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에 자사주 소각과 배당목표 뺀 한국금융지주, 주주 만족시킬 복안은?
2025-05-27 이철호 기자
국내 대형 금융지주와 주요 증권사들이 기업가치 제고계획 핵심 내용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함께 구체적인 배당 목표를 주요 주주환원정책으로 제시한 것과는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자기회사 주식(이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인위적인 주주환원 대신 자기자본 확충을 통한 이익 확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가와 배당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26일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표로 △2030년 ROE 15% 이상 △자기자본 15조 원 이상 등을 제시했다.
반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비롯한 주주환원 관련 목표와 계획은 이번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총 발행 주식수가 줄어들어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친화적 정책으로 꼽힌다.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대표 김미섭·허선호),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 키움증권(대표 엄주성) 등 주요 증권사가 밸류업 공시를 통해 주주환원 확대 방안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제시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5월 상장사 중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키움증권은 3년 내 주주환원율 30% 이상을 목표로 내세우고 전체 자기주식 209만5345주를 2026년 3월까지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공개한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단기목표로 주주환원성향을 35% 이상으로 설정하고 2030년까지 발행주식 1억 주 이상 소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여타 증권사와 다른 방향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위적인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는 업권 최고 수준의 이익을 기록해 배당금을 늘려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이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밸류업은 배당보다는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PBR(주가순자산비율)과 PER(주가수익비율) 등을 높여나갈 것"이라 밝히며 기조를 제시한 바 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한국금융지주는 투자시스템을 정교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부동산, 실물, 해외채권 등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IMA(종합투자계좌) 라이선스 획득,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운용자산 및 수익을 확대할 방침이다.
증권업에 치우친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나선다. 보험사 인수를 통해 연금 및 대체투자 비즈니스 관련 신규 수익원을 확보하고 해외주식, 디지털 자산 등에 대한 24시간 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금융사 제휴를 통한 우량 투자상품 소싱 및 역량 이식도 주요 계획 중 하나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산업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주가 부양보다는 아직 해외 IB에 비해 부족한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이익을 확대하고 ROE도 높여 주가가 상승하고 배당 규모도 커지면 주주가치가 높아지고 주주환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