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뺨치는 지상파 선정성 논란, 기준은?

2008-02-12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지상파가 과감해지고 있다. 90년대에 들어서야 키스신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한 TV드라마는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며 최근 케이블TV 못지않게 논란을 낳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행복합니다’ 10일 방송은 탤런트 이휘향의 가슴노출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홍콩의 고급 마사지샵에서 누워 마사지를 받는 장면에서 엎드린 채로 가슴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편집의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별 의도없이 그냥 내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의 적나라한 장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넘길 수도 있지만 지상파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케했다. 최근 드라마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일부러 과감한 베드신을 넣는 경우도 많다. KBS 월화드라마 ‘못된 사랑’은 첫 회부터 권상우와 차예련의 베드신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지상파 방송이 수위 높은 장면으로 민망하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교양프로그램도 소재 선택, 재연 등에서 선정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방송위원회 지상파 심의 현황에 따르면 제재 사유 중 선정성은 2005년에 2건에서 2006년에는 6건으로 늘었다. 케이블TV가 선정성으로 제재를 받은 것이 2006년 19건이나 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지만 지상파는 전파의 특성상 케이블TV와는 엄연히 다른 잣대가 요구된다. 이는 지난 1월 KBS ‘폭소클럽’에 출연한 개그우먼 곽현화의 과감한 의상이 논란이 된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상파의 선정성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키스신은 1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류의 규정이라도 있는 걸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No’이다. 선정성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기준은 없다. 방송심의규정 제34조(성표현) 1항을 보면 ‘방송은 부도덕하거나 건전치 못한 남녀관계를 주된 내용으로 다뤄서는 아니 되며, 내용 전개상 불필요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다소 추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기준이지만 방송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며 매 상황마다 적절한 판단을 내린다.

물론 선정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 ‘행복합니다’의 노출 장면도 별 일 아니라고 보는 시청자 의견도 눈에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내용과 상관없이 그거 눈요기용으로 시도하는 과감함은 안방 시청자를 민망하게 할 뿐이다. 키스신 하나에도 민망해하는 ‘촌스러운’ 시청자가 아직도 많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