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불통센터! ③] "환불 언제 돼?" 묻자 "이해 못해요"...지능 낮은 AI챗봇 '속터져'

단순 문의 못 알아듣고 답변은 엉뚱

2025-09-10     양성모 기자
한때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던 고객센터가 챗봇과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담원 연결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반복되는 절차와 기계적인 답변에 소비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디지털 이용이 서툰 고령층, 장애인은 사실상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객센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어요"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했어요"

챗봇에 질문을 던지면 흔히 돌아오는 답변이다. 최근 기업들이 고객센터에 AI 기반 챗봇을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단순한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AI 챗봇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엉뚱한 답변으로 속터지게 하는 경우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객센터 문지기로 챗봇을 속속 세워두고 있지만 지능낮은 '기계 상담원'으로 인한  불편과 시간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되고 있다. 

◆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단순 문의도 엉뚱 답변

챗봇이 질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SSG닷컴 챗봇에 환불 관련 문의를 하자 '이해하지 못했다'는 답변

SSG닷컴 챗봇에 "환불은 며칠 이내로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환불 문의가 필요하신가요?"라며 이해하는 듯 했지만 더욱 간결하게 "환불은 며칠 이내로 가능해"라고 문의하자 이번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후 같은 질문에도 동일한 응답을 반복했다.

BMW파이낸셜 홈페이지 내 AI 기반 챗봇조이의 경우 문서발송, 차량 계약관련 문의, 고객정보변경,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차량 추천 및 금융 상품 추천 등 나열된 4가지 질문에 대해서만 문의가 가능하다. '서비스센터를 찾아달라'는 질문은 아예 이해하지 못했다.
 
▲국내 BMW 서비스센터를 찾아달라는 문의에 챗봇이 답변한 내용

택배업체인 한진 AI챗봇에게 택배 요금을 문의했지만 “제가 많이 부족해서 죄송하다”는 답변뿐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택배요금을 문의해도 부족하다는 답변 뿐이다

챗봇이 간단한 문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온라인몰인 롯데온의 경우 챗봇에 '배송지 변경'을 문의했으나 이해하지 못하고 '롯데마트 정기배송 서비스가 운영 종료됐다'는 등 생뚱맞은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배송지 변경은 챗봇 내 문장 자동완성 기능이 있어 그대로 질문했으나 그마저 이해하지 못하고 관련 없는 내용을 안내했다. 
 
▲롯데온에서 배송지 변경 문의에 엉뚱한 답변

기아 챗봇에 근처 서비스센터 위치를 요구했으나 현재 운영 중인 전국 서비스센터 규모를 안내하며 직접 이용자가 검색하도록 유도하는 게 전부였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제시한 지역 인근 서비스센터 정보를 상세히 제공해 차이를 보였다.

게임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챗봇에게 '미성년자 결제 환불'을 묻자 '결제' '환불' 키워드 관련 도움말, 예상질문만 안내할 뿐 질문을 해결할 응답은 없었다.
 
◆ 매크로식 '복붙' 안내...결국, '상담원 연결' 유도

소비자 문의에 무성의한 ‘붙여넣기 답변’만 제공하는 챗봇도 문제다. 또한 대부분 챗봇이 소비자 문의를 직접 처리하지 못하고 결국 1대 1 문의나 상담사를 연결하는 데 그쳤다. 나열된 단어, 키워드로 문의해도 결국 끝에는 상담원 연결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교육업체인 대교에서 운영하는 챗봇 역시 단순 문의만 가능하고 소통은 불가하다. 질문하지도 않는 무료체험에 대한 내용을 언급해 소비자 불편을 더했다.
▲대교 챗봇을 실행하자 '무료체험'을 원하냐며 관련 링크를 유도했다

SK텔레콤의 '말로 하는 챗봇'의 경우 '요금제에 대해 알려달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자세한 사항은 상담사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네오위즈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브라운더스트2 인게임 챗봇에게 '환불 문의', '계정 도용' 등을 묻자 즉각적인 답 대신 답변을 받을 이메일 주소나 1:1 문의 창으로 안내했다.
▲네오위즈 챗봇에 '환불' 문의시 답변 받을 이메일 주소를 요구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상담원을 활용하면 당장 인력을 축소할 수 있고 상담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는 있지만 아직 챗봇의 서비스가 고도화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며 "챗봇에 대한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테스트가 완비된 다음에 도입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양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