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들, ‘혼용률 속임’ 패딩 리콜 큰소리 치더니...소비자는 4개월 째 '방치’
"물류, 카드사 등 얽힌 구조 영향"
2025-06-25 이정민 기자
#사례2 서울에 사는 이 모(여)씨는 더블유컨셉(이하 W컨셉)에서 구매한 패딩이 혼용률 오기재로 환불된다는 안내에 따라 지난 5월 중순 제품을 반송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환불이 이뤄지지 않았고 고객센터에 문의할 때마다 “정산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만 돌아왔다. 이 씨는 “절차대로 제품도 돌려보냈는데 왜 환불까지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며 빠른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 겨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중심으로 패딩 등 아우터 제품의 혼용률 엉터리 기재 사례가 잇따르면서 리콜과 자발적 환불이 이뤄졌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회수나 환불을 받지 못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통된 플랫폼 측의 미진한 대응이 문제라고 지적하나, 업체들은 브랜드 자체의 처리 지연, 물류, 카드사 정산 등 복잡한 절차가 얽힌 구조적 한계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①제품 회수가 이뤄진 후 ②브랜드가 이를 확인하고 ③소비자가 플랫폼을 통해 환불 요청한 뒤 ④카드사 승인 취소까지 마무리되려면 수 일에서 길게는 수 개월씩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다단계 절차 속에서 소비자는 브랜드와 플랫폼, 결제사 사이에 방치된 채 놓여 있는 것이다. 특히 문제 제품을 판매했던 브랜드와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무신사나 W컨셉 같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브랜드가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플랫폼은 “브랜드가 처리해야 한다”고 하고 브랜드는 “플랫폼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말하며 단계마다 절차가 지연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무신사와 W컨셉 양 플랫폼 측은 환불 지연에는 여러 절차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측은 “당시 리콜 대상 고객에게는 회수 및 환불에 필요한 정보를 기입하기 위한 구글폼을 작성하도록 안내했고 무신사 구매 건에 대해서는 현재도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며 “리콜 통보 이후부터 성실히 후속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W컨셉 관계자는 “해당 건은 W컨셉 측에서는 환불 처리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씨의 경우 결제 시점이 1년 반 전이라 카드사 취소가 지연되며 환불도 늦어진 사례"라며 "특히 7개월 할부로 결제돼 일시불보다 카드사 처리 기간이 더 오래 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 지연과 같은 상세 내용을 고객센터에서 충분히 안내하지 못한 점은 내부 대응의 미흡으로 현재는 이 씨에게 카드사 취소 지연 등 사유를 설명하고 카드사 측 연락 권유를 통해 직접 중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혼용율 엉터리 기재에 따른 비난이 고조되자 플랫폼들이 리콜하겠다고 공지한 만큼 플랫폼들이 보다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회수부터 환불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하는 구조로 인해 소비자가 방치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플랫폼이 원론적으로는 중개자이지만 브랜드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방식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피해 구제를 플랫폼과 브랜드가 서로 책임을 미루거나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사이에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플랫폼이 일정 수준의 기준과 제재를 마련하고 이를 브랜드에 적용해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신사는 지난 1월 덕다운과 캐시미어 제품을 취급하는 입점 브랜드 상품 7968개를 전수 검사해 2개 브랜드에 퇴점 조치를 내리고 5개 브랜드에는 판매 중단을 시행했다. 이어 2월에는 42개 브랜드, 165개 상품에 대해 리콜 및 판매 중단을 공지했다.
W컨셉 역시 지난 3~4월 혼용률이 잘못 표기된 일부 브랜드 제품을 리콜하고 구매 고객에게는 개별 연락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