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인적분할로 로직스 수주 리스크 해소...그룹 지배구조 영향·에피스 상장설 일축

2025-05-22     정현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존림)는 인적분할에 대해 주요 사업인 위탁개발생산(CDMO)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대표 김경아)의 바이오의약품 개발ㆍ판매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시장으로부터 각 사업에 대한 온전한 가치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불거진 그룹 지배구조 개편설 및 자회사 상장설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순ㆍ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이하 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신설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이날 온라인설명회를 개최하고 분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발표는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 경영지원센터 부사장,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부사장이 맡았다.

발표에 따르면 우선 분할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로직스의 CDMO 사업 수주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 부사장은 “관세, 약가 인하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CDMO 사업 성장 모멘텀 유지를 위해 모자회사 우려같은 근원적 리스크에 선제적 대응이 필수라고 봤다. 로직스와 에피스가 모자회사 관계로 묶여 동일한 실체로 보는 고객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로직스는 제약기업, 바이오텍으로부터 제품의 생산이나 연구개발을 위탁받아 실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에피스의 주요 사업 내용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 상업화다. 이 때문에 로직스에 사업을 맡기면 해당 노하우나 정보가 에피스 사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이해상충 우려가 있었다.

이번 분할로 이해상충 우려를 해소해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로직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최대 CDMO 기업으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성격이 다른 사업 부문이 하나의 상장사 주가로 평가받는 데 따른 평가절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유 부사장은 “안정적인 B2B 수주 기반의 CDMO 사업과 개발 및 상업화에 따른 비용 리스크가 있으나 성공 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개발 사업은 투자 목표가 다르다. 분할로 시장에서 로직스와 에피스홀딩스의 사업 가치가 적절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할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에피스 상장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로직스 지분 43.1%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지분이 19.76%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그룹 지배구조 핵심 기업이다. 로직스 지분 31.22%를 보유한 2대 주주 삼성전자는 그룹 핵심 사업 회사다.

회사는 이러한 해석에 일축했다. 유 부사장은 “이번 인적분할 건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 로직스와 에피스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의 비즈니스 목적으로 회사 자체적으로 발의한 건”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도 “에피스홀딩스 아래 에피스가 주력 자회사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에피스에서 창출한 현금을 에피스홀딩스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에피스 상장을 시도할 경우 시장의 혼란을 주는 시그널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료를 통해 5년 내 중복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기한을 제시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기업가치 제고 계획
이날 이사회 결의를 마친 로직스는 9월 16일 분할계획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에피스홀딩스 창립 예정일은 10월 1일로, 10월 29일 로직스 변경 상장 및 에피스홀딩스 재상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회사는 로직스와 에피스, 에피스홀딩스의 향후 사업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해 소개했다.

로직스는 글로벌 거점을 넓히고 생산능력을 확대해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선다. 이를 위해 신공장의 해외 증설 및 미국·유럽 소재 공장 인수도 방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회사 측 관계자는 “해외 생산 역량 확대를 위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다. 구체화되면 신속하고 투명하게 소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피스는 현재 11종인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20개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기적으로 신규 모달리티 확대에 나선다. 회사 측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산업이 2030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바이오시밀러도 이와 유사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바이오의약품 시장 내 비중이 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를 주요 사업으로 한다. 에피스 외 신규 자회사를 통해 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고 바이오산업 내 신사업을 기획, 벤처기업 인수 및 투자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이번 합병에 대해 법적 검토를 마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주(1주)를 보유한 주주는 로직스와 에피스홀딩스 주식을 65대 35비율로 받게 되는데 1주에 미치지 못하는 물량은 각 회사가 자사주로 매입, 주주들에게 5영업일 이내 현금으로 지급한다. 로직스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선 에피스홀딩스가 재상장이 예정돼 있어 인정되지 않는다. 주당 액면가는 2500원으로 분할 전후 동일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