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투톱' 김성현-이홍구 대표, 상반기 엇갈린 실적...연임 가능성은?

2025-09-17     이철호 기자
올해 KB증권의 부문별 실적이 엇갈리면서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던 김성현-이홍구 '투톱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증권은 김성현 대표가 지난 2019년부터 기업금융(IB) 부문과 자산운용(S&T) 부문을, 이홍구 대표가 지난해 1월부터 리테일(WM) 부문을 담당하는 각자 대표체제다. 두 대표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김 대표가 맡은 기업금융(IB) 부문과 자산운용(S&T) 부문은 올해 실적 감소세가 뚜렷한 반면 이 대표가 담당하는 리테일(WM) 부문은 올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KB증권의 영업이익은 4427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4967억 원 대비 10.9% 감소했다. 
 

김 대표가 담당하는 기업금융 부문의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1003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1249억 원 대비 19.7% 줄었고 자산운용 부문 영업이익도 508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21.2% 감소했다.

경쟁사 기업금융부문의 경우 NH투자증권(대표 윤병운)은 29.7% 증가한 2508억 원의 영업이익을 상반기에 거뒀으며 한국투자증권(대표 김성환)도 IB 부문 세전손익이 전년보다 13.7% 증가한 2211억 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이 대표가 맡은 위탁/자산관리 부문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2146억 원으로 작년 상반기 1784억 원 대비 20.3% 증가했다. 

KB증권 측은 "전년 동기 대비 각 부문 모두 균형 있게 성장했으나 선제적으로 자산건전성 제고를 위해 충당금을 계상한 결과 IB부문 수익이 일정 부분 감소했다"며 "IB 부문 수익은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두 대표의 거취가 주목 받는 것은 지난해 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취임 후 단행된 첫 계열사 CEO 인사에서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 등 그룹 내 주요 비은행 계열사 CEO들이 대거 교체됐지만 KB증권은 연속성 있는 경영전문성 발휘를 고려해 연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김성현(왼쪽)·이홍구(오른쪽) KB증권 각자대표.

두 대표이사의 연령이 경쟁사 및 KB금융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보다 연령대가 높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김 대표는 1963년생으로 KB금융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이 대표 역시 1965년생으로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다음으로 고연령이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KB증권 실적이 작년보다 좋지 않은 만큼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며 "CEO 연령대가 높은 상황에서 담당하는 분야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연임할 명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두 대표가 취임기간 쌓아온 실적과 공로 역시 연임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올해 담당 부문 실적이 감소했지만 취임 후 30년 이상의 IB 경력을 바탕으로 DCM에서 증권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음은 물론 임기 중 IPO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LG CNS 등의 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이 대표 역시 박정림 전 대표가 라임펀드 사태의 여파로 퇴임한 후 급히 WM부문 대표로 선임됐음에도 리테일 부문 실적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반기 들어 김 대표는 ECM·DCM 부문에서 실적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대한조선 공동 대표주관을 마무리한 데 이어 명인제약 코스피 상장도 단독으로 대표주관한다.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DCM에서도 2000억 원 규모의 SK텔레콤 공모 회사채 발행을 공동 대표주관했다.

이 대표 역시 올해 초 디지털 PB팀을 출범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신규 서비스 확대, 디지털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8월 말 일반환전 업무 인가 획득을 바탕으로 일반고객을 대상으로 한 외환 서비스를 구축할 예정이며 ISA·IRP 자문형 투자 서비스인 'AI가 골라주는 투자'도 오픈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핵심 역량 중심의 '질적 성장'에 집중해 시장 선도 위치를 지속할 계획"이라며 "특히 IB 부문에서 상법 개정 및 성장금융 투자의 화두에 대해 모험자본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기업고객에 관련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