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객센터 안내 믿고 치료했는데...보험금 지급 거절, 소비자 분통

약관 따라 판단...구두 설명 효력 없어

2025-09-25     서현진 기자
#. 인천에 사는 여 모(여)씨는 지난 2022년 갑상선 결절 진단 후 고주파 수술을 받고 국내 대표 손해보험사 중 하나인 A사에서 실손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후 2년여가 지나던 지난해 8월 갑상선 결절이 재발했다는 걸 알게 됐고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다. 여 씨는 재발로 인한 수술이기 때문에 A보험사에 두 번이나 전화해 재발로 인한 수술도 실비 청구 가능하냐 물었고 고객센터에선 "이전과 같은 병으로 수술 진행돼도 당연히 실비를 지급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여 씨는 "수술 후 보험금을 청구하자 '수술하기 전 2회 조직검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더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부산에 사는 이 모(씨)는 국내 유명 생명보험사인 B사의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이 씨는 2023년 5월쯤 가입된 보험상품에 F9(ADHA) 실손보장이 가능한지 궁금해 보험사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상담원으로부터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이 씨는 "그날 이후 자녀의 정서행동 치료를 시작해 올해 4월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런데 실손보험 보장이 불가하다더라"며 망연자실했다.

병원 치료 전 보험사 고객센터로부터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확답은 약관과 계약 조건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므로 단순 구두 설명이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회사를 대표하는 고객센터 상담원이 잘못 안내해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약관 등 계약 사항을 세세히 따지지 못한 소비자 과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비자들은 고객센터의 말만 믿고 치료에 나서기보다는 반드시 약관을 확인해 보험금 지급 가능 여부를 재확인해야 한다.

2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병원으로부터 수술, 고가 치료 등을 권유받은 소비자들이 보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험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음에도 실제로는 보험금 지급이 거부되는 사례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뿐 아니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생명, NH농협생명 등 대형 생명보험사에서도 잇달아 벌어지는 문제다.

소비자 대부분은 수술 등 치료 전 보험 설계사나 고객센터에 우선 연락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확인한다. 수술 후 보험금 지급이 거절돼 거액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계약자의 과거 및 현재의 진료 내역과 약관을 모두 살펴야 하기 때문에 수술 전 고객센터의 단순 답변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금 심사 과정에서 계약자들이 제출한 ▶진단서 ▶수술기록지 ▶세부진료비내역 등 다양한 서류를 확인한 후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막대한 치료비에 대한 우려로 치료 전 보험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확인 후 안심하고 치료를 받았는데 정작 보험금 지급이 불가하다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고객센터의 경우 일반적인 사례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답할 뿐이며 보험금 지급 여부 판단은 보상직원이 담당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센터에선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일반적인 사례만 얘기하며 고객의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답하지 않는다"며 "상담원은 약관에 대해 보상직원만큼 잘 알 수 없으며 실제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보험금 지급 여부는 보상직원에게 물어야 한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상해보험 등을 청구하려면 보통 계약자들이 진단서를 제출하는데 보상 직원들이 서류들을 확인 후 약관에 따라 보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관련 전문가들은 상담사 또한 회사의 직원이며 상담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면 애초에 그 부분을 답변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상담사는 회사의 소속된 직원이며 그 직원의 답으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회사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급 여부를 상담사가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애초에 상담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 답하게 하면 안 되고 상담사 교육 시 기본적인 것에만 답하되 추가적인 건 어떤 곳에 문의하라고 명확하게 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