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사 충실의무 공약'에 김문수 반대...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한 목소리
2025-05-28 이철호 기자
이 후보는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김 후보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세제 혜택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가상자산법 2단계 마련 등 가상자산 관련 입법 정책에 대해서는 두 후보 모두 빠른 시일 내에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제시했다.
◆ 주주보호 정책두고 이재명 "상법개정안 처리" 김문수 "M&A 과정에서 주주이익 보호의무 부과"
금융부문 공약 중에서 두 후보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영역은 주주권익보호 문제였다. 이 후보는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의 핵심으로 상법 개정을 통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기업'에서 '주주'로 확대해 주주 전체의 이익이 고려될 수 있도록 원칙을 제시한다는 방안이다.
해당 법안은 올해 초 범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지만 지난 4월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 후보는 집권 이후 상법 개정안 처리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다.
또한 이 후보는 주가조작을 비롯한 자본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고 금융회사 직원의 직무관련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상장사 자사주에 대한 원칙적 소각 제도화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김 후보는 이 후보 측이 제시한 상법 개정을 통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확대에 부정적 입장임을 밝혔다.
대신 '쪼개기 상장' 등 상장법인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주식가치가 하락하는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 과정에서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의무를 추가하고 물적분할 시 모회사의 일반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방식의 주주권익보호 대책을 꺼냈다.
김 후보는 투자자를 위한 세제 혜택 공약을 제시하며 제재 위주의 이 후보의 공약과 차별화를 뒀다.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투자자 확대를 위해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고 주식 장기보유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 후보 모두 방법론의 차이가 있을 뿐 자본시장을 중요시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새 정부가 들어선 후 자본시장 활성화를 국가적 과제로 여기고 대통령이 밸류업을 직접 챙기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가상자산분야는 모처럼 한 목소리...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등 빨라질 듯
가상자산 분야에서는 두 후보가 한 목소리를 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추진과 토큰증권(STO) 법제화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7월 도입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2단계 법안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두 후보 모두 신속한 법 제정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병덕 의원 중심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법안에서는 '디지털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기록으로 정의하고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조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가상자산사업자의 진입·영업규제를 마련하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업무 범위를 세분화하는 한편 거래지원 규정을 세우는 방향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세부적인 제도화 내용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입장이 다른 경우도 발견됐다. 대표적으로 현재 유지되고 있는 가상자산 1거래소-1은행 제도에 대해 김 후보는 폐기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이 후보 측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 후보는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와 더불어 가상자산투자를 위한 통합감시시스템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김 후보는 가상자산거래소 시장의 독과점 해소 방안과 국내 거래소 글로벌화 촉진 추진 등을 공약으로 언급했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두 후보가 모두 제시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빠른 시일 내에 도입이 필요하다"며 "다만 현장의 실무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지나치게 강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가상자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재명 "금융소비자보호기구 독립성 강화"…김문수 "보험사기 방지 집중"
금융소비자보호 분야에서 이 후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염두한 금융제도 선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보호기구의 기능과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 감독 범위를 넓히고 검사 기능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후보는 공약집 발표 직후인 28일 오후에도 "금융 부문의 경우 국내 금융정책 부문은 금융위가 해외금융은 기재부로 가 있다"면서 "금융위에 감독 업무와 정책 업무가 뒤섞여 있어 분리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민간 전문가 중심의 금융소비자보호 평가위원회를 신설해 금융당국을 평가한다는 공약도 눈에 띈다.
반면 김 후보는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된 공약은 없었다. 대신 금융서비스 접근성 제고와 보험사기 방지 등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정책을 내놓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예·적금, 대출, 이체 등을 은행 외 기관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은행대리업을 도입하고 보험범죄 정부합동 대책반을 상설기구화하는 한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재를 받은 자의 보험설계사 등록을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 소비자보호 관련 공약으로 이 후보는 온라인상 눈속임 상술(다크패턴) 소비자 피해 방지 강화 공약을 제시했다. 김 후보는 공정거래 관련 분쟁조정제도 통합 및 일원화, 제조물 결함 사고에 대한 소비자보호 강화, 상조시장 소비자보호를 위한 관리시스템 도입 등을 약속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