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개인기업] 한화 김동관 3형제의 한화에너지, 자체사업으로 고속성장...10년간 1150억 배당
대기업 오너 일가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력 회사와 별개로 개인기업을 소유하는 일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과거 주력 기업이 일감을 몰아줘 오너의 개인기업을 키우고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를 마련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가 비판과 규제의 대상이 되자 최근 이런 기업들도 독자적인 수익원을 발굴하며 홀로서기를 꾀하고 있다. 주요 기업 오너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 개인기업들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세 아들이 전액 출자한 한화에너지(대표 이재규)는 에너지 전문회사로 전환한 뒤 최근 10여 년간 그룹사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자체 사업을 확대해왔다. 그 결과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과 남미, 아시아 각국에서 태양광사업을 확장하며 글로벌기업으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이뤄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그룹 계열사 중 4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는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분 50%를 지녔고, 두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오너 일가 개인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 LNG 발전사업 등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전신은 그룹 계열사 보안업무를 담당하던 시스템통합(SI)업체 한화S&C다. 2010년까지만 해도 개별기준 매출은 1000억 원대에 그쳤지만 2012년 한화솔루션(대표 김동관) 자회사였던 여수 열병합발전소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한화에너지로 바꾸고 에너지 전문회사로 본격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9000억 원으로 2012년(3208억 원) 대비 2.8배 늘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했는데, 이 같은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경우 매출 1조 원을 무난하게 넘기게 된다.
과거 SI 시절이던 2010년과 2011년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58.6%, 50.5%로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회사로 전환 후 내부거래 비중은 30%대로 낮아졌다. 최근 10년 중 3년은 2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내부거래 매출은 1499억 원에서 2901억 원으로 93.5% 증가했는데, 내부거래를 제외한 매출도 3095억 원에서 6102억 원으로 97.2% 늘었다.
독자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하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일정 규모 이상을 안정적으로 기록하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세 아들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수의 오너 일가 개인기업들이 적자를 내면서도 배당을 강행하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2238억 원을 기록했는데 한화그룹의 102개 제조 계열사 중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4997억 원), (주)한화(3082억 원), 한화시스템(2251억 원)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떠 오른 한화오션(2108억 원)보다도 많다.
◆한화솔루션과 내부거래는 경영 효율화 차원...태양광 발전·ESS 앞세워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 중
내부거래는 여수산업단지 내 위치한 한화에너지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와 증기를 인근 한화솔루션 여수 공장에 공급하면서 발생한다.
한화에너지의 지난해 내부거래 매출 2901억 원 중 88%인 2574억 원이 한화솔루션과의 거래로 발생했다.
물리적으로 가까워 송전·공급 비용이 적고 열병합발전소가 전기와 함께 공정에 필수적인 증기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어 한화솔루션 입장에서는 외부 조달보다 효율적이며 원가 절감 효과도 큰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에너지가 한화솔루션에 공급하는 전력 가격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적용되며 발전 원가를 바탕으로 기업 간 개별 협상을 통해 가격이 정해진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수의계약으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이뤄지는 내부거래가 대부분인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해외에서 태양광 발전소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며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미국, 멕시코,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2021년부터는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Total)과 함께 미국 내 태양광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태양광 개발을 담당하는 미국 내 100% 자회사인 174파워글로벌(174 Power Global)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174파워글로벌이 보유한 발전사업권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의 합작사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미국에서 태양광 사업을 개발하고 직접 운영하는 사례는 국내 기업 중 한화에너지가 유일하다.
스페인에서는 B2B 및 B2C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 리테일과 태양광 분산 발전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태양광 개발에 이어 전력 소매 시장에도 진출했다.
ESS를 활용한 전력산업 밸류체인 기반 에너지 솔루션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는 독립형 및 태양광 연계형 ESS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주파수 조정용 ESS 사업을 시작으로 태양광 관련 분야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청정 에너지원인 LNG를 활용한 사업도 병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통영에 1GW급 LNG 발전소를 건설해 지난해 10월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해외에서는 베트남에서 한국가스공사,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공동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형제 자금줄 역할 톡톡…10년간 1150억 원 배당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손재일), 한화시스템(대표 손재일), 한화오션(대표 김희철) 등 방산 3사를 중심으로 방산·우주·태양광 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재 그룹 지주사인 (주)한화 지분 9.77%를 보유했다. 김 회장(11.32%)에 이은 2대 주주다. 김 부회장이 지분 5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주)한화 지분 22.16%를 더하면 사실상 김 부회장이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한화그룹 자녀 세대 승계율은 78.5%에 이르는데 김 부회장이 38.4%로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김동원 사장은 한화생명(대표 여승주)을 중심으로 금융 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대표 김형조)와 한화갤러리아(대표 김영훈) 등 유통·레저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향후 3세 시대가 본격화 되면 조선·방산 등 제조 분야와 금융, 유통·레저 부문을 형제들이 나눠가지는 방향으로 경영 승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 독자성장 체제를 구축한 한화에너지는 3형제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도 하고 있다. 배당을 자주 하진 않지만 한 번에 지급하는 규모가 크다.
최근 10년간을 살펴보면 총 세 차례 배당을 실시했다. 연도별 배당액은 △2015년 148억 원 △2016년 501억 원 △2021년 501억 원이다. 이 기간 김 부회장은 총 575억 원,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각각 287억 원씩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한화에너지 배당금은 든든한 승계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 22.65%의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 부회장은 지분 4.86%,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각각 3.23%를 증여받았다. 최대 60%의 증여세율로 단순 계산하면 김 부회장이 950억 원,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630억 원씩을 부담해야 한다.
한화에너지는 올해 초 기업공개(IPO)를 준비한 바 있다.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대신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KB증권·신한투자증권을 선정했다.
한화에너지가 상장으로 몸집을 불리고 (주)한화와 합병해 3형제 승계를 완성하는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한화 지분 확대나 구주 매출을 통한 증여세 재원 마련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화에너지는 최근 IPO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4월 지분의 절반을 3형제에 증여하면서 한화에너지 IPO의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그룹 내 다수 상장 계열사와의 사업 영역이 겹치는 ‘중복 상장’ 우려가 IPO 보류 배경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현재 승계와 증여 절차가 모두 끝났다. 합병이나 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화에너지 IPO 관련해서도 내부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외부에서 제기된 중복 상장 우려와도 큰 관련이 없으며 현재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