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X파일] 종합병원 권유로 맘모톰 시술했는데 보험금 지급 불가...보험사 "예방목적으로 남발 안 돼"

조직 검사 거치고, 악성 종양 진단 조건

2025-06-09     서현진 기자
보험이 진화하면서 보험금 지급 기준도 세태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지만 소비자들은 정보 부족과 불명확한 기준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복잡한 약관, 강화된 심사 기준 속에 보험사와 가입자 간 법정 다툼도 잇따르고 있다. 최신 법원 판례와 금융당국 규정을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의 경계선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 광주에 사는 문 모(여)씨는 지난해 7월 가슴에 혹이 만져져 산부인과를 내원했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종합병원에서 조직세포검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혹이 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 제거가 필요하다는 종합병원 의사의 말에 따라 양쪽 가슴 모두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문 씨는 퇴원 후 메리츠화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 측은 "초음파검사 결과 우측 유방에 C4a 병변과 좌측 유방에 C3 병변 총 2개가 발견됐다"며 "다만 C3 병변은 추적관찰이 원칙임에도 병명 확인과 제거 이유에 대해 주치의가 답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 경기도에 사는 조 모(여)씨는 2023년 11월 유방 초음파 검사 결과 종양이 두 개 발견돼 6개월간 추적 관찰 후 지난해 초쯤 맘모톰 시술을 받았다. 조 씨는 과거 가슴 수술을 해서 생검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맘모톰을 바로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DB손해보험 측은 절차상 문제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가 조 씨가 재차 항의하자 결국 정산해줬다. 보험사 관계자는 "절차상 무조건 조직검사를 해서 수술 대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해당 건의 경우 수술을 먼저 했다"며 "다만 결과적으로 보면 수술 대상은 맞아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유방 내 종양을 절개 없이 치료하는 맘모톰 시술은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이 벌어지는 대표적인 사안 중 하나다.

맘모톰 같은 신의료기술의 경우 치료 적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조직검사 등 필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병원에서 이같은 내용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시술하는 바람에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조직검사 후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병변으로 인정돼야만 맘모톰 치료에 따른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보험사가 악성 종양으로 진단될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예방 목적의 무분별한 맘모톰 시술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높이기 때문에 엄격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시술 전 가입한 보험사의 실손보험 보상기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일 뿐 구체적인 기준은 두고 있지 않아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9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환자들이 유방 조직 검사를 받았다가 종양이 발견돼 '맘모톰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신청했으나 지급이 거부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대부분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맘모톰 시술은 진공보조장치를 이용해 병변 부위에 탐침을 삽입해 병변을 흡인하며 절제하는 시술로 신의료기술에 해당한다. 비급여 대상이 아니었다가 2019년 8월부터 비급여 항목에 편입됐다. 시술비는 병원마다 다르나 통상 유방 한쪽에 200만 원 수준이다.

다만 맘모톰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조직검사 후 특정 등급이 나와야만 한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유방 혹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C3는 양성으로 추정하며 추적검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추적 관찰 중 병변의 크기나 형태학적 변화가 있는 환자에겐 생검을 권유하고 있다. C4의 경우 유방암 가능성이 높은 병변으로 인정해 맘모톰 치료 시 치료 적정성이 인정된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암이 될 수 있는 종양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따랐을 뿐이며 암으로 전이돼야만 치료로 인정해 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악성 종양인 경우 C4 등급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맘모톰 치료라고 해서 무조건 보험금을 부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검사 결과 치료 적정성이 확인될 경우 지급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분 부지급 사유는 절차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고 병원에서 이러한 안내를 소비자에게 하지 않아 분쟁이 생기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상 C3 병변은 추적관찰이 원칙임에도 중심생검을 시행했다면 주치의에게 정확한 병명 확인 및 어떤 이유로 제거가 필요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일부 주치의는 이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도 "맘모톰 치료와 같은 신의료기술에 대한 치료 적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절차를 따르고 보험사에게 결과를 확인받으면 된다"며 "다만 병원에선 이 절차를 생략하거나 환자에게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한다"고 봤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5월에 맘모톰 등을 포함한 신의료기술 관련 실손보험금 분쟁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금 심사기준을 정비하고 소송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치료받기 전 실손보험 보상기준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필요 시 실손보험금 수령 또는 원활한 진료비 반환이 가능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급여 진료비 확인제도를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신의료기술은 계속해서 개발되기 때문에 신의료기술 관련 약관이 변경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보험 전문가인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당국의 신의료기술 제도 개선 발표는 권고사항일 뿐 맘모톰 치료에 대한 보험금을 부지급하면 안 된다는 강제사항은 아니다"라며 "약관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현재 약관이 담지 못한 신의료기술의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변경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