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세탁기 등 강화유리 갑자기 ‘펑’ 터져...'자파' 입증 못하면 보상 '꽝'

예상지 못한 '자파'사고... 피해 입증 난망

2025-07-08     선다혜 기자
#사례1=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여)씨는 지난달 구입한 지 약 2년 된 위니아 김치냉장고 강화유리가 외부충격 없이 파손되는 피해를 겪었다. 위니아 측에 AS를 요청했으나 “강화유리 파손된 부분만 교체할 수 없고 문을 통째로 갈아야 한다”면서 “다른 소비자들은 시트지를 붙여 사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더불어 소비자 과실로 인한 만큼 보상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사례2=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김모(여)씨는 지난 2월 구입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캐리어 냉장고 도어의 강화유리가 갑작스럽게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김씨는 “강한 충격을 준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제조사는 사용상의 과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수리비로 28만원을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사례3=대구에 거주하는 정모(남)씨는 최근 인덕션 강화유리 상판에 균열이 생겼다. 정씨가 AS를 요청하자 제조사인 하츠인덕션 측은 “외부 충격 없이는 절대 깨지지 않는다”면서 무상수리를 거절했다. 정씨는 “충격을 준적도 없고 사용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비자 책임이라는 건 억울하다”면서 불만을 제기했다. 
 
▲소비자가 사용하던 인덕션 상판 강화유리에 원인불명의 금이 간 모습


냉장고·세탁기·인덕션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강화유리가 갑작스럽게 파손되는 ‘자파현상’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자파 현상이 발생해도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고, 이에 대한 보상 규정도 마땅치 않아 소비자들이 사실상 피해를 떠안는 구조라는 점이다.

8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강화유리를 사용한 가전제품에서 발생한 자파 현상과 관련해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SK매직 ▲쿠쿠 ▲위니아 ▲하츠 등 대부분의 가전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화유리는 특수 열처리를 가해 일반 유리보다 3~5배 강도가 높고 외관이 아름다워서  냉장고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열처리 과정에서 미세한 불순물이 유입되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 내부 응력 등으로 인해 갑작스레 파손되는 자파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겉으로는 멀쩡한 상태였더라도 미세한 균열이 누적되거나 응력이 일정 수준을 넘기면 유리가 터지듯 산산조각 나는 식이다.

자파현상에 대한 보상은 제조사들마다 다른 상황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경우 자파현상으로 인해 강화유리가 파손될 경우 사용기간에 상관없이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더불어 강화유리가 깨진 원인이 불명확한 경우에도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자파현상이 원인으로 확인되면 보증기간과 무관하게 무상 AS를 해준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에서 아주 드물게 자파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자파로 확인될 경우 보증기간과 관계없이 무상 교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인을 명확하게 알아내는 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외부 충격에 의한 파손인지 자파현상 때문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 제조사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조사가 ‘자파현상’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수리비를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사례에서도 소비자들이 자비를 들여 제품을 수리하거나 새 제품을 구매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원론적인 하자 보상 기준만 있어 제조사가 자파 현상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보상은 어려운 구조다.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경우 품질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동일 하자에 대해 2회 이상, 여러 부위 하자에 대해 4회 이상 문제가 생길 경우 교환 및 환불 가능하다. 

대형 가전업체 관계자는 “자파 현상이 자주 발견되지 않는데 간혹 발생해서 AS 문의가 오면 소비자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처리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