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견 체제 1년' 경남제약, 좀비기업 신세 못 벗어난 채 오너 리스크만 부각

2025-05-30     정현철 기자
지난해 5월 ‘M&A전문가’ 혹은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남궁견 회장이 인수한 경남제약이 지난 1년 간 체질개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오너 리스크로 인한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인수 당시 남궁 회장은 자신의 산하에 있는 관계사들과 협력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경남제약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궁 회장을 둘러싼 잡음이 사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미니쉬테크놀로지로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조짐마저 보인다.

2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31억 원으로 전년 동기 177억 원에서 2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억 원으로 영업수지가 9억 원 개선됐다. 일부 상품 도입 계약을 정리하면서 지급수수료를 절감하는 등 판매관리비를 40% 이상 줄인 영향이다.
경남제약은 남궁 회장 산하로 편입된 첫해인 지난해 매출이 소폭 증가하고, 영업적자도 줄였지만, 좀비기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을 갚지 못하는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본다. 이 기간이 3년 연속 이어지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좀비기업으로 간주된다.

올해 1분기에는 비용절감을 통해 영업이익 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겨우 탈출했지만, 매출이 26%나 감소하는 부진을 보였다.

인수 당시 휴마시스 측이 밝혔던 진단키트 사업과의 시너지나 남궁 회장이 소유한 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외형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래에 대비한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하다.

경남제약은 지난해 10월 생산시설 개선 및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220억 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했다.

하지만 경남제약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15억 원으로 전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올해 1분기에도 설비투자액은 약 2억 원으로 전년 동기 5억 원보다 줄었다.
재무 건전성은 개선됐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1.1%로 남궁 회장 산하로 편입되기 전인 2023년 말 대비 4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금지급여력을 보여주는 유동비율은 176%로 70%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이 설비투자보다는 운영자금 용도로 축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편입 직후 단행된 감자도 영향을 미쳤다. 경남제약의 실질 지배력을 갖고 있는 휴마시스는 지난해 5월 말 경남제약의 결손금을 보전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감액하는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경남제약은 자체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감기약과 진통제 중심의 신제품 개발 및 출시도 추진 중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레모나 브랜드와 계열사 유통망을 활용한 공동 마케팅 등 시너지 전략을 지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견 회장, 경남제약 인수 1년 잡음 무성...미니쉬테크놀로지 경영권 위협

체질개선에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남궁 회장을 둘러싼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를 좀 먹는 상황이 지속되는 중이다.

남궁 회장이 경남제약을 인수한 직후부터 잡음이 생겼고, 각종 논란은 지난 1년간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경남제약 노조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 관련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며 반발했다. 남궁 회장이 경남제약을 되팔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잇달았다.

실제 남궁 회장이 지난 2023년 2월 인수한 휴마시스도 직원 수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2년 말 255명이던 휴마시스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5명에 불과하다.

다만 올해 3월 말 기준 경남제약 직원 수는 270명으로 인수 전인 2024년 3월 말 250명보다 늘어난 상태다.

지난해 7월에는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가 법원에 김성곤 대표를 교체하는 안건의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서를 냈다. 김 대표는 남궁 회장이 휴마시스를 인수한 뒤에 선임된 CEO다.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는 휴마시스 경영진이 엔데믹으로 코로나 진단키트 호황이 끝난 상황에서 신사업으로 삼은 광물 사업 추진보다 경남제약에 집중할 것이란 우려를 표했다.
같은 달 경남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양강장제 ‘자하생력’ 제조 업무 정지 처분도 받았다. 제조 과정에서 품질 관리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다. M&A로 인한 구설이 한창이던 상황에서 제조 관리의 부실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자하생력은 경남제약 제품 중 매출 비중이 약 10%, 비타민C 브랜드 레모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품목이다. 행정처분 한 달 전인 6월부터 경남제약은 김성곤 휴마시스 대표가 CEO를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남궁 회장이 경남제약을 시세보다 4배 높은 가격에 인수한 것을 두고 이면계약 논란도 발생했다.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는 당시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수사요청 탄원서를 제출했다.

논란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휴마시스 소액주주연대는 경영진이 자전거래 등을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남궁 회장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남궁 회장이 인수한 경남제약은 역으로 적대적M&A를 당할 상황에도 처해있다.

치과의사 출신인 강정호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의료테크 벤처기업 미니쉬테크놀로지(이하 미니쉬테크)는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남궁 회장 산하 상장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18.1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경남제약 특수관계인은 빌리언스, 휴마시스 등으로 총 지분 27.59%를 보유하고 있다. 48.58% 지분에 해당하는 경남제약 소액주주와 합치면 누구라도 과반 이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미니쉬테크와 관련해 지분 추가 매입 등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엔 남궁 회장 산하 기업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남산물산의 자회사 미래아이앤지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궁 회장 지배구조와 자금 운용 방식을 들여다보기 위한 조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남궁 회장은 지난해 5월 17일 자신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체외진단기 전문 업체 휴마시스를 통해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휴마시스가 480억 원을 들여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 최대주주 플레이크 지분 21.34%와 메타플렉스 지분 13.46%를 매입하면서 자회사인 경남제약도 거느리게 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