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형 에어컨 모터 굉음에 잠 설쳐...소음 기준 없어 소비자-업체 분쟁 빈발
일체형 설계, 설치 구조상 불가피
2025-07-15 선다혜 기자
#사례2=경기도에 사는 김 모(남)씨는 이달 1일 온라인으로 산 위닉스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했다. 그날 밤 '뜨르르르~'하는 모터 소음이 너무 심해 밤잠을 설쳤다. 김 씨는 다음날 업체 고객센터에 교체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방문한 수리기사는 "이 정도 소음은 다 난다. 이상 없다"면서 아무런 해결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김 씨는 "소음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정상 수준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기막혀했다.
창문형 에어컨은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설치가 간편해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나 가동 시 과도한 소음으로 소비자 불만을 사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와 본체가 일체형으로 설계됐고 창문에 설치하는 구조적 특성상 스탠드형이나 벽걸이형 보다 소음이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소음이 제품 하자로 간주되기 어려워 AS나 교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6월 중순부터 창문형 에어컨 품질, AS 관련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이중 '소음' 문제는 소비자와 업체 간 '하자 판단'을 놓고 다툼이 큰 영역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삼성전자 ▲LG전자 ▲오텍캐리어 ▲쿠쿠전자 ▲위닉스 ▲신일전자 ▲파세코 등 대부분 가전업체에서 내놓고 있다.
제품별 차이는 있지만 제조사들이 광고하는 창문형 에어컨 평균 소음은 약 40~50데시벨(dB) 수준이다. 냉장고나 조용한 사무실에서 들리는 소리와 비슷하다. 최근 출시된 제품들은 이보다 더 낮은 34~42dB 수준까지 소음을 줄이며 정숙성을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수면 중 창문형 에어컨 소리 때문에 잠을 설친다”, “조용하다더니 선풍기보다 시끄럽다”, “창문형 에어컨이 시끄러워 선풍기를 쓰고 있다“ 는 등 진동음이나 팬 소리가 예상보다 크다고 지적한다. 대부분 어느 정도 사용한 이후가 아닌 설치 직후 첫 가동 시부터 소음이 과도해 제품 문제로 인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쿠쿠, 신일전자, 파세코 등 주요 제조사들은 소음이 주관적 편차가 크고 발생 원인도 여러가지라 데시벨 측정 외 여러 점검을 통해 제품 하자 여부를 판단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냈다. 그러나 ‘몇 데시벨 이상이면 문제’라고 규정할 명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입 모았다.
제품이 실험실에서 측정한 수치와 실제 가정 내 설치 환경에서의 소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대신 제조사들은 소비자가 소음 문제를 제기할 경우 현장을 방문해 데시벨을 측정하고 이상 유무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결국 현장 기사의 판단에 따라 문제 해결이 좌우되다 보니 소비자 불신도 쌓이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 등 냉방기에 소음이 심하다고 AS가 접수되면 우선 수리기사를 현장으로 파견해 데시벨 등을 실제로 책정한다. 데시벨이 실제로 크다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만약 제품의 결함이라면 규정에 맞게 수리 또는 교체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공간적인 특성이나 또는 소비자가 소음을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별도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음‧진동관리법상 전자제품에 대해 저소음 표시제를 운영하고는 있지만 이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일부 품목에만 해당된다”며 “에어컨의 소음 표기는 제조사 자율에 맡겨져 있고 이마저도 대부분 실험실 조건에서 측정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가정에서 체감하는 소음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창문형 에어컨 소음으로 불편을 겪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제품 하자나 보상의 근거로 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가전제품의 소음 관련 조항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노트북처럼 소음 기준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정 사무총장은 "에어컨은 밤에도 쓰는 가전인 만큼 소음이 지나쳐 일상생활에 거슬릴 정도면 문제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우선 소음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서 기준을 만드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