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민원평가-건설] 하자·계약보다 더 심각한 '서비스' 부실…입주민들 불만 폭발

2025-09-02     이설희 기자
2025년 상반기 민원이 가장 많이 제기된 유통 부문은 중고플랫폼에서 분쟁이 급증했다. 또한 사기성 짙은 해외직구 사이트가 기승을 부려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다. 배달앱, 편의점 등 기존 플랫폼도 퀵커머스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민원이 급증했다. 상반기 동안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소비자 민원을 업종별로 분석했다. [편집자 주]

#사례1=
경기도 파주에 사는 장 모(여)씨는 지난 6월 도급순위 10위권 내 건설사가 시공한 A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하자로 골치를 썩는 중이다. 입주 전 거실 유리가 파손된 것을 발견해 AS를 신청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시공사 측은 순차적으로 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장 씨는 "입주 전 하자 AS를 신청해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는데 입주하고 나서는 제대로 보수가 진행될지 의문스럽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사례2=전남 광양시에 사는 정 모(남)씨는 도급순위 상위 5위 내에 있는 건설사가 시공한 B아파트에 2년 전 입주했다. 조명에서 하자가 발생했지만 처리 기간 2년이 지나도록 보수가 되지 않은 상황. 심지어 하자 신청 애플리케이션이 변경되면서 그동안 신청했던 내역도 모두 삭제됐다. 정 씨는 "보수를 요구해도 해결해 줄 업체가 없다며 미루고만 있다. 하자보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발을 굴렀다.

#사례3=경남 창원에 사는 차 모(남)씨는 도급순위 10위 권으로 손에 꼽히는 건설사가 시공한 C아파트를 지난해 분양 받았다. 입주 후 공용욕실 타일 수평이 맞지 않아 물이 빠지지 않는 하자를 발견했다. 하자 확인 결과 욕실 타일 절반에 가까운 10장이 부실 시공된 것을 확인했다. 타일은 재시공했지만 시공사는 유상 옵션으로 신청했던 줄눈시공 비용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 차 씨는 "귀책사유는 시공사에 있는데 피해는 왜 소비자가 짊어져야 하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올해 상반기 소비자들은 건설사들의 서비스에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 계약이나 분양 과정에 대한 민원도 다발했다.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가전 등 유상 옵션에 대한 민원도 두드러졌다.

올해 1~6월 소비자고발센터에 제기된 건설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3% 증가했다.

건설 민원은 '하자' 항목 점유율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서비스’ 민원이 40.7%로 가장 많았다. 하자 항목도 24.6%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계약 관련 민원이 16% ▶옵션 11.1%로 조사됐다. 지난해가지는 입주 지연 등 문제도 반복됐으나 올해는 그보다는 시스템 에어컨 등 옵션 가전에 대한 민원이 더 발생했다.

조사 대상은 2025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2개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호반건설 등이다.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 이슈는 서비스였다. 지난해 서비스 민원이 30.9%였던 것과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비중이 확대됐다.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민원은 부문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다. 하자에 대한 보수를 신청했으나 제대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계약이나 옵션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서비스가 처리되지 않았다는 민원이 대다수다.

아파트 등 공공주택 입주 전 사전점검에서 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았다거나 계약금 환불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민원이 많았다.

계약금 환불을 요구했으나 갑자기 계약 철회 불가 규정을 내미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분양 당시 약속받았던 옵션이나 추가 보상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거실 천정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지만 시공사는 수년째 임시 비닐만 씌운 채 방치해 입주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하자에 대한 민원은 지난해에 비해 13%포인트나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 등 공공주택 입주 전 사전점검에서 발견한 하자가 입주 후에도 처리되지 않았다거나 보수 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는 민원이 많았다. 하자 종류도 다양하다. 입주 전부터 천장, 주차장 등에서 누수가 발견되고 섀시가 깨져 있거나 유리창에 얼룩, 스크래치가 난 경우도 다발했다.
 
▲하자 접수 이후에도 벽면이 방치돼 입주민들은 사후 관리 미흡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계약은 '계약 파기'와 관련한 분쟁이 두드러졌다. 분양사무실에서 언제든 환불이 가능하다고 한 말만 믿고 덜컥 계약했다가 뒤늦게 변심 시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이 잇따랐다. 옵션, 자재, 구조 등이 분양 계약과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올해는 옵션 관련 민원이 11.1%로 나타나 별도 항목으로 조사했다. 옵션은 시스템 에어컨, 빌트인 가전, 중문, 바닥 타일 등 종류도 제각각이다. 계약했지만 약속한 기간 내에 설치가 되지 않았다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계약 후 유상옵션 취소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하는 일도 잦았다. 선택한 유상옵션과 다른 제품이 설치되는 사례도 다발했다. 에어컨 같은 가전의 경우 계약 시점 '최신상'으로 해도 입주 시점엔 단종되거나 제조년이  수년 전으로 묵은 경우가 상당수라 소비자 불만을 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