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美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김동관, "한미 조선 협력 중추적 역할 할 것"

2025-08-27     이범희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조선산업 재건 프로젝트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중심에는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가 섰다.

26일(현지 시각)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 3호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이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6일(현지시각) 미국 필라델피아시의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에서 이재명 대통령,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사를 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조쉬 샤피로 펜실베니아 주지사, 토드 영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메리 게이 스캔런 연방 하원의원 등이 자리했다.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마이클 쿨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글로벌부문 대표가 참석했다.

한화그룹은 이날 행사에서 한화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재원은 한미 관세 협상에서 ‘타결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1500억 달러 규모 조선산업 협력펀드에서 조달한다.

이를 통해 도크 2기와 안벽 3기를 추가 확보하고, 약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해 현재 연간 1~1.5척 수준에 불과한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을 도입해 LNG 운반선과 함정 블록·모듈을 생산하고, 더 나아가 함정 건조까지 추진한다.

같은 날 한화해운(한화쉬핑)은 한화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첫 선박은 2029년 초 인도될 예정이며 이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첫 수주다.

앞서 조선소는 한화해운으로부터 3500억 원 규모 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미국 조선사가 LNG선을 수주한 것은 50년 만이었다. 이번 발주는 당시 옵션 계약을 이행한 것으로, 일부 선박은 국내 한화오션과 공동 건조된다. 이 같은 대규모 발주로 한화필리조선소는 마스가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게 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한화는 미국 조선산업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내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투자와 기회를 창출하고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숙련된 인재 양성과 선박 건조 역량 확장에 대한 투자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에서 골리앗크레인과 도크를 둘러본 뒤 방명록에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한화필리조선소에서 한미 동맹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앞서 워싱턴 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는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지는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쇠락한 미국 조선업이 다시 부흥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화답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말 한화오션(40%)과 한화시스템(60%)이 약 1억 달러를 들여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인수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와 발주를 계기로 한화필리조선소는 한미 양국 간 조선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끄는 전략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