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인터넷 먹통으로 피 마르는데...해지하려면 위약금 내라고?

업체 귀책 시에만 위면해지 적용

2025-05-20     정은영 기자
#사례1 경기도 평택시에 거주하는 유 모(남)씨는 집에만 들어오면 휴대전화 데이터 수신이 안 돼 메신저도 쓸 수 없다고 토로했다. 수리차 방문한 SK텔레콤 AS 기사는 해당 지역은 원래 수신율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중계기도 설치했는데 사정은 그대로다. 고객센터에 여러 번 문의해도 해결 방법이 없다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2 전북 익산시에 사는 한 모(남)씨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한 후 전화가 터지지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씨에 따르면 가족 모두 KT를 이용하고 있는데 집에만 오면 먹통이 돼 통신사에 여러 번 민원을 제기했으나 달라진 게 없었다고. 그는 "고객센터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통신사 이동을 하려 했으나 위약금이 발목을 잡았다"고 호소했다.

#사례3 부산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2월 이사한 아파트의 방, 현관, 계단 등에서 통화나 인터넷 연결이 끊겨 불편을 겪었다. 통신사에서는 중계기를 집안에 설치하면 된다고 제안했으나 갓난아기가 있어 거절했다고. 업체 측은 외부 설치는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요금 일부 감면을 제안했으나 김 씨는 해지를 요구한 상태다. 그는 "매번 집에 가면 전화가 되지 않아 가족이나 회사로부터 오는 급한 연락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스마트폰 통화 품질이 떨어지거나 데이터 사용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해지 시 위약금 면제 사유로 인정되기 쉽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각 통신사는 회사의 귀책사유가 아닌, 거주지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일 경우엔 해지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20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집이나 직장에서 스마트폰 통화나 무선 데이터가 끊기거나 먹통이 되기 일쑤라 정상적인 이용이 불가하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급한 연락을 받지 못할까 불안을 호소했다. 통신사에 해결을 요구해도 "건물 특성상 음영지역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손을 놔 갈등이 빈번하다. 중계기를 설치해도 해결되지 않는데, 해지하려 하면 위약금을 부담해야 해 소비자와 업체 간 충돌이 잦다.

통신사 이용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통화나 무선 데이터 품질 불량 시 해지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조건이 붙는다. 
 
각 통신사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고객이 통화 품질 불량 사유로 신규 가입일로부터 14일 내에 해지할 경우엔 위약금이 면제되거나 감면된다. 신규 가입일 14일 이후라도 회사의 귀책사유로 해지할 경우에는 위약금 면제 대상이 된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도 이 경우 가입 △14일 이내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가입 15일 이후부터 6개월 이내에는 위약금 및 할인반환금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해지신청 직전 1개월 기본료는 50% 감면된다. △가입한 지 6개월이 지났다면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통화품질 불량을 통지한 때부터 1개월 이내에 사업자가 개선을 완료하지 않는 경우 위약금 및 할인반환금 없이 해지할 수 있다. 

다만 통신사 이용약관이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모두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통신사는 이용약관에서 거주 지역의 통신망 자체에 문제가 있어 소비자가 해지를 원할 때는 위약금 면제 사유로 적용하지 않는다. 위 두 번째 사례인 한 씨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해당 지역은 통신 3사 모두 동일하게 통신 품질 불량 민원이 발생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 문제로 중계기 설치 등이 불가한 경우에도 위약금 면제 대상이 아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불가항력(천재지변 등)이나 업체의 사전 고지(회선공사 등), 소비자의 고의·과실로 인해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지·장애시간 계산에서 제외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위면조항과 관련해 "소비자의 귀책이 없고 해당 지역 전체적으로 통신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 통신사가 손해 배상을 해야할 수도 있지만 금액은 굉장히 적다"며 "이동통신 장애가 시간 단위로 생기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전파 수신율이 안 좋은데 아파트 입주민 회의에서 추가 중계기 설치를 반대한다면 통신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라고 봤다.

KT 측은 "위 사례는 외부환경으로 인한 신호 장애로 발생한 사안이어서 즉각적인 외부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이라면서 "고객에게 천공 없이 중계기를 설치하는 방식을 제안해 동의를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 귀책 사항이 아닌 외부환경 등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위약금이 면제되지 않지만,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해결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실내에서 통화나 인터넷 품질이 좋지 않을 땐 중계기를 교환하는 등 조처한다"며 "관련 민원이 들어올 땐 최선을 다해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아파트 같은 경우엔 베란다 등 외부에서 전파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파트 구조가 복잡하다거나 도심지랑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전파가 잘 안 잡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건물 내에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중계기를 설치하려면 건물주나 입주자 대표 협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협상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통신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통신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있으므로 통화나 인터넷 품질이 좋지 않을 때에는 충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만약 추가적인 조치를 취했으나 극복이 안 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위약금 등의) 책임을 물리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