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0% 적금 가입하려면 자녀 3명 있어야...장벽 높고 납입액 적은 저축은행 저출산 극복 상품
2025-06-02 이은서 기자
'미성년 자녀 3명 이상'과 같은 달성하기 힘든 우대조건을 내세우거나 월 최대 납입액이 10만 원에 불과해 이자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저축은행중앙회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저출산 대책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주요 저축은행들은 저출산 위기 대응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저축은행 79곳 중 12곳이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웰컴저축은행의 ‘아이사랑정기적금’은 기본금리가 1%이지만 우대금리 포함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며 12개 저출산 대응 적금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가입 가구에 16세 이하 자녀가 3명 이상 있어야 7%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월 납입한도가 1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웰컴저축은행 측은 아이사랑정기적금에 대해 다자녀 가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들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상품 혜택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녀 수에 따라 최소 연 3%에서 최대 연 7%까지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어 가입자의 조건에 맞게 선택 폭을 넓힌 상품”이라며 “지난해 5월 리뉴얼 출시 이후 10개월 만에 1만좌 이상이 판매되고 있으며 특히 전체 고객 중 90%가 36개월 만기로 가입하는 등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모아저축은행의 ‘모아 다자녀 적금’은 우대금리 없이도 기본금리가 연 4.5%에 달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다만 가입 대상이 자녀 3명 이상을 둔 부모로 제한돼 있어 가입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스마트저축은행의 ‘스마트아이플러스’는 최고 연 6% 금리를 받으려면 자녀 3명 조건을 충족해 3% 우대금리를 받아야 한다.
저출산 대응이라는 본래 의도와 다르게 우대금리를 미끼로 한 마케팅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기본금리 3%, 최고 연 8% 금리를 제공하는 애큐온저축은행의 ‘애랑해적금’은 △임산부 본인 △가입 기간 중 출산한 부모 △가입 시점 기준 만 12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 등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면 3.5%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입출금통장의 월 평균잔액이 50만 원 이상인 달이 3회 이상이여야 1.5% 추가 금리를 적용해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고려저축은행의 ‘자녀와 행복 플러스 적금’은 기본금리 연 2.5%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연 6%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우대금리 3.5%는 △만기까지 계좌 유지(1.5%) △입출금통장에서 6회 이상 자동이체(1%) △만기 후 정기예금 재예치(0.5%) 등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우대금리 조건이 모두 저출산 독려와는 무관하게 상품 유지 및 재예치를 위한 조건으로 구성돼 소비자 유인을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저출산 대응 적금을 출시한 곳이 12곳에 그쳐 업권 자체가 상품 출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수신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으로 느껴지지 않아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적금 상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금리 메리트가 있어야 하지만 시장 상황상 여력이 없어 관망하고 있다”며 “또 자녀를 위한 상품에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나마 여유 자금을 잠시 맡기는 파킹통장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