준 1조1488억 원 규모였던 한국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12월 말 9조7345억 원으로 747.4% 증가했다. 총자산 규모 역시 2025년 12월 말 4조8012억 원에서 2024년 12월 말 109조2202억 원으로 2174.9% 늘었다.
'참치신화'를 쓴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회장은 1991년 동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 명동지점 대리로 입사해 증권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3년 동원그룹에서 금융부문을 분리하면서 동원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지난 2004년 동원그룹 계열 분리 당시 동원금융그룹(現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공정자산 규모는 2조1482억 원으로 금융부문을 제외한 동원그룹 공정자산(3조1057억 원)보다 약 1조 원 가량 적은 상태로 출발했다.
계열 분리 이후 김 회장이 처음 단행한 승부수는 지난 2005년 6월 단행된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증권(現 한국투자증권)의 합병이었다.
합병 직전이었던 2005년 3월 말 기준 자기자본 5822억 원으로 업계 7위였던 동원증권은 자기자본 4318억 원 규모의 10위 증권사 한국투자증권 인수에 나섰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인수금액으로 5412억 원을 베팅했고 2005년 6월, 자기자본 1조512억 원 규모의 업계 6위 증권사인 통합 한국투자증권이 탄생했다.
통합 한국투자증권 출범으로 동원금융지주도 현재 이름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증권 지주사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 합병 이후 자기자본 6위 머물던 한투증권, M&A 대신 자본 확충으로 톱티어 도약
김 회장은 자기자본 기준 6위에 머물던 주력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의 외형 확대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그러나 KDB대우증권(現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現 KB증권) 인수전에서 경쟁사에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후 김 회장은 방향을 틀어 M&A 대신 자본 확충을 통한 외형 성장에 집중했다. 지난 2016년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육성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그해 11월 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초대형 IB 자격 요건을 갖췄고 이듬해 11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지정 및 발행어음 단독인가 직후 김 회장은 "초대형 IB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초대형 투자은행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모델을 찾아 한국투자증권만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 확대, 부동산금융·대체투자 강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주력했다. 또한 2019~2024년 사이 4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 규모를 2017년 4조2418억 원에서 지난해 9조3169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자기자본 기준 국내 2위 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은행이 없는 증권지주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카카오뱅크 주요 주주사로서 참여도 한국금융지주의 성장에 기폭제가 됐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시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참여했고 이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총 6700억 원을 투입하며 카카오뱅크의 초반 성장에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27.16%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내려왔지만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증권은 ▲증권계좌 제휴서비스 ▲금융투자상품 특판 판매 ▲퇴직연금 IRP 계좌개설 제휴 등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2대 주주로서 카카오뱅크 실적에 따라 지분법 이익도 쏠쏠하다.
주력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도약과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 비증권계열사 확대 전략에 힘입어 계열분리 직전이었던 2003년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공정자산은 2조1482억 원에서 21년이 지난 2024년 기준 14조6490억 원으로 약 6.8배 커졌다.
같은 기간 동원그룹의 공정자산도 3조1057억 원에서 8조8940억 원으로 약 2.9배 늘었다. 계열분리 전에는 김남구 회장 중심의 한국금융지주가 동원그룹에 외형에서 밀렸지만 현재는 한국금융지주가 공정자산 기준 2배 가까이 더 성장한 셈이다.
◆ 브로커리지·기업금융 등 균등한 수익구조 구축... 10년 간 순이익 1위 6번 차지
핵심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 주요 사업 부문이 균등한 수익구조를 구축하면서 한국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는 브로커리지와 기업금융이 강한 동원증권과 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인 한국투자증권이 만난 결과물이다. 김 회장 역시 합병 당시부터 지금까지 기업금융(IB)과 자산관리(AM)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최근 3년 간 한국투자증권의 부문별 수익 내 비중을 살펴보면 브로커리지·AM 등 리테일 부문의 3년 평균 수익 비중이 27.9%, IB 부문은 29.4%, 트레이딩 부문은 26.2%다. 각 부문의 수익 비중이 균등한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증시 및 금융환경에 따라 각 사업부문별로 수익 지표의 유동성이 큰 증권업 특성을 감안해 균등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 변동성을 최소화 한다는 전략이었다.
부문별 고른 수익 비중에 힘입어 한국투자증권은 변동성이 큰 증권시장에서도 가장 견고한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10년 간 자기자본 기준 국내 10대 증권사 당기순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은 10년 중 6년 간 국내 증권사 순이익 1위를 차지했다. 라이벌인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합병 직후인 2015년과 2020년 두 번만 1위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합병 당시 동원증권은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IB 부문에서 강세였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점이 있었다"며 "합병 후 각자의 강점에 대해 화학적 융합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균형 잡힌 사업 모델 아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지주사 수익 구조 다변화 과제…보험업 진출, IMA 사업 인가 추진
다만 수익의 대부분이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한국금융지주의 오랜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해 한국금융지주의 영업수익은 연결기준 21조1741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수익은 18조8367억 원이었다. 한국금융지주 수익의 89%가 한국투자증권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한국금융지주는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보험사 인수 계획에 대해 "여러 검토 사항 중 하나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형급 이상 보험사 매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금융지주가 보험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소형사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을 비롯해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거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現 신한EZ손해보험), 더케이손해보험(現 하나손해보험) 인수 사례처럼 금융지주사의 중소형 보험사 인수 후에도 별다른 이득을 거두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업 확장을 위해 충분한 고객 규모를 갖춘 중대형 보험사 인수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 측은 보험업 진출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의 IMA(종합투자계좌) 사업 진출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IMA는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원금지급형 상품으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신청 요건을 갖춘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이 하반기 중 IMA 인가 신청을 선언한 가운데 발행어음 최대 운용사인 한국투자증권도 IMA 사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투자증권은 IMA 관련 부서를 통해 사업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의 발행어음보다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해지는 IMA 사업 진출, 보험사 인수 등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이전부터 불완전판매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내부통제 강화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