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대교 재건축 조합, 해외 건축설계사 직접 선정·품질 기준 상향...삼성물산-롯데건설 최종 승자는?
2025-07-18 이설희 기자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80페이지에 달하는 ‘공동주택 성능 요구서’를 배포하고 자체 총회를 열어 해외 건축설계사를 직접 선정할 예정이다.
대교아파트 조합 측은 시공 품질을 정량화·정밀화하는 등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고 설계 저작권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조합에 시공 품질과 외관 설계 등을 제안했던 수주전과는 달리 조합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지 여부가 수주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신반포4차 등 정비사업 실적을 강조하며 사업 안정성과 준공 이후 품질관리 등을 핵심 무기로 내세울 계획이다. 반면 롯데건설은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을 앞세워 고급화 전략을 강화할 예정이다. 조합 측이 원하는 고층 설계·사업 조건을 철저히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은 브랜드 ‘래미안’과 시공 능력을 앞세워 조합 신뢰 확보에 주력한다. 입찰 공고 전부터 대교아파트 전담 영업조직을 운영해 ‘여의도의 새로운 역사 삼성이 함께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 칼리파’ 시공 경력을 예시로 홍보를 진행했다.
삼성물산은 가격보다는 품질, 기술, 경험 기반으로 수익확보가 가능한 부분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주담대 이슈로 인해 이주비 대출이 막힌 만큼 압도적인 신용도를 앞세워 자금조달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삼성물산의 신용등급은 AA+로 국내 건설사 중 최고 등급을 유지 중이다.
롯데건설은 여의도 최고 랜드마크 설립을 약속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위해 ‘르엘’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조합이 요구하는 최고 49층 높이로 구성된 4개 동 꼭대기에 올라가는 스카이라운지 시공을 위해 초고층 시공능력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건설은 국내 최고층 건물이자 대한민국 최초 100층 이상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시공 경력을 적극 활용 중이다.
롯데건설도 대교아파트 전담팀을 꾸려 조합이 요구하는 내용에 발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대교아파트 입찰에 맞춰 새로 개발한 커뮤니티 스타일 '살롱드캐슬'과 조경 브랜드 '그린바이그루브' 등을 어필하며 새로운 공간 제안하고 있다.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9일 총회를 열어 해외 건축설계사를 자체 선정할 예정이다. 후보로는 헤더윅 스튜디오와 그룹 저디 등이 언급되고 있다. 해외 설계사가 선정된 이후에는 외관 설계 등의 저작권을 조합이 귀속할 예정이다.
조합이 직접 해외 설계사를 선정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다른 수주전의 경우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각 해외 설계사와 협업해 외관 설계 등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대교아파트 조합은 직접 설계사와 계약해 자체적으로 시공 자격 요건을 규정하고 건설사가 이를 맞출 수 있는지 세심하게 따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합은 지난 10일 입찰 공고와 함께 공동주택 성능 요구서도 함께 배포했다. 조합이 별도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다. 서울시 표준 요구서는 10페이지 불과하지만 조합 측은 소음 차단, 단열, 공기 질, 방수, 에너지 모니터링 등 총 16개 핵심 항목에 대해 세부 기준을 세워 건설사에게 직접 요구하고 나섰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예상 공사비만 8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하 5층~지상 49충, 총 912가구로 재탄생한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여의도 일대 부지 중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특히 공공기여시설 신설로 인해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되면서 용적률을 최대 469% 적용하고 대지 지분도 높아 여의도 일대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