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 잰걸음...시밀러 성공 이을 새 성장동력 찾는다

2025-09-09     정현철 기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인적분할을 앞두고 연구인력을 충원하며 신약 개발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발 약가 인하, 글로벌 규제기관의 임상 간소화 정책의 영향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수익성 저하가 우려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연구인력은 총 657명으로 전년 말 대비 12.5% 증가했다.

에피스는 2012년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 아이덱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이후 2022년 4월 로직스가 바이오젠 지분을 인수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연구인력 증가는 개발1본부를 중심으로 충원됐다. 1본부 인력은 449명으로 같은 기간 17.8% 늘었다. 2본부는 208명으로 5명 증가에 그쳤다.
1본부는 항체 개발 및 공정 기술 확보와 품질 평가 방법 개발 등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특히 에피스는 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QbD)를 구축하고 있어 제조 전 개발 단계에서부터 리스크 평가를 기반으로 품질 공정을 설계하고 있다. 2본부는 상업 생산 최적화, 인허가 업무 등을 맡는다.

석·박사 연구인력도 300명 대에서 올 상반기 421명으로 늘었다. 

에피스의 이 같은 변화는 시밀러 사업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 탐색 전략과 맞물린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한계와 수익성 저하 우려로 항체-약물 접합체(ADC), 희귀질환 타깃 유전자 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 확보에 나섰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파마에 의하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4310억 달러(한화 약 600조 원)에서 2030년 7670억 달러(1067조 원)으로 연평균 1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110억 달러(15조 원)에서 200억 달러로(28조 원) 늘어날 전망이나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정책 변화도 변수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의약품 규제기관은 바이오시밀러 간소화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임상이 필요한 3상을 체내 작용 과정에서 오리지널과의 유사성 입증만으로 면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개발 과정에서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약가를 낮출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서만 높은 가격을 받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도록 글로벌 제약사를 압박했다.

이 같이 정책 변화가 시밀러 시장에서 시밀러 개발사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상 간소화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경쟁이 심해질 우려가 있다. 또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낮아지면 시밀러 사용 요인이 줄어들거나 시밀러도 맞춰서 약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에 개발사 수익성 하락을 야기한다.

지난 5월 로직스는 인적분할을 발표하면서 에피스를 핵심 자회사로 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신설을 알렸다. 신설 회사는 차세대 기술 분야 발굴 및 투자를 성장 전략으로 추진한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
신설 회사 대표는 김경아 에피스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에는 홍성원 에피스 개발1본부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김 대표는 2015년 에피스에 합류해 개발, 공정, 품질, 인·허가 등 연구개발 부문에서 핵심을 맡아온 전문가다. 김 대표 중심으로 신설 회사가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약 개발 및 신규 모달리티 확보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0여년간 쌓아온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데이터, 플랫폼 기술은 신약 개발에 있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인투셀 등 국내외 바이오기업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분할 이후 투자 방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