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비 바가지, 주문 취소, 묵은 재고 판매...성수기 에어컨 구매 호갱 안되려면?
4월~9월, 민원 90% 육박
2025-05-15 정은영 기자
#사례2 경기 김포시에 사는 박 모(여)씨는 가전양판점에서 지난 4월에 산 벽걸이에어컨의 제조일자가 2022년이라며 황당해했다. 박 씨는 에어컨 리모컨 문제로 상품코드를 살펴보던 중 제조일자가 2022년으로 표기된 것을 발견했다. 박 씨는 "2025년인데 3년 전 상품을 안내도 없이 설치한 건 재고떨이"라며 기막혀했다.
#사례3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5월 가전업체 온라인스토어에서 에어컨을 구매해 설치했다. 박 씨는 우연히 해당 제품이 2022년 5월에 제조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업체 측에 항의하자 제조연월일이 오래돼 50% 할인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사이트 어디에도 2022년 제조된 묵은 제품이라는 말이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4 경기 화성시에 사는 이 모(여)씨는 에어컨 전문판매업체와 약 한 달 뒤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설치를 나흘 앞두고 제품 수급이 안 돼 일정을 두 달 뒤로 연기해야 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 씨가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업체 측은 계약금 환불까지 한 달여가 걸린다고 해 화를 돋웠다. 그는 "계약을 어긴 건 판매업체인데 왜 계약금마저 바로 받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사례5 경기 화성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시스템에어컨 설치 후 더위가 시작되면서 처음 가동했는데 에러가 나 골치를 썩고 있다. 가전업체에 문의했으나 해당 에러코드는 '시공 과실'이라며 설치업체와 협의하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설치업자는 전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 김 씨는 "사이트에는 5년 무상 AS 해준다고 돼 있는데 전혀 지켜지질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사례6 서울 중랑구에 사는 이 모(여)씨는 오픈마켓에서 에어컨을 구매하며 상세기능에 '스마트폰 제어기능'이 있는 제품을 구매했다. 설치 후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없어 제조사에 문의하니 이 씨가 구매한 모델에는 도입되지 않았다고. 유료 옵션으로 모뎀을 설치해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이 씨는 "스마트 제어기능 때문에 선택했는데 이용할 수 없는 모델이라니 황당하다"며 "업체 과실인데 반품비까지 물어야 한다"며 사기라고 꼬집었다.
# 사례7 중고 전남 광양에 사는 서 모(남)씨는 사설업체에 에어컨 청소를 맡긴 후 고장났으나 아무러 보상도 받지 못해 억울해했다. 에어컨 청소 후 LED화면이 작동하지 않아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수리 받았다. 기사는 "청소업체에서 내부 케이블을 잘못 연결해 문제가 생겼다"며 "내부도 곰팡이가 피어있는 등 청소한 게 맞느냐"고 말했다. 서 씨는 "청소업체에 보상을 요구했으나 연락이 두절됐다"며 답답해했다.
# 사례8 서울 양천구에 사는 오 모(남)씨는 오픈마켓에서 130만 원 상당 에어컨을 구매했다가 설치비로 업체와 갈등을 빚었다. 집 구조상 기본 설치비로 충분히 가능할 줄 알았으나 현장에 온 기사는 '설치 환경이 어렵다'며 60~7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했다. 반품하겠다고 하자 반품비 5만 원을 현금으로 요구해 지불했다. 오 씨는 "상세 페이지를 아무리 봐도 그 정도 설치비가 발생할 수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에어컨 관련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몰에서 에어컨 가격을 고려해 구매했으나 설치비가 과도하게 나와 덤터기를 썼다거나 배송예정일이 지나도록 받지 못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해 동안 제기된 에어컨 민원 집계 결과 한여름인 7월~9월에 연간 민원의 54.9%, 4월~6월에 26.6%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부터는 에어컨 수리 지연이나 고장 등에 대한 내용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4~6월에는 에어컨을 미리 장만하려는 소비자들로 인해 구매시 발생하는 ▲과도한 설치비 ▲배송지연 ▲결제 후 연락두절 ▲다른 모델 설치 등에 대한 문제가 주를 이뤘다. 에어컨 사용 전 청소를 맡겼다가 고장나거나 파손된 사례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 공식몰보다는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한 경우 설치비로 갈등을 빚는 일이 잦았다. 온라인몰 업체들도 상세페이지에 설치비용을 고지하긴하나 현장에서 에어컨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많은 추가 비용이 부과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은 가격 등 요소를 고려해 구매를 결정했는데 과도한 설치비로 더 비싸게 샀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온라인몰에서 구매 시 배송예정일을 확인했음에도 재고 확보나 제조사 생산일정 등 문제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데 따른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지연 문제가 대다수이긴 하나 돌연 주문을 취소해놓고 가격을 올려 파는 경우도 꾸준하게 지적된다.
◆ 공식 인증 판매점 확인, 설치비 사전 조율로 피해 예방
오픈마켓에서 구매해 사설 설치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제조사로부터 구제가 어려우므로 ▲공식 인증점 여부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사전에 ▲기본 설치비와 추가 설치비 등 각 항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설치기사와 설치 장소와 비용에 대해 사전에 논의를 거치는 것이 현명하고, 이때는 문자메시지 등으로 증거를 남겨 놓는 것이 추후 분쟁 발생 시 유리하다. ▲설치 하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계약서 등에 보상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설치 후에는 바로 가동해서 문제가 없는지도 점검한다.
▲온라인몰에서 구매 시 배송지연 등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구매하기 전 '이용후기'나 '평균 배송기간' 등을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판매업체에서 ‘최신형 에어컨’이라고 해도 실제 모델명을 검색해 출시일 등을 확인해야 한다. 상세 기능이나 스펙 등도 제조사 공식몰에서 찾아보는 게 정확하다.
또한 소비자가 구매한 온라인몰 할당 재고가 소진됐다며 ▲별도 온라인몰로 유인해 구매를 유도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계좌이체 등으로 결제만 받고 사이트를 닫는 사기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쿠팡, 11번가 등 대다수 온라인쇼핑몰들은 소비자 민원 발생 시 사실 관계 확인 후 유동적으로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가전업체와 양판점들은 통상적으로 제조된 지 3년 이상 된 제품은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LG전자는 "자사몰에서는 제조된 지 3~4년 된 제품은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며 "보통 1년 이내에 생산된 제품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통상적으로 제조한 지 3년 이상 된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에는 제조년월이 오래된 상품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 경우 제조일자를 명시해 판매하므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