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센터?불통센터! ⑧끝] 미숙한 챗봇으로 불편만 키워...전문가들 "고도화 후 점진 도입해야"

2025-09-23     정은영 기자
한때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되던 고객센터가 챗봇과 앱으로 대체되고 있다. 상담원 연결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반복되는 절차와 기계적인 답변에 소비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디지털 이용이 서툰 고령층, 장애인은 사실상 상담 자체가 불가능하다. 고객센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디지털 전환을 이유로 상담 인력을 축소하고 AI 챗봇 등 디지털 ARS를 속속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상담 접근성이 떨어지고 민원 처리 과정이 더욱 복잡해져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8월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고객센터 직원 수는 총 1만1955명 감소했다.

고객센터는 기업과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창구인 만큼 상담 인력 축소는 그만큼 소비자 불편으로 직결된다.

기업들은 AI 챗봇이나 디지털 ARS 도입으로 소비자들이 보다 편리해진다고 주장하지만 단계가 복잡다단해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아예 접근이 불가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 소비자단체·전문가들 “AI 챗봇은 기업 편익 위한 것, 고도화 필요해”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상담원과 연결이 안 되고 AI 챗봇 상담만 제공되거나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AI 챗봇이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안내는 가능하겠지만 민원 내용이 소비자마다 달라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젊은 소비자 층은 AI 챗봇이나 보이는 ARS가 더 편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일반 상담원을 통해 민원을 해결하고 싶은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라며 "특히 디지털 소외 계층은 이러한 기능을 잘 다루지 못해 불편이 가중된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하기 위해서 AI 챗봇을 도입하며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역시 "AI 챗봇 도입은 소비자의 편의성 증대 보다는 기업의 비용 절감 차원에서 도입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AI 챗봇을 통해서는 소비자들의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문제해결을 할 수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AI 챗봇이 24시간 신속 대응과 비용 절감 등 기업에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불완전하거나 잘못된 안내로 소비자 권익 침해와 분쟁, 개인정보 유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챗봇 상담을 활용하면 기업들은 당장 인력을 축소할 수 있고 상담원들도 스트레스를 줄일 수는 있지만 아직은 고도화가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며 "챗봇에 대한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테스트가 완비된 다음에 도입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한국소비자법학회장은 "AI 챗봇의 불완전한 답변이나 잘못된 안내로 인해 환불, 보증 등 중요한 권익을 침해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AI 챗봇이 잘못된 안내를 했을 때 기업과 개발자, 소비자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모호해질 수 있다. 또 상담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도 심각한 위험이 뒤따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AI 챗봇이 실제 상담원의 역할을 100% 소화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아직은 AI의 고도화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며 "AI 챗봇 상담이 실제 상담사와 연결되는 과정 중간에 끼어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