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커머스는 규제 사각지대...'뻥'광고·사은품 미지급·반품 거절 등 소비자 피해 속출

판매방식 홈쇼핑과 유사...방송법 적용 비껴가

2025-09-12     이정민 기자
#사례1=인천에 사는 심 모(여)씨는 A라이브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하며 이벤트에 당첨됐지만 경품을 받지 못했다. 심 씨는 “방송 중에 월요일부터 순차 지급한다고 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라이브커머스 고객센터는 판매처 책임이라고 하고 판매처는 다시 플랫폼 탓을 하며 서로 떠넘겼다”며 소비자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사례2=경남 진주에 사는 권 모(여)씨는 온라인서 진행된 B가구 브랜드의 라이브방송에서 “이번 할인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판매자 말을 믿고 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같은 방송에서 10만 원 이상 더 낮은 가격에 할인 판매가 이뤄졌다. 권 씨는 “가장 저렴하다는 말에 현혹돼 샀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사례3=경기도 김포에 사는 장 모(남)씨는 C쇼핑플랫폼 내 라이브방송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아이스크림 기프티콘을 준다”는 설명을 듣고 결제했다. 그러나 이후 판매자는 “다른 상품 대상 이벤트였거나 시스템 오류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장 씨는 “이벤트 당첨 화면도 캡처해놨는데 약속을 뒤집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례4=경북에 사는 현 모(남)씨는 D동영상 플랫폼 내 라이브방송에서 팔찌를 구매했다. 결제 후 5일이 지나도 물건 배송 여부를 알 수 없어 판매자에게 환불을 물었으나 답이 없었다. 결국 열흘이 지나 '배송완료' 처리됐지만 현 씨는 물건을 받지 못했다. 그는 "배송도, 환불도 받지 못했는데 판매자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며 기막혀했다.

라이브커머스가 새로운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TV홈쇼핑과 판매 형식이 유사하지만 방송법 규제를 받지 않고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

그렇다 보니 홈쇼핑에서는 엄격히 제한되는 성능 과장이나 허위 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자주 발생하는 가품 판매, 교환·반품 거절, 품질 저하 문제도 그대로 안고 있다.

과거에는 과장·허위 광고 등 제품 자체와 관련된 민원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이벤트나 사은품 지급 불이행과 같은 부수 혜택 관련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소비자 민원 사례를 보면 방송 도중 약속한 이벤트나 경품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잦다.

12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라이브커머스 관련 소비자 피해는 홈쇼핑이나 오픈마켓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플러스 원’ 행사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허위·과장 광고부터 최저가를 내세운 뒤 사전 공지된 할인율을 뒤집는 사례까지 꾸준히 제기된다. 여기에 라이브 방송 특유의 실시간 소통이 결합되면서 추천받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거나 방송 도중 당첨 확인까지 마쳤으나 사은품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국내 라방 시장은 코로나19 시기에 급성장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4000억 원에 불과하던 시장 규모는 2022년 6조2000억 원, 2023년 10조 원에서 올해 25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사이에 신장률이 2.5배에 달하는 셈이다.

네이버쇼핑은 지난 2020년 8월 ‘쇼핑라이브’를 출시한 이후 올해 7월까지 5년 만에 누적 거래액 3조5000억 원을 돌파했다. 카카오는 2020년 10월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쿠팡도 2021년 1월 ‘쿠팡라이브’를 론칭했다.

이외에 G마켓과 11번가, SSG닷컴, 롯데온 등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틱톡 내 숏폼 동영상을 활용한 라이브 커머스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도 기업, 개인 등을 가리지 않고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이처럼 급성장하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가 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 홈쇼핑은 ‘방송법 규제’, 라이브커머스는 ‘전상법’만 적용

라이브커머스는 진행자가 상품을 실시간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홈쇼핑과 유사하다. 하지만 홈쇼핑은 방송법에 따라 사전 심의가 의무로 적용된다. 반면 라이브 커머스는 인터넷 통신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방송사업자는 허위·과장 광고를 내보낼 수 없으며 자체 심의 기구를 두고 상품, 표현, 배경음악, 쇼호스트 대본까지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TV 홈쇼핑의 경우 제품 판매시 ‘건강에 효능이 좋다’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 한다. '올해 최대 할인' 등 같은 문구도 사용 시 제재 받는다.

방송법 제86조(자체심의)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방송프로그램을 심의할 수 있는 기구를 두고 프로그램이 방송되기 전에 이를 심의해야 한다 ▲ 허위, 과장 등 시청자가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방송광고를 방송해서는 안된다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라이브커머스 사업자들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돼 규제 강도가 훨씬 느슨하다. 통신판매업자인 입점업체보다도 느슨한 적용을 받으면서 ▲허위·과장 광고 ▲사은품 미지급 ▲품질 불량 ▲반품 거절 같은 문제가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라방 특성상 즉흥적 언행이 사전 검열 없이 송출돼 소비자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플랫폼들은 갈등 발생 시 적극 중재에 나선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책임을 최소화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카카오 쇼핑라이브나 쿠팡 등 대부분 업체 이용약관에는 제반 기능만을 제공할 뿐 콘텐츠 내용 등에 대한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고 일체 관여하거나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쿠팡과 카카오쇼핑은 사이트에 고지된 내용과 달리 소비자가 오인할 만한 소지가 있을 경우 판매자와 소비자 간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쿠팡과 카카오쇼핑 측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체 소비자 중재 프로세스 등에 따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 중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라이브커머스가 사실상 홈쇼핑과 동일한 판매 형태를 띠는 만큼 방송법 수준의 규제나 별도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현수 한국소비자법학회장은 “라이브 방송 특성상 즉흥적 발언이 많아 허위·과장 광고가 발생하기 쉽고 소비자가 이러한 설명을 믿고 구매할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입점업체 상당수가 소규모·영세업체이기 때문에 환불이나 교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문제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전통 온라인몰을 기반으로 거래 구조와 소비자 보호를 설계한 법이기 때문에 새로운 유통 채널인 라이브커머스의 특수성을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TV홈쇼핑은 전통 유통채널로 방송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규제가 비교적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반면 라이브커머스는 정기 편성이 아닌 만큼 홈쇼핑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홈쇼핑 규제를 참고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플랫폼이 심의팀이나 전담 기관을 두며 방송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