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시대 개막 ㊦] 권한 커졌지만 난제 산적...소비자 홀대하는 금융사 경영 관행 바뀌어야
2025-09-09 김건우 기자
영업행위감독(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소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권한을 갖게 되면서 불완전 판매 예방 유인이 될 수 있어 금융회사들이 상품 설계부터 판매 이후 단계까지 소비자보호 프로세스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소원 설립 자체만으로도 금융권에 소비자보호 강화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중심 거버넌스' 구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건전성 감독 중심의 기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과의 역할이 겹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향후 금소원 체계를 갖추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 금소원 설립으로 '금소처' 시절 가졌던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금소원 설립으로 인해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부분은 그동안 금감원 내 별도 부서로서 존재했던 금소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금소원이 별도 기구로 독립되면서 인력 및 예산이 크게 증가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개선과 민원·분쟁처리 속도 개선 등이 기대된다.
금감원은 업권 수검 부담과 검사 인력 부족 문제 등으로 지난 2021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 주기를 매년 평가에서 3년 주기제로 변경했는데 인력이 충원된 금소원에서는 1년 주기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는 금소처 내 1개 부서가 전담하고 있다.
특히 금소원이 금융화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권한을 획득하면 금융소비자보호실태평가가 기존 금감원이 실시한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평가 수준의 위상 강화를 통해 금융회사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금소원 체제에서 인력 보강이 이뤄지면서 민원·분쟁처리 업무 개선도 예상된다. 기존 금감원 금소처는 인력부족으로 보험업권의 경우 비분쟁성 민원처리는 내년부터 각 보험협회가 담당할 정도로 만성적인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에 접수된 연간 민원건수는 11만6338건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금소원이 금융상품 판매 전 단계를 감독·검사하는 업무를 담당할 경우 판매설계부터 판매 이후 사후관리까지 촘촘한 감독이 가능하다는 점도 금소원 설립 효과로 꼽힌다.
현재 미스터리쇼핑이나 상품 판매 모니터링 등 사후적 소비자보호 업무는 금소처 소관 부서가 총괄하고 있지만 상품 설계 및 심사단계는 여전히 각 권역별 감독부서 소관이다. 금소원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완전판매 프로세스를 직접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금소원 설립을 통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거버넌스가 확립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검사와 제재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소비자보호기구가 생긴다면 실질적으로 금융회사가 상품 설계부터 판매 이후 단계까지 소비자보호 중심의 판매 프로세스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사고 발생하면 검사는 누가? 금감원과의 중첩 논란은 과제
금소원이 향후 조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난제도 산적하다. 기존 조직인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설정이 대표적이다.
원안대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진다면 금감원과 금소원은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이라는 추구하는 목표만 다를 뿐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권한은 동일하게 갖게 된다.
그런데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과 금소원 중 누가 검사를 나가고 제재를 해야할 지에 대한 역할부터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불완전 판매'라는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 차원에선 금소원이 주체가 될 수 있지만 해당 금융사고가 건전성 문제와 결부된 경우는 금감원 소관이 된다.
'제재' 영역도 금감원과의 영역 조정이나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제재심을 금감원과 금소원에 별도로 둔다면 중복제재 논란으로 비춰질 수 있고 두 기관이 하나의 제재심을 둔다면 제재심 구성단계부터 두 기관이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역할 분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양분되고 있다. 우선 상위 조직인 금융감독위원회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 조율하거나 금감원과 금소원이 업무협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있다.
장덕조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통적인 감독규제에서는 건전성 감독에 무게가 실려 있어 분리하는 것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면서 "검사권한은 두 기관의 적절한 합의나 금융감독위원회의 협의 조정을 통해 조율이 가능하고 중요한 문제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통합 감독조사를 나가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7일 브리핑에서도 정부는 금감원과 금소원의 유기적 대응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금감원과 금소원의 관계 설정의 경우 시행 초기에는 여러 가지 역할 분담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중복 제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일단은 명확하게 업무 설정을 하고 모호한 경우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금융기관에 대한 중복 감독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부처별 기능이 나뉘어져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금융감독 행정에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두 기관의 유기적 운영과 효율성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우리와 유사한 금융감독체계를 가진 영국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금소원 구성 및 운영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요소다. 영국은 금감원의 역할을 하는 PRA(건전성 감독청)와 금소원 역할을 하는 FCA(영업행위감독청)으로 금융감독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영국은 소비자보호 강화 차원에서 지난 2013년부터 해당 모델을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나 상품승인을 PRA와 FCA에 이중 보고를 해야하는 행정적 낭비가 이뤄져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핵심은 금융감독기구에 독립성과 중립성을 부여하는 것인데 여전히 금융감독체계 권한을 정부가 가지면서 권한 없이 책임만 지던 금감원을 둘로 쪼개면 비효율적이고 금융권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개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업권별로 존재한 금융감독기관을 나눈 선진국 사례와 달리 금감원과 금소원은 기존 금감원에서 금소처가 떨어져 나와 금소원이 되는 형태라는 점에서 두 기관간 소통과 정보공유 등에서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이 외에도 금소원 분리는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야당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통과부터가 난제다. 정무위원회가 아닌 국회 패스트트랙을 통한 본회의 상정은 최대 6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어 조직 구성이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장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금융당국과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밀실 졸속안에 대해 반대한다"며 향후 험난한 행보를 예고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기존 금융감독원 외에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까지 최소 3곳의 감독을 받아야 하는 수검 부담을 벌써부터 호소하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소원은 명확한 조직도가 나오지 않아 체감하진 못하고 있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감독을 받아야 하는 시어머니가 많아지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아무래도 금소원의 첫 검사나 제재를 받는 금융회사가 나와야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소비자 괴롭히는 금융관행 개선될까? 실질적인 제도 개선 이뤄져야
금소원 설립 추진을 통해 기존 금융업권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불완전판매 관행이 개선될 지도 관심사다. 금소원 분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개선 그리고 수익 중심의 금융회사의 경영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변화 속도가 빠른 금융환경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불완전판매에 대해 금융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건전성 중심의 금융감독환경에서 소비자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전체 민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보험업권의 경우 최근 보험대리점(GA)에서 유발되는 각종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면서 GA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4000여 개가 넘는 GA에 대한 효과적인 감독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사 분쟁사건에 대해 대표 분쟁조정사례를 적용해 빠른 분쟁처리를 돕는 '편면적 구속력 부여' 법제화는 보험 민원 분쟁처리 개선을 위해 금소원 설립과 더불어 선결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금융당국도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금소원 설립과 동시에 시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권의 경우 대규모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사태를 통해 내부통제에 헛점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는데 신설되는 금소원 체제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선제적인 소비자보호 강화를 기대해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 발생 당시 특정 지수에 대한 ELS 판매가 쏠리는 현상이 수 년 전부터 감지됐지만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가상자산업권의 경우 현재 금감원 내에서 가상자산감독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있지만 관련 민원이나 분쟁을 처리하는 소비자보호 담당부서가 없다는 점에서 금소원 설립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민원과 분쟁도 적극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금소원 설립은 환영할 만하지만 소비자 민원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직으로 탄생하길 바란다"면서 "옴부즈만 제도나 편면적 구속력 등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제도들이 함께 시행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