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으로 망가진 자동차 창문 AS시 선팅은 보상 불가?...‘반쪽짜리’ 보상에 분통 터지는 소비자
기업 책임으로 발생한 피해…부대 비용은 보상 無
2025-06-04 신성호 기자
#사례 2 전북에 사는 변 모(여)씨는 여행을 두 달여 앞둔 지난 21일 항공사로부터 비운항 통보를 받고 항공권을 전액 환불받았다. 하지만 항공권을 예매한 온라인 여행사(OTA) 측으로부터 발권대행수수료는 환불받지 못했다. 변 씨는 “항공사의 사정으로 항공편이 취소됐는데 인당 만 원씩 하는 발권대행수수료를 돌려주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례 3 창원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4월 욕실 바닥의 기울기가 고르지 않아 물이 고여 있는 문제를 발견해 시공사에 하자 수리를 요청했다. 점검 결과, 바닥 타일 10장 정도가 부실시공된 것으로 확인돼 해당 부분을 재시공했다. 김 씨는 입주하면서 별도로 시공한 줄눈 작업 비용에 대해서 보상받기를 원했지만 업체는 자신들은 타일만 시공했을 뿐이므로 줄눈 보상은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김 씨는 “시공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인데 시간과 금전적 피해는 왜 소비자가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제품 불량이나 시공 과실 등 업체 과실이 명백한 경우 수리 환불 등 보상을 받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부가적인 피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업체들은 원래 문제에 대한 보상으로 소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나 소비자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부가적인 피해에 대한 책임은 어디서 보상받냐며 한숨이다.
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자동차, 건설, 여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완전한 보상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를 구매했는데 전면 유리가 제조 불량으로 파손 위험이 있어 교체 시 소비자가 비용을 들여 시공한 선팅 등에 대해서는 구제받지 못하는 식이다. 현대자동차, 기아, KGM, 르노삼성, 한국지엠, BMW, 벤츠 등 제조사를 가리지 않으며 중고차 플랫폼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벌어진다.
여행사는 특히 항공권 발권, 취소 수수료에 관한 민원이 빗발친다. 항공사 사정으로 결항된 경우에도 여행사에서 구매한 경우 항공권 발권 및 취소 수수료는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본인 과실이 아닌데 수만 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그대로 날렸으나 항공사, 여행사 어디에서도 구제받지 못한다며 하소연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NOL인터파크, 아고다, 트립닷컴 등 업체를 가리지 않고 여행사, OTA 대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아파트 등 건설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욕실이나 주방, 베란다 등 누수나 구배가 안 맞는 등 하자 발생시 시공사들이 하자보수는 당연히 진행하나 입주자들이 비용을 들여 시공한 줄눈 등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줄눈 시공의 경우 수십 만원에서 백만 원을 훌쩍 웃도는 고가 비용이다보니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계룡건설산업 ▲서희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두산건설 등 대부분 건설사도 이같은 갈등으로 소비자와 다툼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업체 과실로 피해를 입었는데 문제 해결에 들어가는 시간과 추가 비용에 대해선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성토하지만 업체들은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 기아, KGM, 한국지엠 등 대부분 완성차 업체는 튜닝 등 직접적 연관이 없는 부분까지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완성차 제조사 관계자는 “자동차 수리 보증은 출고 당시 차량의 원형을 기준하므로 소비자가 별도로 시공한 튜닝 등에 대해서는 보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복수의 완성차 업계도 “보증 정책에 따라 수리를 진행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부가 장착물에 대해선 보상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여행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온라인 여행사 관계자는 “발권대행수수료는 항공권 발권을 대행한 데 따른 대가로, 예약과 동시에 용역 제공이 완료돼 청약 철회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OTA 업계에서도 마찬가지로 “OTA를 통해 항공권을 예매하면 별도 발권 절차가 팔요하다”며 “발권대행수수료는 이에 대한 비용이므로 항공권이 취소되더라도 환불은 어렵다”고 전했다.
건설사들은 정해진 기준은 없으나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자 보수 과정에서 부수적인 공사가 필요한 경우 공사 규모에 따라 협력업체나 당사가 하자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원상회복을 원한다"며 "사업자의 과실로 문제가 발생했을 시 부수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하도록 제도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체들의 보증 정책은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보상안을 담고 있다"며 "업체의 과실로 인해 2차 피해가 발생했다면 원상회복이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소비자가 원래 서비스를 이용하던 효용감을 계속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