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2년 연속 줄인 삼성전기, 올해는 전장·AI 중심 설비투자 확대 추진...올 1분기에 현금 5000억 추가 확보
2025-05-15 선다혜 기자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에만 차입금을 통해 5000억 원의 현금을 조달하는 등 유동성을 충분히 확충한 상황이며 이를 통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공장과 고부가기판공장의 증설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의 설비투자액은 612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39.9% 감소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투자를 줄이면서 지난해 투자액은 2022년에 비하면 4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 사이에 설비투자액이 2배 이상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스마트폰과 PC 등 IT 제품 수요 감소, 주력 제품인 MLCC와 카메라모듈 재고 과잉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고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수요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이 크게 회복됐고 올해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설비투자도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삼성전기의 매출은 2021년 9조6750억 원에서 2023년 8조원 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반등해 10조 원을 넘겼고, 올해는 11조 원 돌파가 예상된다.
2021년 1조4868억 원에서 2023년 6605억 원으로 줄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350억 원으로 3년 만에 반등했고 올해는 8739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올해부터 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등 주요 응용처 수요 회복 지연 등 반영해 당초 계획 대비 감축 진행했다”면서 “올해는 2025년은 전장용 MLCC 해외 캐파 증설 차세대 기술 확보 등 전년 대비 확대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우선 지난 2월 필리핀 칼람바 소재 MLCC 공장 증설을 확정하고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낸 상황이다. 공사는 올해 4분기 착공해 2027년 3월 준공할 예정이며, 이후 훅업(Hook-up) 공정을 거쳐 2027년 내 양산, 2028년 본격 양산이 목표다.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차량용 MLCC 1000억개 이상을 생산하게 된다.
이외에도 AI 서버·고성능 컴퓨팅(HPC)과 전장 부문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고부가 기판 생산라인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AI 등 고부가 기판 생산공장을 부산과 베트남에 보유하고 있다. 서버용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와 유리기판 등 고부가가치 기판 기술 고도화를 통해 차세대 전자부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기는 설비투자 확대를 위해 올 들어 현금도 쌓은 상태다.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조542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5290억 원) 증가했다.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을 4208억 원 늘렸다.
지난해 실적 개선이 이뤄진 것도 설비투자 확대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전장·AI 서버용 고부가 MLCC 비중 확대와 함께 FCBGA 매출이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영업이익은 73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설비투자 감소에도 삼성전기의 연구개발비는 증가 추세를 이어왔다. 최근 5년간 삼성전기 연구개발비는 4605억 원에서 6663억 원으로 연평균 11%씩 증가했다. 2023년에만 소폭 감소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20년 5.9%에서 2024년 6.5%로 높아졌다.
특히 지난해에는 ADAS용 초고용량 전장품을 최초로 개발하며 고부가 전장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서버향 초고용량 MLCC, 네트워크용 고성능 패키지 기판 등을 개발해 커지는 시장에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