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올해 영업익 4배 이상 급증 전망...고부가 선박 인도 본격화, 방산·해양플랜트 급성장
2025-05-15 이범희 기자
지난 2023년 이후 수익성 중심 전략에 따라 확보한 고선가 LNG 운반선과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등이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에 본격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한화오션의 매출은 12조7666억 원, 영업이익은 9967억 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각각 18.5%, 318.9%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실적 역시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한화오션은 1분기 매출 3조1431억 원, 영업이익 2586억 원을 기록해 각각 38%, 388.8% 증가했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인도 시점 도래다. 수주산업 특성상 실적은 계약 후 2~3년이 지나 인도 시점에서 반영되며 현재 매출로 잡히는 선박의 상당수는 2021~2022년 사이에 수주된 저마진 물량들이다. 당시에는 수익성보다 수주량 확대가 중심이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2023년 이후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한 한화오션은 초고가 선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왔다. 다올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의 고수익 선박 비중이 올해 4분기에 전체 수주의 82%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다. 저마진 물량은 거의 전량 소거되면서 상선 이익만 4분기에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한화오션의 수주 잔고는 약 30조4000억 원으로 연 매출 대비 약 2.8배 규모다. NICE신용평가는 “수익성 높은 상선 매출이 중단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화오션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은 최근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화오션은 수주 확대를 위한 투자와 영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에버그린으로부터 2만4000TEU(20피트 컨테이너 2만4000개 수용 가능)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약 2조3300억 원 규모)을 수주했으며 지난달엔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VLCC 2척을 3710억 원에 수주했다. 첨단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이들 선박은 이중연료 추진, 축발전기, 공기윤활 시스템 등을 갖췄다.
방산 분야에서도 군수지원함(AOE-II), 차기 구축함(KDDX) 등 고마진 사업을 확보하며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AOE-II는 기존 천지급 대비 2.3배 이상 확대된 1만 톤 적재능력과 향상된 기동성으로 해군 작전지속능력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최근 플로팅도크와 크레인에 6000억 원을 투자해 상선 연간 건조능력을 기존 36척에서 40~41척으로, 해양플랜트는 1~2기에서 3~4기로 확대키로 했다.
글로벌 투자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열린 ‘2025 셀렉트USA 투자 서밋’에 참석해 미국 조선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행사는 미국 상무부 주최의 최대 투자 유치 행사로 올해는 조선 산업 투자가 주요 의제로 부각되며 별도 라운드테이블도 마련됐다.
앞서 한화그룹은 작년 말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약 1억 달러(한화 약 1450억 원)에 인수하며 미국 내 조선소를 확보했다.
인수는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이를 통해 미국 해군 함정 및 유지·보수(MRO) 사업뿐 아니라 LNG 운반선과 같은 고부가 선박 분야에서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는 생산 능력이 연간 1~1.5척 수준인 필리조선소의 역량을 향후 4척 수준으로 확대하고 LNG 운반선 전용 도크 신설을 위한 인근 부지 확보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다. 전체 선대 2829척 중 LNG 운반선은 단 1척에 불과하며 해당 선박도 프랑스산이다. 미국산 배만 미국 내 항구를 오갈 수 있다는 자국 조선업 보호 법률인 존스법이 100년 넘게 지속되면서 굳이 배를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LNG 운반선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 해군 함정과 유지·정비·보수(MRO) 사업 이외에도 한국 조선업체가 선도하는 LNG 운반선 등으로 협력 확대가 시급해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존스법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조선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격차 해소에 나설 방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