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한화, 친환경 선박 수주 비중 70% 훌쩍 넘겨...이재명 정부 지원책 순풍 탈까?

2025-06-11     이범희 기자
이재명 정부가 미래 선박 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조선 3사의 친환경 선박 초격차 기술 확보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 3사는 강화되는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중연료 추진선, 암모니아·수소 연료 기반 선박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올 들어 수주 물량의 상당수를 친환경 선박으로 채울 정도로 기술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어 추후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면 수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대표 정기선·김성준)은 올해 1분기 21척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이중 17척이 친환경 선박이다. 한화오션(대표 권혁웅)은 상선 기준 11척 중 8척을 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대표 최성안) 역시 올해 수주한 18척 가운데 절반 이상이 친환경 선박이다.

국내 업체들의 LNG 이중연료 추진선 건조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LNG 운반선 수주 점유율의 60%를 3사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빅3는 친환경 기술 초격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 경쟁력 강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연료공급 실증을 마친 데 이어, 현재는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선박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암모니아 누출 가스를 회수하고 처리수를 배기가스 정화에 재활용하는 ‘하이클리어스(Hi-CLEARS)’ 실증 작업도 시작했다.  ‘하이클리어스’는 선박 내 유해 물질을 100% 처리하는 친환경 순환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3년 ‘울산 스마트 조선소 1단계’를 통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 디지털화를 구축한 상태다. AI 설계 자동화로 작업 시간을 30% 줄였고, 디지털 트윈, 로봇 검사, 탄소 모니터링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한화오션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이산화탄소를 포함하지 않아 LNG와 메탄올로 움직이는 선박보다 연료 효율이 뛰어나고 탄소 배출이 적다.

한화오션은 최근 친환경 선박 기술 상용화를 위해 글로벌 선급과 전략적 제휴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지난 4일 국제선박전시회 노르쉬핑 2025에서 한국선급(KR)과 15만CBM급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친환경 연료 추진선과 함께 대형 액화수소 운반선,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도 개발 중이다. 한화엔진·삼성중공업과는 메탄올·암모니아 이중연료엔진 내재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 연료전지 추진선과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설비, 암모니아 FSRU(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 개발을 앞세워 친환경 선박·플랜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역시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4K LNG 운반선에 열전 발전 기반 폐열 회수 시스템을 적용했고, 2100TEU 컨테이너선에서는 CO₂ 배출을 70% 줄이는 포집 시스템을 실제 선박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선형 최적화와 해수·공기 흐름 제어 장치를 통해 연료 소비와 CO₂ 배출을 5% 이상 줄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강화되는 국제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7년부터 5000톤 이상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적용하며, 탄소세 부과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선 빅3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향후 친환경 선박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친환경 기술력을 바탕으로 3년치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라며 “정부의 지원과 함께 기술 초격차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LNG·전기 선박 경쟁력을 향상하고 메탄올·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선박용 배터리 조기 상용화를 추진하는 등 미래 선박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또 선박 제조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설계, 생산, 물류, 품질관리, 안전 등 전 공정 디지털화를 지원하고 특수선 건조와 MRO 시장 확보를 위해 미국 군함 등 특수선 건조 및 MRO 산업을 육성하고 수요처 발굴도 지원할 방침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