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GS 체질개선 下] 신사업 잔뜩 벌려 놨는데 휴젤 빼곤 적자 수렁…배달·전기차충전·펫사업 줄줄이 영업손실

2025-06-17     선다혜 기자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업황에 따른 굴곡이 심한 정유업에 의존하고 있는 그룹의 체질 개선을 위해 총수 취임 후 5년여간 신사업 발굴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정유업을 모태로 한 그룹 총수지만 사업보고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유와 건설에 집중하지 않고 신사업을 적극 모색하는 게 본분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취임 즉시 디지털 역량 강화를 천명했고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후테크 등을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또 오너 4세를 앞세워 CVC(기업형 벤처캐피탈)로 사업 영역 확대도 꾀하고 있다.

허 회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당분간 정유 저마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GS그룹은 긴 호흡으로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왔다”며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미래 사업과 M&A 기회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년여간 추진한 신사업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GS그룹의 체질개선이 요원하다는 평가가 따른다.
 
올해 1월 3일 GS타워에서 열린 신년 임원 모임에서 새해 경영 방침에 대해 발표 중인 허태수 회장
◆바이오·전기차 분야 M&A로 사업 영역 확대...오너 4세 앞세워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운영

허 회장은 매년 그룹 최고경영진이 참석하는 ‘신사업 공유회’를 개최하고 신사업 발굴 현황을 체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상‧하반기로 횟수를 늘렸다.

인수합병(M&A)에 대한 의지도 보여왔다. 2020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검토하며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밀려 인수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취임 1년 8개월이 지난 2021년 8월에는 첫 바이오 투자로 ‘보톡스 1위’ 휴젤(대표 문형진)을 인수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1조7240억 원에 휴젤 지분 46.9%를 인수했다. SPC 지분은 GS가 62.5%, IMM인베스트먼트가 37.5%를 지녔다.

GS그룹에 인수된 이후 휴젤은 글로벌 미용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보툴렉스’는 현재 약 6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오는 2028년까지 80개국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휴젤은 지난 3월과 5월, 미국과 중동 시장에 보툴렉스를 출시하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미용 목적 톡신 시장에서 3년 내 점유율 10%, 유럽 시장에서는 20~2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휴젤 인수와 함께 같은 시기 전기차(EV) 충전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뤄졌다.

2021년 8월 GS에너지(대표 허용수)는 전기차 스타트업 지엔텔과 50대50 비율로 합작법인 ‘지커넥트’를 설립했다. 2022년 말에는 지엔텔 지분 30%를 추가로 인수했다. 2022년 말 975억 원을 들여 차지비를 인수하고 국내 1위 완속충전사업자로 올라섰다.

기술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GS그룹의 에너지 계열사 GS E&R은 지난해 10월AI 기반 풍력 발전량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상용화를 발표했다.

풍력은 태양광에 비해 발전량 예측이 훨씬 까다로운 분야로, 오차율을 10% 미만으로 낮춘 것은 업계 최초다.

GS그룹의 또 다른 신사업 발굴 전략은 CVC 투자다. 2020년 GS퓨처스를 시작으로 2022년 GS벤처스, 2024년 GS인피니티를 잇달아 설립했다.

특히 각 CVC의 수장은 그룹의 차기 총수 후보군인 오너 4세들이 초석을 다졌다.
▲벤처스가 투자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 사진=GS벤처스.
GS퓨처스는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차남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으며, 실리콘밸리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북미 지역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GS벤처스는 허준녕 GS 부사장이 지난해 3월 현재 지주사 미래사업팀장으로 자리를 옮기 전까지 이끌었다. GS벤처스는 국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바이오, 기후 변화 대응, 리테일 분야의 초기 단계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에 설립된 GS인피니티 역시 북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까지 GS벤처스와 GS퓨처스는 각각 30개, 59개 기업에 투자하며 총 89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집행했다.

GS벤처스가 국내에 투자한 대표 기업은 선반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공급하는 빈센, 식물성 대체육을 개발하는 에스와이솔루션, AI 로봇 기술을 보유한 에이트테크, 리사이클링 전문기업 에싸이클 등이다. AI는 물론 친환경,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가 이뤄졌다.

◆휴젤 제외하면 신사업 적자 투성...누적 적자 수백억 계열사 수두룩

허 회장이 주도한 M&A를 통한 신사업 진출 전략은 현재까지는 휴젤만 유일하게 효자노릇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휴젤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매출이 2022년 2817억 원에서 지난해 3730억 원으로 2년 만에 3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14억 원에서 1662억 원으로 63.9% 늘었다.

특히 휴젤은 30~40%대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이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휴젤은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이 GS건설보다 2배 많고 GS리테일에는 350억 원가량 뒤져 있을 정도로 이미 그룹의 수익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건설과 유통 대표 계열사와 맞먹는 수준으로 새로운 캐시카우로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휴젤을 제외하면 신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와 CVC는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있다. 누적 적자 규모도 3000억 원 이상으로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오너 4세들이 초석을 다진 CVC는 적자를 내고 있거나 순이익 규모가 크지 않다. GS벤처스는 설립 첫해인 2022년 2억 원 적자가 났고 2023년 4억 원, 2024년 1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GS인피니티는 설립 첫해인 지난해 22억 원 순손실을 냈다.

이 외에도 GS그룹은 지난 5년여간 40여 개의 벤처기업 및 펀드에 총 703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중 30개 기업이 지난해 순이익 적자를 냈다. GS그룹이 적게는 1%, 많게는 20%대 지분을 보유한 이들 기업의 적자 총액은 3735억 원에 달한다.

인수·합작 등으로 추진한 신사업들도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다. 인수 후 누적 적자액은 3200억 원 이상이다. 요기요(대표 권태섭·조형권), 펫프렌즈(대표 윤현신), GS차지비(대표 김정욱), 쿠캣(대표 이문주) 등은 GS그룹에 인수된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이익을 낸 적 없다. 그나마 적자가 축소되고 있는 것은 위안 거리다.
 
전기차 완속 충전 업체 GS차지비는 2023년과 2024년 각각 94억 원, 185억 원 등 318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GS리테일(대표 허서홍)은 반려동물 사업 강화를 위해 2021년 7월 반려동물 전문 쇼핑몰 펫프렌즈 지분 30%를 325억 원에 확보했다. 하지만 펫프렌즈는 지난해 39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액은 450억 원 이상이다. 펫프렌즈 인수로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했던 펫커머스 업체 어바웃펫(대표 구원회)도 지난해 113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어바웃펫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누적 적자액도 560억 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도 –64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GS리테일이 2021년 인수한 요기요는 누적 적자액이 2200억 원에 달한다. 2022년 인수한 간편식 전문 온라인 쇼핑몰 쿠캣도 누적 적자가 269억 원이다.

신사업의 가시적 성과 창출을 언제쯤 기대하고 있냐는 질문에 GS그룹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