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美 약가 인하·관세 영향 없어"...매출 전망치 5조 유지

2025-05-15     정현철 기자
”셀트리온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및 약가 인하 정책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어. 정책 변화는 위기가 아닌 기회.“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15일 오전 온라인간담회를 갖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의약품 정책 변화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간담회는 최근 관세 및 의약품 가격 인하 등 트럼프 행정부 발표가 셀트리온을 포함한 국내 제약업계에 과도한 불확실성으로 인식돼, 정확한 정보 전달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됐다.

서 회장은 미국 의약품 유통구조 특성상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셀트리온이 받을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 회장은 “전 세계에서 미국만이 PBM(처방약급여관리업체), 사보험, 공보험, 도매상, 약국, GPO(병원연합그룹)이 존재하는 유통 구조로 돼 있는데, 제약사들이 정한 웩 프라이스(제조사 책정가)를 PBM사가 차감하는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 마진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PBM사와 협상하고 보험사, 전문약국(SP) 등으로 판매 협상이 이루어지는 수직적 구조에서 실제 병원이나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오리지널 대비 시밀러 제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리지널은 책정가 대비 55%~65% 인하된 수준으로 수익을 얻는 반면 시밀러는 최소 85% 인하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대부분 수익을 얻게 된다.
이번 트럼프의 약가 인하 정책은 이러한 유통 구조를 개선에 초점을 맞춰 셀트리온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시밀러 매출 중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나온다. 유럽은 정부와 직접 약가 협상하는데 셀트리온은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발표된 바이오시밀러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책 변화 내용으로 셀트리온 사업에 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생겼다. 대규모 임상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되는 임상 3상 없이 임상 1상 데이터에서 오리지널과 구조적, 기능적 유사성을 입증하면 품목허가가 가능하다는 게 정책 변화 골자다.

서 회장은 “당초 책정한 R&D 예산 범위 내에서 2030년까지 총 23개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 2033년 34개, 2038년 총 40개 제품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2030년 22개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 계획에서 내용이 추가됐다.

인허가 절차 간소화에 따른 시밀러 경쟁 과다 우려에 대해선 “임상 1상에서 안전성, 동등·유효성 등을 모두 보증해야 하는데 R&D 역량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또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현지 유통 파트너사를 두고 판매할 만큼 마진이 보장되지 않아 직판망을 갖추지 않은 회사가 진입하기 어렵다. 셀트리온이 유리한 포지션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미국 의약품 유통구조상 시밀러 출시에도 (환자 부담 가격 측면에서 큰 이점이 없어)오리지널 점유율이 높은데, 정책 변화로 구조가 바뀌면 셀트리온이 경쟁하기 유리한 환경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적다는 점을 들어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전망치를 기존에 밝힌 약 5조 원으로 유지했다. 짐펜트라가 미국에서 기대치 대비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매출 전망을 기존 7000억 원에서 3500억 원으로 수정했음에도, 하반기 신규 출시될 제품군이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 회장은 “PBM사와 계약 이후 곧바로 보험사 리스트에 등재될 줄 알았는데 PBM 협력업체와 계약 후 PBM 본사, 보험사 등 협상하는 과정이 8~9개월 된다. 회사가 예상한 기간보다 늦어지고 있다. 보험사 등재 이후 짐펜트라 성장세는 유럽에서 보여준 것처럼 높아질 것”이라며 다른 매출 증가 요인이 있다고 언급했다. 셀트리온은 올 하반기 △옴리클로 △아이덴젤트 △앱토즈마 △스토보클로&오센벨트 등 신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서 회장은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등은 현지에 최소 15개월~21개월치 재고를 준비해둔 상황으로 2026년 말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원료는 국내에서 병입 공정은 미국과 유럽 현지 CMO(위탁생산) 업체와 계약돼 있는데 파트너사와 장기 계약이 돼 있다. 이러한 생산 방식으로 관세 정책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해서 주주환원 정책을 지속하겠다며 주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셀트리온 주가는 연초 18만 원대에서 최근 15만 원선으로 낮아졌다.

서 회장은 “에비따(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의 1/3 이상은 주주환원을 약속한 만큼 계속 자사주 취득을 이어가겠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구입한 자사주 1640만 주 중 840만 주는 이미 소각했고 나머지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재원으로 갖고 있다. 향후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분기별 원가율은 1분기 47%에서 4분기 30%대 전후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그룹 합병 관련 원가율이 높은 재고 문제가 해소되는 등으로 올해 에비따 전망치는 1조8000억 원에서 2조2000억 원 사이다. 약 7000억 원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7월 중순 매출 전망치를 예고하고 8월에 발표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 강화 방안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