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숙소 취소 후 위약금 갈등 속출...플랫폼 업체, 규정 강제성 없어 '중재' 외엔 보상 불가

2025-07-23     송민규 기자
# 전남에 사는 오 모(여)씨는 서울 방문을 계획하며 NOL(구 야놀자)에서 18일 묵을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 당일 광주·전남지역에 내린 폭우로 일부 기차 운행이 중지됐다. 오 씨가 예매해 둔 SRT 열차도 운행이 취소됐다. 시외버스도 예약이 꽉 차 이용할 교통수단이 없었다고. 오 씨는 NOL 측에 숙소 예약 취소를 청했으나 거절됐다. 대신 다음주 중에 이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변경해주겠다고 말했다. 오 씨는 "18일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가기로 했던 거다. 다음주는 갈 이유가 없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 서울시 강북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전남 함평군에 방문하기 위해 여기어때를 통해 한 숙소를 예약했다. 숙박일인 19일 이틀 전인 17일부터 뉴스에서는 광주·전남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김 씨는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판단해 17일 여기어때를 통해 ‘천재지변으로 인한 무료 취소’를 요청했다. 여기어때 측은 '당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계속 항의한 김 씨는 "숙박비 약 20만 원 중 위약금 10%를 빼고 돌려받았다"면서도 "왜 전액 돌려받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경기도 김포에 사는 박 모(여)씨는 부여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에어비앤비에서 19일 1박할 숙소를 예약했다. 여행 전날 집중호우로 박 씨가 이용하려고 계획했던 도로 일부가 통제됐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박 씨는 비가 많이 내려 여행을 갈 수 없다고 판단해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예약 취소를 요구했으나 거절됐다. 김 씨는 “에어비엔비에서는 호스트와 협의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주말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숙박시설 취소 수수료 분쟁이 치솟고 있다.

소비자들은 호우로 도로가 통제되거나 교통수단 운행 중지 등 부득이한 이유로 취소하는데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숙박업소들은 다른 이용객들은 방문하기도 해 모든 수수료 피해를 떠안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숙박플랫폼은 입점업소에 전액 환불을 강제할 수 없고 소비자 요구도 무시할 수 없어 적극 중재에 나선다며 난색을 표했다.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는 호우가 시작된 지난 16일부터 일주일간 숙박업소 취소를 놓고 수십건의 민원이 빗발쳤다.

소비자들은 집중호우로 도로가 통제·유실되고 열차 운행이 중단되는 등 이동 문제와 홍수 같은 안전 문제 등을 들어 숙박업주들에게 위약금 없이 무료 취소를 요구했다. 업주들은 숙박업소가 위치한 곳은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거나 다른 숙박객들은 도착했다는 근거를 들며 위약금 없는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맞서 갈등이 커졌다. 

일부 숙박업소에서는 예약일을 다음주나 8월로 미뤄주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소비자들은 일정을 바꾸긴 어렵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계속 됐다.

NOL, 여기어때, 트립닷컴, 아고다, 에어비앤비, 네이버예약 등 플랫폼을 통해 숙박업소를 결제한 소비자들은 플랫폼이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점을 불만으로 제기하기도 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천재지변으로 소비자의 숙박지역 이동이나 이용이 불가해 당일 예약을 취소할 경우 계약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기상청이 강풍·풍랑·호우·대설·폭풍해일·지진해일·태풍 등을 발령한 경우로만 한정된다.

그러나 분쟁해결기준은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같은 갈등이 해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불거지고 있다.

플랫폼사들도 이같은 상황에서는 중재 이상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환불 규정은 각 숙박업주의 고유 권한이다 보니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고 환불을 강제한다면 법에 저촉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NOL(구 야놀자) 관계자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취소는 고객과 제휴점의 상황 및 증빙 여부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된다”면서 “제휴점에 상황을 공유해 취소를 조율하나 제휴점 협의가 어려울 경우 NOL에서 일부 지원해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취소·환불에 대한 모든 권한은 제휴 숙소 측에 있다”면서 “환불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제휴점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중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자연재해와 같은 대규모 사건으로 인해 예약 이행이 불가능하거나 법적으로 금지되는 드문 경우에는 중대 재해 정책이 적용될 수 있다"며 "해당 정책이 적용되는 경우, 게스트는 예약을 취소하고 해당 예약의 환불 정책과 관계없이 환불, 여행 크레딧 및 또는 기타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에어비앤비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당국의 대피령에 따라 영향을 받은 예약에 해당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환불에 대해 소비자 전문가들도 의견 차를 보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천재지변의 경우 숙박업체의 귀책이 아니다 보니 공급자에게 무조건 전액 환급을 요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숙박업체들의 어려움도 이해가 되지만 천재지변에 대해서는 환급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사무총장은 집중호우가 내리는 중에 무리하게 이용하려다가 사고가 날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악용하는 경우는 배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