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개인기업] 미래에셋컨설팅, 내부거래 비중 1.2% 불과...박현주 세 자녀 승계율 10%

2025-08-28     이철호 기자
대기업 오너 일가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력 회사와 별개로 개인회사를 소유하는 일이 관행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과거 주력 기업이 일감을 몰아줘 오너의 개인회사를 키우고 이를 통해 상속·증여세를 마련하는 방식이 통용되던 시절도 있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사익편취가 비판과 규제의 대상이 되자 최근 이런 기업들이 독자적인 수익원을 발굴하며 홀로서기를 꾀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오너 일가가 보유한 개인회사들의 실상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67)과 배우자 김미경 씨, 박 회장의 세 자녀 하민(36), 은민(33), 준범(32) 씨 등이 91.86% 지분을 보유한 개인기업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을 36.92%나 보유한 2대 주주여서 ‘숨은 지주사’로 불리기도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그룹 대표기업인 미래에셋캐피탈 지분도 9.98% 보유해 박현주 회장에 이은 2대 주주로 있다.

박 회장의 세 자녀는 지주사나 다른 계열사 지분은 전혀 갖고 있지 않지만,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8.19%씩 보유하고 있다. 이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회사 지분가치의 약 10%에 해당하는 가치를 지닌다.

호텔운영과 건물·빌딩 관리용역을 영위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2022년 호텔수익 확대로 매출이 퀀텀점프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부거래는 연간 70억 원가량으로 크지 않은 수준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2%에 그친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보다 주력 계열사의 지분법 이익 영향을 받는 당기순이익이 훨씬 크게 잡히는 손익계산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74억 원인데 당기순이익은 1904억 원이다.

미래에셋컨설팅은 2008년 9월 옛 케이알아이에이(KRIA)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됐다. 당시 박현주 회장 지분은 43.68%였으나 현재는 48.49%로 높아졌다. 다른 가족들은 지분 변동이 없다.

2024년 초 박 회장 동생인 박정선 씨가 보유한 지분 3.33%를 조카인 박준범 씨에게 증여하려고 했으나 결국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했다. 당시 증여세 문제를 고려해 재단에 지분을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호텔 수익 확대로 매출 퀀텀점프...영업익보다 영업외수익 규모 커

미래에셋컨설팅은 영업수익(매출)의 90% 이상이 호텔 운영 수익에서 나온다. 지난해 영업수익 6235억 원의 92%인 5770억 원이 호텔운영 수익이다. 이 외 골프장 수익 277억 원, 빌딩관리수수료수익 92억 원 등이다.

미래에셋그룹 계열 펀드가 소유한 호텔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2014년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판교를 오픈한 데 이어 2015년에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운영을 시작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은 6년 연속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5성을 획득한 최고급 호텔로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AI의 바둑 대국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과 전남 여수에 세이지우드 CC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에는 광고대행사인 브랜드무브를 흡수합병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부터 호텔 수익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21년 2281억 원이던 호텔 수익은 2022년 4726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지던 적자도 2022년부터는 일정 수준의 영업이익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6월 'KRWM', 'KRWX' 등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도 다수 출원했다. 미래에셋그룹 차원의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진짜 수익은 영업활동으로 인한 게 아니라 지분을 보유한 타법인 지분평가액이 핵심이다.

실제 지난해 영업이익은 274억 원이지만 영업외이익은 1938억 원으로 7배 이상 많다. 영업외수익은 관계기업투자자산평가이익이다. 2023년 역시 영업이익은 492억 원이지만 영업외수익은 2927억 원으로 6배 가까이 많다.

오너 일가 개인기업이지만 이사회에는 자리하고 있지 않다. 김승건 전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채창선 전 전남개발공사 경도사업소 소장, 권범규 전 미래에셋증권 DT추진팀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를 선언한 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을 다량 보유해 지분법이익을 챙기지만 배당은 적극 실시하고 있지 않다. 최근 10년을 살펴보면 2024년도만 배당했고 배당액도 2억 원에 그친다.

이에 따라 이익은 고스란히 잉여금으로 쌓이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1조4670억 원이다. 전년 대비 13.7% 늘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2318억 원에서 533%나 늘었다.
 

◆자녀에 지분만 물려주겠다는 박현주 회장, 승계율은 10.2%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정점에는 박현주 회장이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19%, 미래에셋캐피탈 34.32% 등 핵심계열사 최대주주다. 148개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배를 받는다.

개인기업인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36.92%, 미래에셋캐피탈 지분 9.98%를 보유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3월 말부터 지난 14일까지 미래에셋생명 보통주 167만1950주를 매입했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의 미래에셋생명 지분은 지난해 말 4.26%에서 8월 기준 5.21%로 확대됐다.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역할을 한 셈이다. 미래에셋생명은 그룹 전체 매출의 20%를 책임진다.

미래에셋캐피탈 역시 올해 들어 미래에셋증권 지분을 31.23%에서 32.37%로 높였다.

박 회장 세 자녀의 승계율은 10.2%로 높지 않다. 다만 박 회장이 60대 중반으로 젊어 승계를 위한 시간은 여유가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2021년 이른바 한국 재벌의 등식인 2세·3세 경영이 미래에셋에서는 없다고 선언했다.

이후 박 회장은 2023년 12월 26일 서울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미래에셋희망재단과 기부약정서를 체결했다. 이번 약정서 체결을 통해 박 회장은 향후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의 25%까지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현재 그룹에서 일하고 있는 2세는 장남인 준범 씨 밖에 없다. 박준범 미래에셋벤처투자 선임심사역은 지난해 말 회사가 단행한 애슬레저 브랜드 기업 '안다르'의 구주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에 입사한 것은 최근이다. 2021년만 해도 준범 씨는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금융업과 무관한 국내 중견기업에서 근무했다.

박 회장은 주식 지분을 물려줘 2세들이 대주주로 이사회에 간헐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2조5000억 원 규모로 평가되는 박 회장 주식을 받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과제다.

세 자녀가 유일하게 지분을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이 승계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은 거론되지 않지만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 가능성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상법 개정, 공정위 강화 등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함에 따라 복잡한 지배구조를 지닌 미래에셋그룹으로서는 변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로 전환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크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미래에셋컨설팅의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입은 자기자본투자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취득한 것이며 그 외 다른 의도는 없다"며 "현재는 지배구조 개편 관련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에셋은 글로벌 투자금융그룹으로 각 계열사는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며 "현 각자 계열사 체계는 해외 비즈니스 및 글로벌 투자를 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에 적합한 체계"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