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고장→​​​​​​​수리→​​​​​​​고장→수리' 무한 반복...AS센터 전전하다 '애물단지' 전락

고장 원인 불명에 해결 깜깜...불만 폭주

2025-05-26     신성호 기자
#사례 1 대전에 사는 안 남(모)씨는 지난해 7월 BMW 신차를 구매했다. 차량을 인수 받고 두 달 후부터 코너를 돌 때 거친 소음이 발생해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입고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에도 문제가 계속돼 재진단을 받은 결과 쇼크 업소버 이탈이 의심돼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생산 과정에서의 부품불량으로 수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안 씨는 "차량 결함으로 서비스센터 다니느라 일상이 다 망가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 2 부산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해 8월 출고된 벤츠 E클래스 신차 인수 직후 경고등이 표시되는 문제를 겪었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수리 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결국 다시 차량을 입고해야 했고 수리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박 씨는 “신차를 인수하고 한 번도 정상적으로 운행해본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례 3 광주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3월 포르쉐 카이엔 신차를 인수했다. 차량을 받은 지 나흘 만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장으로 차를 서비스센터에 입고했다. 이후에도 같은 증상으로 두 차례 더 차량을 맡겼지만 부품 교체 없이 단순 점검만 이뤄졌다. 김 씨는 “명확한 문제 해결 없이 시간만 버리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례 4 경기도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월 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를 구매해 운행하던 중 두 달이 지난 후부터 운전자보조시스템 점검 경고등이 들어와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 보름 정도 지난 후에 같은 증상이 재발했고, 처음 방문한 서비스센터는 수리에 필요한 장비가 없다며 더 큰 센터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씨는 “구매한 지 두 달도 안 된 차가 고장 났는데 소비자가 매번 직접 시간을 들여가며 고치러 다녀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 5 인천에 사는 조 모(남)씨는 지난 3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인수했다. 차량을 받은 다음 날 운전 중 엔진경고등이 들어와 딜러에게 문의했으나 단순 오류라며 경고등만 꺼주는 조치를 받았다. 이후 같은 증상이 반복되자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문제라며 수리를 받았다. 조 씨는 "이후에도 또 다시 경고등이 켜져 부품 교환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며 불편을 제기했다.

#사례 6 경기도에 사는 안 모(여)씨는 지난해 말 KG모빌리티에서 차량을 구매했다. 출고 한 달 만에 엔진경고등이 표시돼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당시엔 단순 기기 오작동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안 씨는 "이후에도 같은 문제로 주유구 캡을 교체했고, 그 후에도 차량을 수차례 입고해 부품을 다섯 번이나 교체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신차에서 발생하는 반복된 고장으로 수리에 시간을 허비하고 정작 차량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반복 수리로 차량 이용이 어려운 데다 이로 인한 시간 소모와 불편까지 온전히 소비자 몫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문제를 점검하고 있으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신차를 구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반복 발생해 잦은 수리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한국지엠 등 국산차나 BMW·메르세데스벤츠·폭스바겐·포르쉐 등 수입차를 막론하고 신차에서 고장이 반복되거나 원인 불명의 결함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잇따랐다.

고장 사례는 △엔진오일·브레이크오일 누유 △엔진경고등 점등 △핸들 잠김 △액추에이터(구동장치) 고장 △에어컨 고장 등 다양하다. 소비자들은 수리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심지어는 서비스센터에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제대로 된 수리를 받지 못하면서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신차인데 수리만 받다가 고물차가 되겠다“ “신차를 수리하면서 발생하는 시간과 금전적 비용, 스트레스는 그들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아우성이나 완성차 업체들은 ‘절차에 따라 처리 중’이라는 입장이다.

국산차 업계는 공통적으로 “차량 출고 전 품질 점검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으나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수입차 업체들도 "신차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먼저 문제 원인을 진단한 뒤 차량 자체의 결함으로 판단됐을 시엔 절차에 따라 고객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신차 고장, 무한 수리 반복...소비자 불편

신차 고장의 경우 중대 하자가 아니라면 교환·환불 대상도 아니다.

현행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제도’(한국형 레몬법)는 자동차 신차(인도 받은 날로부터 1년·주행거리 2만km 이내)에 중대 결함이 2회,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할 때 구매자가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적용 대상이 엔진, 제동장치 등으로 제한되고 동일한 결함이 반복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교환·환불로 이어지는 사례는 아주 극소수다. 고장 양상이 같더라도 업체에서 발생 원인이 다르다고 판단하면 동일한 결함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차량 인도일로부터 12개월 이내인 신차의 경우 △하자에 대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 수 기준)을 초과할 경우 차량 교환이나 구입가 환급해줘야 한다고 기준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에 그쳐 실제 소비자가 이를 적용받는 경우는 드물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신차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수리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더라도 권고 조치에 그치기 때문에 소비자는 판매사가 제시하는 보상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