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유상 옵션' 시스템 에어컨 2년 지나면 AS 공백?…시공사·설치업체·제조사 모두 발 빼

2차 피해 보상 다툼도 잦아

2025-08-07     정은영 기자
#사례1 대구에 사는 임 모(여)씨는 지난 2022년 중견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에 입주할 당시 삼성전자 시스템 에어컨을 옵션으로 선택했다. 최근 찬바람이 나오지 않아 삼성전자에 AS를 신청했다. 방문한 기사는 '냉매 부족'으로 진단한 후 수리를 완료했다. 그러나 하루 뒤 동일한 증상이 발생했고 삼성전자 측은 "배관 문제인 것 같으니 시공사에 문의해보라"고 했다. 시공사에서는 "하자보수 기간이 종료돼 AS가 어렵다"고 말했다. 임 씨는 "설치업체는 '현재 다른 지역이라 당장 내려가기 어렵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했다"고 답답해했다. 건설사 측은 "3년 동안 에어컨 관련 민원은 들어오지 않았다"며 "점검 이후 배관상의 문제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입주자 부담으로 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례2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 역시 지난 2022년 잘 알려진 브랜드 아파트에 입주하며 유상 옵션으로 LG전자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다. 그간 별탈 없이 이용했으나 지난 7월 초 에어컨 실외기 배수관에서 흐른 물이 배수구가 아닌 바닥으로 흘러 아랫집에 누수 피해를 입혔다. 아파트 AS센터에서는 "하자보수 기간이 올해 5월에 만료됐다"고 선을 그었다. 오랜 설전 끝에 이 씨는 배관 무상 교체를 받았다. 그러나 누수 피해를 입은 아랫집은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 씨는 "아파트 옵션인 에어컨 설치가 잘못돼 발생한 문제인데 입주민에게만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상황"이라고 분노했다.

아파트 분양 시 유상 옵션으로 시스템 에어컨 등 빌트인 가전을 선택하는 입주자들이 늘면서 설치 하자 AS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통상 입주일 기준 2년까지는 시공사에서 하자보수 책임을 지지만 이후에는 책임 소재가 달라진다. 제품 자체 문제라면 제조사에 AS를 신청하면 되나 설치 하자인 경우에는 때에 따라 시공사나 설치업체로 책임 주체가 달라져 혼선을 겪게 된다. 

7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 시 유상 옵션으로 선택한 에어컨의 잘못된 설치로 피해를 입었는데 보상은커녕 제대로 수리조차 받지 못해 고통 받는 소비자 민원이 적지 않다. 다툼은 주로 시공사 하자담보기간인 2년이 지난 후에 발생했다. 특히 시스템 에어컨의 경우 설치 환경상 배관 확보 문제로 누수 등의 피해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 군소 설치업체에서 진행하다 보니 AS를 받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소비자들은 분양 시 계약한 옵션 가전의 하자인데 보수 기간이 지나면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구조라며 소비자만 시간과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자보수 기간이 지나더라도 설치상 결함에 대해서는 시공사의 책임을 인정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입주 2년까진 시공사 책임, 이후엔 설치업체?

대부분 건설사들은 유상 옵션 가전의 담보 책임 기간인 2년이 지나면 입주자가 직접 제조사나 사설업체에 연락해 수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측은 "보통 가전제품은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이 2년"이라며 "삼성물산에서 시공한 건물에 설치된 제품이 고장 났을 시 2년 이내에는 출장 AS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2년이 지난 후에는 입주자가 직접 서비스센터에 연락해 수리해야 한다.

현대건설은 "하자 담보 기간이 지난 경우 특정 세대에서만 발생한 민원이라면 시공사가 나서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세대에서 발생해 실제 에어컨 배관 시공에 문제가 확인되면 시공사에서 수리가 가능할 수 있으나 특정 세대에서 발생한 민원은 배관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 역시 "시공사가 책임지고 보수해줄 수 있는 기간은 가전 품목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2년이다.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입주자가 수리를 개인적으로 맡겨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가전사들은 아파트  유상 옵션으로 설치되는 시스템 에어컨은 설치 주체에 따라 '설치 '보수 책임이 달라진다고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에어컨 제품을 공급할 뿐 설치를 직접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고장났을 경우에는 시공사나 설치업체에 문의해야 한다"며 "직접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치상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AS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측도 "아파트 입주 시 유상 옵션으로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의 경우 설치 관련 문제는 시공사나 설치업체에 문의해야 한다"며 "제품 고장은 자사 AS 보증기간에 따라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입주자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함이 발생된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세대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입주민 회의체 등을 통해 시공사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