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자동차 리콜제⑤] 접수 거절하고 다른 센터로 핑퐁도...시간·금전적 피해는 소비자 몫

2025-06-24     신성호 기자
자동차 리콜대수가 연간 500만 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깐깐해지고  제조사의 선제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자동차 리콜제 이면에는 소비자보다 업체 중심으로 짜인 수리 기간, 수리비 환급 제한, 수리 지연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동차 리콜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례1= 전남에 사는 김 모(여)씨는 기아 봉고Ⅲ 운행 중 연료펌프 관련 리콜 안내를 받고 인근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지만 부품이 없다는 이유로 목포 센터로 이동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김 씨는 “멀리 입고해야 하는 데 따른 시간은 감수할 테니 유류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제조사 책임인데 기본적인 이동 비용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사례2= 부천에 사는 아우디 차주 소 모(남)씨는 지난해 리콜 통보를 받고 목동 서비스센터에 예약했지만 며칠 뒤 자차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일산 센터로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소 씨는 일산으로 다시 예약했지만 예약일을 며칠 남기지 않고 이번에는 리콜 수리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소 씨는 “항의 끝에 결국 접수는 됐지만 사유도 알리지 않고 서비스센터끼리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 같다”며 “수리를 기다리다가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례3= 전북에 사는 임 모(남)씨는 지난해 푸조 2008 차량의 리콜 통보를 받고 평소 방문하던 전주 서비스센터에 예약하려 했으나 해당 센터가 폐업해 광주 또는 대전 센터로 가야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차로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임 씨는 "차를 구매할 때는 수리하러 이렇게 멀리 가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콜 통지에도 부품이 없어 거주지 인근 서비스센터에서 AS를 받지 못해 시간과 금전적 피해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불만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소비자에게 설명 없이 리콜 수리 접수를 거부하거나 다른 센터로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제조사의 리콜 시행 의무만 규정할 뿐 수리 지점의 접근성이나 지역 간 형평성에 대한 기준은 없다. 이로 인해 일부 지방이나 도서지역은 사실상 리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리콜 수리는 특수 장비나 기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모든 서비스 센터에 이를 강제할 제도적 근거가 없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기아,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국산차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차들은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리콜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장거리 이동이 발생하는 점은 인지하고 있으며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리콜 수리 시 대차 서비스를, 메르세데스-벤츠는 픽업·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리콜 수리의 지역 편차가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은희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리콜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소비자의 거주지나 직장 근처에서 수리를 받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필요 장비나 인력이 부족하다면 협력업체를 구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리콜은 차량에 안전 결함이 발생할 때 시행하는데, 리콜 접수가 어렵거나 절차가 번거로우면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수리를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리콜 접근성 및 편의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리콜은 제조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인데 이로 인해 소비자가 시간과 유류비 등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제조사가 응당 보상해야 할 문제”라며 “서비스센터 간 리콜 수리를 미루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조사 차원에서 리콜 수리 건수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