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망 지키고 저가 시장 잡고…뷰티업계, 가성비 채널 ‘전용 브랜드’로 승부수

2025-07-15     이정민 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뷰티업체들이 대형마트, 편의점, 다이소 등 저가형 유통망을 겨냥한 초저가 전용 브랜드를 속속 출시하며 소비자층을 두텁게 공략하고 있다. 과거처럼 동일 브랜드 제품의 용량을 줄이거나 할인해 판매하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불황으로 구매력이 낮아진 소비자층을 겨냥해 가격은 낮추되 기존 제품과의 직접적인 스펙 비교는 어렵게 해 기존 유통망과 소비자층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이마트와 손잡고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히알루론 판테놀’ 4종을 단독 출시했다. 해당 브랜드는 LG생활건강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됐지만 기존 브랜드와는 별도의 콘셉트로 기획돼 이름과 패키지 디자인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제품 스펙 비교는 쉽지 않다. 비욘드와는 독립된 브랜드로 운영되며 가격은 기존 제품의 4분의 1~5분의 1 수준으로 아주 저렴하게 책정됐다.

이는 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저가 수요를 함께 흡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원화 전략이다. 기존 브랜드명을 그대로 활용해 저가 제품을 출시할 경우 기존 프리미엄 라인을 사용하던 소비자의 이탈은 물론 약국·로드숍 등 기존 유통망에서의 반발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다이소는 이러한 제조사 전략에 가장 민첩하게 반응하고 있는 유통 채널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프렙 바이 비레디’를, LG생활건강과는 ‘TFS’(더페이스샵 계열), ‘바이오디티디’(CNP 기반) 등의 단독 브랜드를 선보였다. 모두 소용량·저가 구성으로 가격 문턱을 낮추면서도 기존 브랜드와는 구분되는 외형과 브랜드명을 갖췄다.

애경산업도 다이소를 통한 전용 브랜드 전략에 발 빠르게 합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론칭한 ‘투에딧 바이 루나’는 출시 7개월 만에 내부 매출 기준 누적 판매량 130만 개를 기록하며 초저가 전용 브랜드의 수요 가능성을 입증했다.

화장품 업계 전통 강자인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뿐만 아니라 손앤박 등 소규모 브랜드도 편의점 채널을 겨냥한 단독 브랜드를 선보였다.

손앤박은 GS25와 손잡고 ‘손앤박 하티’를 단독 출시하며 편의점 채널을 통해 저가·소용량 중심의 신규 수요 공략에 나섰다. 화장품을 구매하기 애매한 상황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뷰티 아이템을 표방하며 편의점이라는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마트 용산점에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히알루론 판테놀’ 4종이 전개된 모습. 사진=이마트

뷰티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다이소는 LG생활건강의 건기식 브랜드 ‘리튠’을 기반으로 한 ‘이너뷰 바이 리튠’을 단독 출시했다. 패키지, 용량, 가격뿐 아니라 ‘간편 섭취’, ‘낮은 진입 장벽’ 등을 고려한 제품 설계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신규 소비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업체들이 이 같은 단독 브랜드 전략을 택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 확보를 넘어 브랜드 가치 보호와 유통 구조 내 이해관계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제약사들이 다이소를 통해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했을 당시 약사회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브랜드명과 패키지를 별도로 설계하고 기존 유통망과의 충돌을 피하면서도 이마트·다이소·편의점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통해 저가 소비자층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신규 판로를 넓힐 수 있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자사 채널 전용 브랜드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소비자 재구매 및 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시장 전반을 이끄는 가운데 다이소나 이마트, 올리브영 같은 주요 유통 채널이 특히 그 흐름을 잘 반영하고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런 채널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는 건 유리하고 유통사들 역시 자사 전용 브랜드나 제품을 확보하려는 니즈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뷰티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많이 찾는 채널에 제품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최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건 ‘가성비 채널’이고 초저가 시장은 글로벌하게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려면 전략적인 제품군을 미리 갖춰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형마트들은 신선식품은 강화하면서 비식품 부문은 축소하되 올리브영 같은 경쟁력 있는 외부 입점사를 유치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며 “다만 자체 비식품 상품군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제조사와 협업해 만든 단독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저가 시장은 이미 수요가 입증된 영역이고 오프라인 채널로 소비자를 다시 끌어오기 위한 전략으로도 단독 협업 브랜드는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