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철거했는데도 요금은 계속 빠져 나가….무인경비 해지 방어 '해도 너무해'

추가 서비스 요금 부과·신청 누락 잇따라

2025-06-19     이범희 기자
# 전남에 사는 박 모(여)씨는 종합보안업체 A사의 CCTV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가 한 달 이용료가 추가로 청구돼 문제를 제기했다. 업체 측은 해지는 언제든 가능하다면서도 '한 달 서비스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씨는 "사용하지도 않는 요금을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 경남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또 다른 보안업체 B사의 CCTV 서비스 품질에 불만이 생겨 타 사로 옮겼다가 B사와 갈등을 겪었다. 이 씨는 가입했던 대리점에 해지를 통보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아 고객센터에 신청했다. 이후 타 사 CCTV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기존 B사의 장비가 방해돼 일부 철거하고 작업한 게 화근이었다. B사는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철거할 수 없고 해지도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기기 값 변상 제안에도 해지는 못해준다고 한다.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전남에 사는 이 모(여)씨는  C사의 CCTV 서비스를 약 4년간 이용하다 고객센터를 통해 해지 요청했다. 상담원은 “담당자가 연락할 것”이라고 했으나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수차례 재촉한 끝에 연결된 철거 직원이 장비를 수거해갔다. 기사에게 해지된 게 맞느냐고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시 고객센터에 확인해 보니 여전히 계약이 유지 중이었다. 이 씨는 “기기까지 철거했는데, 본사와 지국 간 서로 해지 권한을 떠넘기고 있다"며 기막혀했다.

CCTV 등 무인경비 서비스 현장에서 관행처럼 벌어지는 ‘해지 방어’에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무인경비업체들은 가입자가 해지 신청한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갖은 조건을 붙여 해지를 거부하거나 신청을 누락해 소비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1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CCTV 등 장비가 철거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계약이 계속 유지되거나 업체에서 해지 신청이 접수되지 않았다며 미루는 식이다. 계약 해지시 한두달 의무로 사용해야 한다며 방어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본사 고객센터에 해지 신청해도 지국으로 떠넘기거나 서로 해지 권한을 핑퐁하면서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단 약정을 맺으면 장비 설치 전이라도 해지를 거부하기도 한다.

무인경비업체들은 일부 현장에서 직원 일탈로 추가 서비스 비용을 강제로 납부케 하거나 해지 업무가 지연될 경우 본사로 문의하면 피해를 구제한다고 밝혔다. 무인경비업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무인경비 표준약관'을 기준으로 한 약관에 따라 언제든 해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무인경비 표준약관'에 따르면 '가입자는 경비 개시 후 임의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서면 또는 콜센터를 통해 해지 희망일까지 계약해지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계약 해지 효력은 해지 희망일에 발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약금은 중도 해지 시 공통적으로 남은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면 1년치 요금의 10%, 1년 미만이면 잔여 요금의 10%를 부과한다. SK쉴더스 관계자는 "해약 시 고객에게 청구되는 금액은 단순 위약금이 아니라 계약 해지로 실제 발생하는 철거비, 할인설치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KT텔레캅 측은 “정상적인 해지 절차를 밟았음에도 요금이 청구됐다면 고객에게 환불하고 사과한다”며 “현장 문제는 본사 차원에서 후속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SK쉴더스도 지사와 본사가 유기적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고객센터나 지사로 각각 접수해도 누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CCTV는 사고 발생 시 증거 확보와 매장 보안에 핵심적인 장비이기 때문에 해지 과정에서 서비스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계약서에 명확한 해지 절차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거가 완료됐는데도 계약이 유지되는 구조는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며 “해지 고지 기한, 계약 종료 요건 등 약관을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