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맡겼더니 되레 망가져서 나온 자동차...파손해 놓고 수리비까지 내라고?

사전에 사진·동영상 확보 관건

2025-10-13     임규도 기자
# 수리 맡긴 차 부품 파손시켜놓고..."수리비 내세요"=세종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4월 기아 스포티지 차량 종합 검사 및 에어컨 수리를 위해 서비스센터에 입고시켰다. 에어컨 수리 중 정비업자가 실수로 라디에이터 부품을 파손시켰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 씨가 원상복구를 요청했지만 노후차이니 자비로 수리하라며 거절했다. 김 씨는 “서비스센터 직원의 잘못으로 차량이 파손됐는데 노후차를 이유로 자비로 수리하라며 원상복구를 거절하는 업체 때문에 화가 난다”고 분개했다.
▲라디에이터 연결 호스가 파손된 모습

# 차량 리프트 올리다 전동발판 파손하곤 모르쇠=충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월 얼라이먼트(자동차 바퀴의 정령 상태 조정) 작업을 위해 한국타이어에 차량을 입고했다. 직원이 작업을 위해 리프트에 차량을 올리던 중 사이드 에어댐과 전동발판이 파손됐다. 이 씨가 업체에 수리를 요구했으나 책임이 없다며 거절했다. 이 씨는 “파손 당시 직원을 포함한 목격자가 여러 명이다. 업체에 수리를 요구했지만 직원은 욕설만 하고 수리를 거부하고 있다”고 황당해했다.
▲ 사이드 에어댐이 파손된 모습 

# 타이어 교체시 공기압 주입구 호스 잘못 껴 타이어 주저앉아=부천에 사는 민 모(남)씨는 지난 4월 장거리 주행 전 넥센타이어를 방문해 타이어 4개를 모두 교체했다. 이틀 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로 주행 중 차량이 불안정하게 기울어 확인해 보니 조수석 뒤 타이어가 주저앉아 있었다.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로 확인 결과 공기압 주입구 호스 부분을 잘못 끼워 바람이 샌 것으로 확인됐다. 민 씨는 “한쪽 바퀴가 주저앉은 상태로 시속 100km 이상 달려 추가적으로 타이어 및 차량이 파손돼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상황인데 업체는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며 되려 운전자 탓만 하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 공기압 주입구 호스 부분을 잘못 끼워 주저앉은 타이어 

# 차량 브레이크 패드 교환후 휠 스크래치..."원인 파악 불가"=대구에 사는 한 모(남)씨는 지난 4월 벤츠 서비스센터를 방문해 차량 브레이크 패드 교환 후 휠에 스크래치가 생긴 것을 발견했다. 입고 전까지 휠에 문제가 없었으며 입고 당시 서비스센터 측에서 시운전 및 발렛 입고까지 한 상황이었다고. 한 씨가 업체에 항의했으나 CCTV 정황 파악이 안된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 한 씨는 “서비스센터를 방문하기 전에는 휠에 스크래치가 없었다. 입고 당시 시운전 및 발렛까지 진행했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업체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엔진오일 교체후 마개 안 닫아...6개월만에 발견=충주에 사는 민 모(남)씨는 지난 5월 현대차 그랜저IG차량의 엔진 과열로 온도가 상승해 보닛을 열자 오일 마개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11월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했다가 직원이 실수로 마개를 닫지 않았던 것. 민 씨가 업체에 항의했지만 확인 결과 엔진 및 기타 부품의 손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동을 껐음에도 라디에이터가 가동되는 문제를 확인해 재입고한 결과 라디에이터 및 연결 호스가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민 씨가 항의했지만 업체는 책임이 없다며 수리비 88만 원을 요구했다. 민 씨는 “직원의 실수로 차량 고장이 발생했는데 문제가 없다며 소비자에게 수리비를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자동차와 타이어 서비스센터에 수리를 위해 차량을 맡겼다가 되레 망가졌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소비자 사례가 빈번하다.

소비자는 차량 입고 전까지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업체는 증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비업자가 파손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경우도 드물어 소비자는 차량에 파손이 생겼는지 직접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다. 차량 인도 직후 파손을 발견한 경우 업체에 수리를 요구하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뒤늦게 발견할 경우 차량 문제로 치부해 무상수리받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정비업자가 책임을 인정하고 무상수리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신차의 경우 부품 교체 기록이 남아 차량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수리를 위해 차량을 서비스센터에 맡겼다가 정비업자의 과실로 파손됐다고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민원이 적지 않다.  파손 범위는 차량 외관, 휠 등의 스크래치부터 오일 마개를 덮지 않아 엔진 등 주요 동력 계통이 파손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정비업자 과실로 파손된 경우 100% 무상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산차 업체 관계자는 “정비업자의 과실이 명백한 경우 100% 무상수리 해준다”고 말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해당 제보의 경우 제품 무상 교체 등을 통한 적극적인 민원 처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비업자가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이 없다며 무상수리를 거절하거나 소비자에게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해야 해 정비업자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자동차관리법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정비업자의 과실로 인한 파손 시 명확한 책임 소재 기준이나 보상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정비업자가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 차량 수리 전 외관을 촬영하고 있다”며 “엔진 내부 부품 확인을 위해 외부 부품을 해체해야 하는 경우 사전 동의를 구하고 수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비 업자의 과실을 소비자가 입증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사전에 사진, 동영상 등으로 차량의 상태를 기록해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수리 과정과 관련 없는 부품이 파손됐다면 정비업자의 과실로 보기 힘들겠지만 관련 부품이 파손됐다면 정비업자의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 렌트할 때처럼 서비스센터 방문 시에도 사전에 사진 및 동영상을 확보해 두는 것이 분쟁의 소지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