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자동차 리콜제②]리콜 기간은 제조사 마음대로?...안전 문제라도 기한 지나면 '땡'
2025-06-19 임규도 기자
# 경남에 사는 김 모(여)씨는 BMW 차량의 주행중 시동 꺼짐 증상이 발생해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원인은 연료고압펌프 내 쇳가루였다. 김 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해당 차종이 리콜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비스센터에 무상수리가 가능한지 물었으나 '불가'라는 답을 들었다. 지난 2024년 초 리콜 기간이 종료됐다는 것. 김 씨는 "같은 증상인데 리콜 기간이 지났다고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억울해했다.
# 대구에 사는 유 모(여)씨는 지난 4월 현대자동차 아반떼MD 차량의 자동차 검사를 맡겼다가 엔진 문제로 리콜 대상 차량이었음을 알게 됐다. 유 씨의 차량은 엔진 문제로 200만 원가량의 수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 씨가 제조사에 문의했으나 리콜 기간이 지나 무상수리는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리콜 안내 우편물을 과거에 보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씨는 “우편물을 보냈다는데 받지 못했다. 차량 안전 문제로 리콜하면서 우편물 달랑 하나만 보내 놓고 기간이 지났다고 무상수리를 거부하는 제조사 때문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 대구에 사는 구 모(남)씨는 지난 4월 기아 K5 핸들이 움직이지 않아 운행을 할 수 없었다. 이전에도 1년에 한두차례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이내 정상적으로 작동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소처럼 시동을 다시 켜도 핸들이 움직이지 않아 정비소를 방문했다. 직원은 해당 건으로 제조사에서 리콜을 실시했으니 문의해 보라고 권유했다. 구 씨가 제조사에 묻자 리콜기간이 종료돼 무상수리를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 씨는 “안전과 관련된 경우 기간과 상관업이 리콜 대상 차량 전체가 무상 수리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장 모(여)씨는 르노코리아 SM3 차량의 비상등이 3년 전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서비스센터를 갈 때마다 '이상 없다'는 판정을 받아 리콜 기간을 놓쳤다며 기막혀했다. 장씨는 사고로 차량을 맡긴 정비소에서 '해당 결함으로 리콜된 적이 있다'기에 공식 서비스센터에 문의했다. 그러나 리콜 기간이 7년이나 지났다며 무상수리를 거부했다. 장 씨는 “문자로 리콜 기간을 고지했다는데 받지 못했다”며 “리콜대상인 차량을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수리를 못해준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동차 결함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리콜 기간이 지나면 무상수리를 받을 수 없어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 리콜은 국토교통부가 안전기준 부적합으로 강제로 시정조치하는 경우와 제조사가 자기인증제도를 통해 시행하는 공개무상수리(자발적 시정조치)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강제 시정조치의 경우에는 시정율이 100%가 될 때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운영한다. 가령 리콜 대상 차량 대수가 3000대라면 3000대 모두 수리가 완료될 때까지가 리콜 기간이다.
이와 달리 공개무상수리의 경우 제조사가 리콜 기간을 정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통상적으로 1년 6개월에서 2년으로 리콜 기간을 정하고 있다. 리콜 차량 대수, 부품 수급 여력, 수리 난이도 등을 고려해 정해진다. 기간이 지나 수리할 경우 소비자는 자기부담금으로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
소비자 민원은 주로 공개무상수리의 경우에 발생한다. 리콜 기간이 지난 줄 모르고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수리비를 물어야 하는 상황에 불만을 제기했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벤츠, 볼보 등 완성차 업계는 자동차 관리법을 준수해 리콜 기간을 정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시정조치(리콜) 기간을 ‘1년 6개월 이상의 기간’으로 기준을 정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1년6개월 이상의 기간을 리콜 기간으로 정하고 있고 사안에 따라 상황을 판단해 기간을 변경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차량 결함으로 리콜 시 기간을 정해 진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안전과 관련된 부품의 문제로 리콜할 경우 기간을 한정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제작사의 대상 범위, 부품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간을 정하기 때문에 강제하는 것은 제작사의 부담이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시정율이 90~100%가 될 때까지 제작사가 시정 보고를 하게끔 규정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를 산 경우 차량의 리콜 정보를 인계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리콜 기간을 알기 어렵다. 이에 대해 국내 완성차 업체는 자동차 관리법 41조의 2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리법 41조의 2는 제작사가 해당 결함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경제적 보상 계획을 수립해 자동차소유자에게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메시지 및 우편으로 통지하고 전국에 배포되는 한 개 이상의 일간신문에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를 산 경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간 내 수리 받지 못한 경우에도 안전과 관련된 경우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리콜 기간과 관계없이 빠른 시일 내에 수리받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콜은 제조사가 자동차를 잘못 만들어 진행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배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업체가 리콜 기간을 정하기보단 언제든지 리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을 리콜할 때 리콜 기간을 늘어지게 잡을 경우 오히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제조사는 리콜 전 국토부에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 국토부에서 시정 요구 또는 승인을 진행한다. 제조사와 국토부가 적절하게 리콜 기간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