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GS 체질개선 上] 허태수 회장 신사업 드라이브에도 정유업 의존 심각…실적 변동성 어쩌나?
2019년 12월 4일 15년간 총수를 맡았던 허창수 회장이 사장단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사임을 표명하면서 허태수 당시 GS홈쇼핑 부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미래성장 동력 발굴과 지속 성장의 모멘텀 찾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난 2020년 1월 2일 허 회장은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계열사 경영진 150여 명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디지털 역량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취임 후 첫 신년사를 통해 인공지능(AI), 친환경 에너지,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해 코어 사업과 연관된 신사업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자”고 비전을 제시했다.
6개월 뒤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에서 디지털 전환, 혁신 등을 배우기 위한 커뮤니티 ‘52g’ 운영에 나서며 신사업 발굴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이후 허 회장은 그룹 사업보고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유와 건설에 집중하지 않고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는 게 본분이라고 강조해 왔다. 정유업을 모태로 한 그룹 총수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시애틀에서 그룹 사장단 회의를 열고 디지털전환(DX)에 대한 투자 의지를 강조했고 올해 신년사에서는 “미래 사업과 인수합병(M&A) 기회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며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허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업황에 따른 굴곡이 심한 정유업에 의존하고 있는 그룹의 체질을 개선해 미래에 대비하자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이는 허 회장 취임 이후 GS그룹의 실적 추이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매출 절반 이상 책임지는 정유 업황 사이클 따라 울고 웃는 GS그룹
2022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던 GS그룹이 최근 2년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잇달아 뒷걸음질 치는 등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GS그룹 지주사인 (주)GS(대표 허태수·홍순기)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이 25조3243억 원으로 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2조8588억 원으로 6.5% 감소할 전망이다.
미국발 관세와 전쟁 여파로 정유, 건설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적 전망은 좋지 못한 상태다. 그룹 외형과 내실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달갑지 않다.
그룹 전체로 확대해 봐도 실적이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허 회장 취임 첫해인 2020년 GS그룹 매출은 48조7950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10조 원 이상이나 줄었다. 영업이익은 3조 원에서 1조 원으로 급감했다. 정유 업황 사이클 불황기에 코로나19까지 더해진 탓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정제마진이 회복된 2021년과 2022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은 그룹 매출이 95조 원에 육박하고 영업이익도 6조8000억 원이 이르는 등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2023년부터는 정유 사이클이 다시 침체기로 돌아서면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다시 3조 원대로 내려앉았고, 영업이익률은 3.8%로 허 회장 취임 전보다 오히려 1%포인트 낮아졌다.
GS그룹 매출에서 정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최대 실적을 냈던 2022년에는 60%에 육박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했던 2020년에도 40%대를 유지했다. 정유 부문 계열사는 사업을 담당하는 GS칼텍스(대표 김성민)와 중간지주사로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관리하는 GS에너지(대표 허용수)가 대표적이다.
영업이익 역시 2022년은 정유 부문 비중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그룹 영업이익이 2조 원이나 줄었던 2020년에는 GS칼텍스가 1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영업이익이 고점에 비해 반토막난 지난해는 정유 부문 비중이 30%가량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정유에 치중된 사업구조로 그룹 실적이 흔들리는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에도 저유가 탓에 40조 원대를 기록하던 매출이 20조 원대로 떨어졌다.
◆건설·유통도 침체...총자산 2년 연속 줄면서 재계 순위 8위→9위→10위
정유에 건설과 유통 등 3대 사업을 더하면 지난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에 달한다. 영업이익 비중도 40% 이상이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으로 낮지 않은 건설과 유통은 현재 침체된 상태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건설은 2019년 15%대에서 지난해 11%대로 낮아졌다. GS리테일(대표 허서홍)도 13~17%대에서 큰 변화는 없다.
건설의 경우 2022년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잿값 상승에 레고랜드 사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분괴 사고까지 줄줄이 겹치며 7000억 원에 육박하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11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에는 7000억 원 이상 적자를 내기도 했다.
GS리테일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3년까지 대체로 증가 곡선을 그려오던 영업이익이지만 지난해에는 18% 감소했다.
이에 최근 LS증권은 GS리테일에 대해 “편의점 점포 순증 둔화에 따라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 원에서 1만8000원으로 10% 하향 조정했다.
최근 2년간 그룹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고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총자산도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대 그룹 중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했다. 30대 그룹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GS그룹의 총자산 감소율은 1.9%로 가장 크다. 통상 총자산은 자산 매각, 결손금 발생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감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실제 30대 그룹 중 2년 연속 총자산이 감소한 곳은 2곳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8위를 지켜오던 재계 순위도 2023년 9위, 2024년 10위로 떨어졌다. 11위인 신세계와 총자산 격차가 15조 원 차이가 나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 기준 격차가 3조 원 축소됐다. 10년 전만 해도 재계 7위였다.
한편 2019년 말 회장으로 취임한 허태수 회장은 정유와 건설에 집중하지 않고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는 게 본분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그룹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룹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바이오, 기후테크 등 신사업에서 기회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GS퓨처스와 GS벤처스 등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도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시적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