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강석훈 회장 임기 만료에 대선 겹쳐 리더십 장기 공백 우려...본점 부산 이전·HMM 매각 등 차질 예상
2025-05-13 박인철 기자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의 임기만료가 눈앞에 다가오고 대통령 선거와 겹치면서 차기 회장선임 때까지 장기간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본점 부산 이전과 HMM 매각, 내부통제 강화 등 주요 현안에 차질이 예상되는데, 특히 본점 이전 등 강 회장이 주도한 일부 프로젝트는 무산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 동안 산업은행 회장은 주로 정치권 입김을 통해 임명된 전례를 감안하면 대선을 치른 뒤에 차기 회장 선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6월 산업은행 회장으로 부임한 강 회장의 임기는 내달 6일 만료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회장 임명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연임 제한 규정은 없으나 6월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산업은행 본사
산업은행은 강 회장 체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산적하다. 본점 부산 이전 문제가 대표적이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대통령 국정 과제라는 점에서 강 회장은 취임 후 끊임 없이 밀어부쳤다. 본점 소재지 이전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했음에도 지난해 9월 부산에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비상 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강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본점 부산 이전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더욱이 이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실현 가능성 자체가 모호해진 상황이다. 차기 대선 후보들이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측은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HMM 매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점도 차기 회장의 몫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당시 우선 협상자로 지정됐던 하림이 인수자금 조달 등의 문제로 인수를 포기했다. 산업은행은 HMM 대주주로 매각에 적극 나섰으나 하림이 포기하면서 13조 원의 지분가치를 감당할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아졌다. 해운산업 호황으로 HMM 몸값이 지속 커지고 있고 국적 해운사라 해외 기업에 넘기는 것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발 관세전쟁으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산업은행의 자금 공급 여력이 빠르게 줄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3.9%다. 14%대를 지키다 연말 들어 금융당국 권고치인 13%대까지 내려왔다. HMM 등 보유 지분을 처분해 감소율을 낮추려 하지만 매각 시점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내부통제 관리도 아쉬운 모습이다. 지난 3월 감사원의 '산업은행 정책자금 운용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부당대출, 채용 청탁 등의 총 20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적발됐다. 이중 한 지점장은 브로커와 결탁해 여러 기업의 추정 매출액을 부풀리고 기존 대출액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대신 해당 기업들에 자신의 자녀를 채용해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내부 감사에서 이 지점장이 6번이나 여신 규정 위반을 위반한 것을 확인했으나 인사 기록에 남지 않는 주의 조치만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강 회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경영과제로 강조했음에도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산업은행이 정부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정책금융기관이고 업무의 투명성이나 신뢰 확보가 시중은행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내부통제 실패 이슈는 뼈아프다. 공정성과 신뢰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한 사항에 대해선 기간 내 조치 완료하고 동일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책은행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