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연체기록 '방치'… 대출 갚았는데 4년동안 '카드정지'
농협이 대출금을 갚은 연체자의 ‘대출코드’를 삭제하지 않고 4년 동안 방치해 물의를 빚고 있다.
대전 서구에 사는 소비자 이모씨는 2003년 신용카드 연체대금을 갚기 위해 농협에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했는데, 카드 하나를 연체시키면서 다른 카드도 정지돼 카드빚을 갚을 길이 없었던 것. 온갖 고생끝에 대출금은 다음해 10월 모두 상환했다.
그리고 2년 후 돈이 급히 필요해 대출과 신용카드를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연체건이 있어 발급 안 된다’’는 말에 과거 연체기록이 남아 있어 그럴거라 생각했다. 할 수 없이 대부업체를 통해 돈을 빌리다 보니 신용도는 더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 과거 자신과 같이 연체가 있었던 사람들이 카드를 정상적으로 발급받아 쓰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씨가 비씨카드사에 전화로 문의했다.
상담원은 “농협에 ‘비씨카드거래정지 및 연체대상기록’이 전산 상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연체 대금을 다 갚았다고 이씨가 설명하자 상담원은 “아직 정리가 안 됐으니 농협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했다.
이씨는 곧장 근처 농협에 방문해 알아보니 대출금을 상환했음에도 불구, ‘대환대출코드’가 삭제되지 않고 있었다.
‘대환대출코드’를 삭제한 다음날 기업은행에 신용카드를 신청하자 일주일 만에 카드가 나왔다. 이렇게 쉽게 카드가 발급되는데 4년 간 고생 했다는 생각이 든 이씨는 너무 화가 났다.
이씨는 “그동안 어렵게 돈 빌릴 걸 생각하니 화가 난다. 신용도는 신용도대로 하락했고 신용이 형편없어져 대출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대해 농협은 "2~3개월 동안 연체 관리를 잘해 신용 등급이 향상된다고 판단되면 특인으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겠다" 고 제안했다. 이씨는 “기업은행에서는 신용카드가 바로 나왔는데 사람을 곤경에 빠트린 당사자인 농협은 또 2~3개월을 기다리라니 어이가 없다"고 한탄했다.
이어 “농협에서 보상금으로 30만원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급히 80만원이 필요해 50만원을 대출해 달라고 하니 신용도가 낮아 안 된다고 했다. 누구 때문에 낮아졌는데 아무런 대책도 해주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대환대출코드’를 정리하지 않은 실수는 인정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사과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환대출코드’를 정상적으로 삭제했어도 신용도가 낮아 대출이나 카드 발급이 안 됐을 것”이라며 “아직 어느 쪽 귀책인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금감원에 민원이 들어간 상태로 금감원의 조취에 따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