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원평가-이커머스] 썩은 식품·파손 상품도 반품 거절...환불·교환 민원 32% 차지
2025-09-01 이정민 기자
#사례1 서울 강동구에 사는 강 모(여)씨는 A온라인몰에서 사과를 주문했다. 상품을 받고 확인해보니 3분의 2 이상은 썩어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강 씨는 환불 요청을 위해 업체 측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강 씨는 "썩어 먹을 수 없는 상태의 사과를 받았는데 판매업체는 연락이 되지 않고 온라인몰에서도 나몰라라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 대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B온라인몰에서 옷 다섯벌을 주문했다. 판매자는 배송에 최대 2주가 걸릴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기한이 지나도록 상품이 오지 않았다. 서 씨가 문의하자 “부분 발송하겠다”며 세 벌을 먼저 보냈다. 그러나 이후 2주가 더 지나도록 추가 배송은 이뤄지지 않고 연락도 끊겼다. 서 씨는 “라이브 방송은 매주 진행하면서 정작 문의에는 아무런 응대가 없었다”고 호소했다.
#사례3 충남 공주에 사는 최 모(여)씨는 C온라인몰에서 뉴발란스 운동화를 구매했으나 정품이 아닌 가품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받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최 씨가 받은 제품은 정품 확인용 바코드가 지워져 있었고 마감 상태도 조악했다. 양 쪽 신발 좌우 사이즈도 비교해보니 서로 달랐다고. 최 씨는 “유명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이 인터넷에서 게시된 가품 특징과 동일하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이커머스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 가운데 ‘환불·교환’이 32.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민원 유형 중 ‘환불·교환’ 점유율이 2018년 이후 매년 1위를 기록하고 있어 이커머스 업계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어 ▷고객센터 18.2% ▷배송 14.6% ▷품질 14.4% ▷약속불이행 11.8% 순으로 민원이 많았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 9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분석한 결과 쿠팡의 민원 점유율이 52.1%로 가장 높았다. 이어 네이버쇼핑이 23.7%로 두 번째로 높았다.
다만 쿠팡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약 23조4639억 원으로 매출 규모가 10개사 전체의 80%가량 차지해 압도적으로 크다. 규모 대비해서는 민원 발생이 적어 상대적으로 민원 관리가 우수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G마켓·옥션 7.5%, 11번가 5.4% 순으로 나타났다. G마켓·옥션과 11번가는 각각 매출 3818억 원, 2242억 원으로 실적 점유율은 1.4%, 0.8%로 집계돼 소비자 민원 관리가 개선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쇼핑(3.1%), SSG닷컴(3.5%)은 점유율이 비교적 낮게 나타나 매출 규모 대비 민원 관리가 양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의 쇼핑 사업을 포함한 톡비즈 커머스 매출액은 4884억 원, SSG닷컴은 올해 상반기 7071억 원으로 실적 점유율은 1.8%, 3.6%다.
롯데온(2.3%), 티몬·위메프(1.4%), 인터파크 커머스(1%) 등은 민원 점유율이 1~2%대를 기록했지만 실적 점유율이 1%도 채 되지 않아 소비자 신뢰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롯데온은 상반기 매출 548억 원을 기록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연 매출은 각각 526억 원, 43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인터파크 커머스의 지난해 매출은 416억 원으로 타 이커머스 상반기 매출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민원 유형별로는 ▶환불·교환(32.4%)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고객센터(18.2%) ▶배송(14.6%) ▶품질(14.4%) ▶약속 불이행(11.8%) 등도 두 자릿수로 높게 나타났다.
환불·교환 관련 민원은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상품군에서 발생했다. 이커머스 특성상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제품 하자가 발견돼도 교환·환불 절차가 번거롭거나 무상 환불이 거절되는 경우가 잦았다. 식음료, 화장품에서 변질·곰팡이·악취 사례가 다수였고 의류, 전자제품, 잡화의 경우 파손된 상태로 배송됐음에도 환불 절차가 원활하지 않아 민원이 집중됐다.
▶고객센터(18.2%) 민원은 상담 회신 지연, 응답 부재, 담당자 변경으로 인한 반복 설명 등 ‘문제 해결 지연’ 사례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문의해도 매번 상담원이 바뀌어 다시 설명해야 해 개선이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송(14.6%)은 지연, 오배송, 잘못된 수거 사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청약철회 기간인 7일 내 반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품질(14.4%)은 오픈마켓 특성상 판매자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약속불이행(11.8%)은 별도 고지 없이 주문 취소, 추가 비용 요구, 이벤트 증정품 미지급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밖에도 ▶허위·과대광고(6.5%) ▶AS(1.1%) ▶해외직구(0.7%) 순으로 민원이 접수됐다. 허위광고는 서비스 혜택 미적용, 수량 및 중량 오기재 등이 문제였고 AS 민원은 유상 수리 강요 및 판매자·제조사 연락 두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직구에서는 판매자가 주문 상태를 ‘배송 중’으로 바꿔 취소를 막는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