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직원 99%가 금소처 분리 반대라더니 집계 조작...'의견없음'을 '동의'로

직원 직접 서명 대신 팀장급이 대면 설문

2025-08-05     김건우 기자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는데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내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집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직원들에게 찬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의견 없음'을 금소처 분리 반대의견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직원들에게 직접 서명을 받는 대신 대의원이 소속 부서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묻는 방식을 취해 직원들이 다른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한다.

현직 금감원 직원인 A씨는 "금감원 실무 직원 거의 전원이 금소처 분리에 반대한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팀장급들이 직원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으면서 동의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달 21일 배포된 성명서에서 금감원 73개 부서 팀장 및 수석, 선임, 조사역 등 실무직원 1539명이 '진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소처 분리를 반대한다며 진정한 금융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현재의 통합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성명서 내용에 동의했다는 1539명은 파견자 제외 금감원 팀장급 이하 직원 99.1%에 해당하는 압도적인 숫자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대통령실에 제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금감원 내 금소처를 감독·검사권한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 독립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직원들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비율로 금소처 분리를 반대한다는 성명서가 발표된 것이다.

그러나 제보자 A씨에 따르면 해당 성명문이 금소처 분리시 타 지역 이동과 같은 피해가 예상되는 금소처 소속 일부 실무자들 주도 하에 추진되었다고 한다.  
 
▲ 현직 금감원 직원 A씨는 성명서 발표를 주도한 일부 직원들이 '무응답' 의견도 '찬성'으로 간주하는 등 성명서 동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제시한 금감원 내부 메신저 내용에 따르면 발신자는 노조 분회 연락담당들에게 "각 부서 직원들에게 실명으로 해당 성명서에 대한 찬반여부를 오늘(금요일) 오전 중으로 취합 및 제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성명서를 직원들에 배포하고 불과 반나절 만에 동의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문제는 의견이 없는 '무응답' 직원에 대해서도 분리 반대 성명서 내용에 '찬성'한다는 의견으로 포함해 계수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점이다. 소극적 비동의를 적극적 동의로 둔갑시킨 셈이다.

더구나 해당 동의절차가 직원들의 직접 서명방식으로 이뤄지지 않고, 노조 대의원인 팀장급이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방식으로 급속 진행돼 자발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메시지에 '(노조) 대의원'의 도움으로 직원동의 절차를 받겠다는 문구와 문의사항은 '소속 팀장'을 통해 회신하겠다는 문구가 담겨 있어 팀장급이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찬반을 물어본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이러한 정서적 구호에 반대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면서 "다수 직원들이 응답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응답없음'도 모두 성명서 내용에 동의한다고 집계돼 마치 실무자 대부분이 성명서에 동의한 것처럼 발표됐고 이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서는 발표 당시 현직 금감원 실무직원조차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반대한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해당 성명서가 집계 자체를 왜곡한데다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직원들의 자발성을 해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조직 이기주의에 따른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해당 성명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이와 관련한 금감원 공식 입장은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