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자동차 리콜제⑧] 리콜도 복불복?...같은 차, 같은 고장인데 수리 거부되는 이유는?

설계 변경·개선해 원인 달라

2025-06-27     임규도 기자
자동차 리콜대수가 연간 500만 대를 넘어섰다. 자동차 안전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깐깐해지고  제조사의 선제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자동차 리콜제 이면에는 소비자보다 업체 중심으로 짜인 수리 기간, 수리비 환급 제한, 수리 지연 등 구조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자동차 리콜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충남아산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11년식 BMW X1이 고속 주행중 시동이 꺼져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문제 원인은 고압펌프 내 쇳가루 발생으로 인한 연료라인 막힘 증상이었다. 김 씨가 수소문해 보니 해당 고압펌프는 안전 결함 문제로 리콜 중이었다. 김 씨가 업체에 무상수리를 요구했으나 연식 사유로 리콜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거절했다. 김 씨는 “인명 사고로 연결될 수 있는 치명적 결함에도 연식이 달라 리콜 제외 대상으로 분류돼 수리받지 못하고 있다. 업체가 적게 팔리거나 많이 팔린 차종을 위주로 리콜대상을 분류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지적했다.

# 화성시에 사는 서 모(남)씨는 기아 '더 뉴 카니발' 차량을 운행 중이다. 서 씨의 차량은 오토 슬라이딩 도어 닫힘 불량 증상으로 양쪽 문이 고장 난 상태다. 서 씨는 해당 문제가 리콜 중이라는 것을 알게 돼 서비스센터에 무상수리를 요구했으나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2014년식부터 2017년식까지 '올 뉴 카니발' 차량 중 증상 발현 차량만 리콜을 진행해 서 씨 차량은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서 씨는 “오토 슬라이딩 도어 불량으로 양쪽 문이 닫히지 않는데 특정 연식 차량만 리콜 대상이라며 무상 수리를 거부해 억울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콜 대상인 부품에서 동일한 고장이 발생해도 차량 연식이나 제조월이 다를 경우 리콜 수리를 받을 수 없는 현실에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같은 부품에서 동일한 고장이 발생했다면 제조사가 연식이나 제조월 무관하게 책임지고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완성차 업계에서는 동일 부품이라도 설계나 생산방식 등에 따라 무조건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대차, 기아, KG모빌리티, 한국지엠, 르노코리아, 벤츠, 볼보 등 완성차 업계는 △설계 변경 △공정 개선 △부품 수급처 변경 등에 따라 같은 부품이라도 결함 여부나 원인이 다를 수 있어 연식, 제조월 차이로 리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기인증적합조사를 통해 제작자가 자기인증해 판매한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무작위로 구매하고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의 경우 출시 이후에도 성능, 안전 등과 관련해 변경 또는 개선돼 차량에 탑재될 수 있다. 적합조사를 통해 철저하게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가 있는 부품에 대해선 리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 부품이 시점에 따라 개선, 변경됐는지 여부는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제조사 리콜 안내에도 리콜 시작일, 원인, 리콜 대상, 부품명 등만 고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같은 증상과 고장이 발생하면 차주 입장에서는 리콜 대상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어서 현장에서 갈등이 빈번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부품은 설계, 공정 변경 등 여러 변수로 동일할 수 없고 자발적 시정조치의 경우 제조사가 리콜 대상 차량을 정하기 때문에 국토부가 리콜 대상 외 차량까지 리콜 여부를 파악하고 있진 않다”며 “특정 차량의 동일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결함이 의심되는 차량에 대해 조사하고 제조사에 리콜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같은 부품,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이라도 언제 생산된 건지에 따라 리콜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제조사에서 특정 시점에 생산된 부품이 탑재된 차량을 리콜 대상으로 선정할 때 정부와 시민단체가 리콜 대상 외에 시점에 생산된 차량에도 문제가 없는지 적극 개입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리콜 부품이 개선이나 설계 변경 등이 이뤄진 이후에 생산된 경우라면 이전 부품에 대해선 리콜 대상으로 정하기 힘들 수 있다”며 “간혹 몇 개월 후 리콜 대상을 확대해 진행하는 추가 리콜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는 자비로 수리 시 영수증과 같은 증빙 자료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리즈 끝>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