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경영] 바닷속 청소부 ’잘피 숲' 조성 지원하는 KB금융...해양 생태계 보전 6년 프로젝트 착착
2025-09-11 박인철 기자
KB금융은 바다 사막화가 진행 중인 해역 내 잘피(Sea Grass)숲을 조성하며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잘피는 바닷속 탄소 흡수원인 속씨식물이다. 바다에서 유일하게 꽃을 피우는 해초류로 해양생태계법에 의해 지정된 해양 보호 생물이기도 하다. 연간 5000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데 이는 자동차 2800대가 매년 배출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치다. 갈수록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잘피는 ‘바닷속 청소부’로 주목받고 있다.
KB금융이 잘피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이상기온으로 수온이 올라가고 과도한 연안 개발, 기후변화로 인해 해조류는 사라지는 ‘바다 사막화'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적 피해액도 2030년에는 연간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잘피 숲 조성을 떠올렸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 해양생태기술연구소, 사단법인 에코피스아시아재원과 손을 잡았다. KB금융이 전체 사업을 지원하고 마케팅, 홍보, 계획을 세우면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서식지를 복원하는 식이다.
잘피는 전문가만 심을 수 있어 KB금융이 전반적인 사업 계획과 자본 조달을 책임지고 한국수산자원공단이 실질적인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KB금융은 재원 마련을 위해 ▲KB금융 ESG 자체 재원 ▲고객참여형 기금 ▲협력 및 매칭 펀딩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특히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판매한 탄소중립상품 수익 일부를 기금으로 반영해 고객들도 직접 잘피숲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탄소중립 금융상품 수익을 기금화하고 친환경 캠페인 참여 고객의 거래건수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도 도입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 'KB맑은하늘적금'이나 '그린웨이브펀드' 상품을 운영해 환경 프로젝트 자금에 투입하기도 했다.
KB금융은 2022년 경남 남해군 창선면 언포마을 연안에서 잘피 성체를 채취해 인근 사막화가 진행되는 바다에 이식해 분기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유는 잘피 생존율 30% 미만 시 재이식을 하기 위함이다.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2023년 생물 밀도 5.3배, 생존율 533% 증가라는 성과가 도출됐다. 당초 목표의 2배를 넘어서는 결과다.
KB금융 관계자는 “성체를 이식한 지 1년도 안 되어 그 성체로부터 종자를 채취한 성공적인 잘피 이식 사례”라면서 “지난 2월까지 벌써 9회 모니터링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는 경남 사천시를 대상으로 잘피 7200개체를 이식해 두 번째 바다숲 조성에 나섰다. 남해와 사천 모두 과거 대표적 잘피 서식지였으나 해수면 온도 상승과 양식장 개발 등으로 면적 40%가 감소하는 등 피해가 컸기에 더 잘피 숲 조성에 주력했다.
KB금융은 잘피 숲 조성을 6개년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총 3만㎡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짝수 해는 잘피를 이식하고 홀수 해는 종자를 파종한다.
다음 달에는 경남 사천시에 종자 12만 개체를 파종하고 내년에는 다른 지역에 다시 잘피를 이식할 예정이다. 세 번째 지역은 강원도 고성군이 유력하며 현재 협의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연안 생물다양성 회복과 지속가능한 어업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금융과 자연이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