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현대해상, 수익성·건전성 악화로 입지 흔들...본업 경쟁력 강화로 위기 돌파 안간힘
2025-10-16 서현진 기자
현대해상이 올해 주요 경영전략으로 고수익 상품 위주로 신계약 관리를 강화하고 떨어진 건전성 지표 개선을 내세운 가운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대해상은 지난 1955년 3월 국내 최초의 해상보험 전업사인 '동방해상보험주식회사'로 출발됐다. 동방해상보험은 1983년 현대그룹 계열로 편입됐고 1985년 현대해상화재보험으로 사명이 바뀐다. 이후 1999년 1월에는 현대그룹 품을 떠나면서 독자 생존에 나선 뒤 현재까지 국내 대표 손해보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현대해상 2위 손보사 지위 흔들...자산은 3위 수익성은 5위까지 추락
올해 창립 70주년이라는 경사를 맞이했지만 현대해상은 최근 수년간 주요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하락하면서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
10년 전이었던 지난 2015년 기준 현대해상은 자산 32조2916억 원으로 삼성화재(62조8706억 원)에 이어 2위 손보사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3위 DB손해보험과의 격차도 약 2조7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2023년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로 현대해상은 자산이 일시 감소하면서 DB손해보험에 밀려 자산 기준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수익성 역시 최근 수년간 빅5 손보사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현대해상 당기순이익은 2033억 원으로 손보업계 3위를 기록한 뒤 꾸준히 3위권을 유지했지만 2020년 이후로는 4~5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306억 원으로 4위에 머물렀고 올해는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4509억 원을 기록하며 5위까지 내려앉았다. 어린이보험, 실손보험 등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 가입 고객이 많아지면서 실적 부담이 몰린 탓이다.
어린이보험은 출생아 수가 지속 감소하면서 신규 가입은 줄어들고 있지만 가입 가능 연령은 최대 만 35세까지 늘어나면서 보험금 청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돈 먹는 하마'로 손해가 극심한 상품군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2004년 국내 첫 어린이보험 상품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을 선보인 뒤 현재 어린이보험 시장 점유율 60% 이상 유지하는 1위 사업자다.
실손보험 부문도 현대해상이 점유율 약 17% 가량으로 업계 1위 사업자다. 하지만 지난해 표준화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이 122.6%로 국내 손보사 중 가장 높을 정도로 손해를 보는 상품이다. 최근 3년치(2022~2024년)로도 손해율은 116.7%를 기록해 경쟁사보다 10~20%포인트 가량 높았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경쟁사 대비 낮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 6월 말 기준 170%를 기록해 ▲삼성화재(274.5%) ▲메리츠화재(239.8%) ▲DB손해보험(213.3%) ▲KB손해보험(191.5%) 등 경쟁사보다는 크게 낮다.
현대해상은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기점으로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연초 신년사를 통해 밝힌 ▲보유계약 질적 향상 ▲신계약 수익성 강화 드라이브 ▲ALM/K-ICS 관리강화를 통해 자본력 개선을 위한 전사 핵심역량 집중 등의 목표를 차곡차곡 이행 중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였던 건전성 지표(K-ICS) 하락 문제는 지난해 1조8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지난 3월에도 8000억 원 규모로 추가 발행하는 등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보유계약의 질적 개선을 위한 우량 CSM 신계약 포트폴리오 확대 및 요율인상 및 효율지표 개선을 통한 CSM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신계약 CSM은 1조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었고 신계약 CSM 배수 역시 같은 기간 11.7배에서 15.7배로 상승하며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 전문경영인 체제 현대해상...오너 3세 정경선·정정이 등판에 집중
20여 년 이상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온 현대해상이 지난해부터 오너 3세가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참여하면서 승계 문제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정몽윤 회장이 1988년부터 1996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지만 지난 2004년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된 이후 20여 년 이상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이 최대주주로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만 실질적인 경영 전반은 보험업 전문성을 가진 전문경영인의 몫이다.
실제로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뒤 이철영, 서태창, 박찬종, 조용일, 이성재 대표이사 등을 거쳐 올해 초부터 내부 출신인 이석현 대표이사가 단독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만 현대해상은 지난해부터 오너 3세인 정경선 전무가 현대해상 임원으로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오너 3세 경영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정 전무는 지난 2012년 비영리기업인 '루드임팩트'를 설립해 사회혁신가를 지원하거나 공유오피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기획해 왔고 2014년에는 소셜 벤처투자 회사인 HGI를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집중해 왔다.
현대해상에는 지난 2023년 12월 최고지속가능책임자(CSO)로 입사해 ▲디지털 전략 ▲기획 관리 ▲브랜드 전략 ▲ESG를 통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디지털·AI 기반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지난해 2월 SK텔레콤과 MOU를 체결해 'AI 기술 활용 보험 비즈니스 혁신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에이닷'을 보험 서비스에 접목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정 전무가 주도한 발달지연·발달장애 아동의 치료 및 재활을 돕는 총 3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아이마음 캠페인'이 닻을 올리기도 했다. 정 전무가 전문성을 가진 '사회공헌'과 어린이보험 1위 사업자인 현대해상의 사업 영역이 연계된 프로젝트로 주목받기도 했다.
차녀인 정정이 대표 역시 지난 6월 현대해상 계열사인 현대하임자산운용 대표로 선임되면서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그는 부동산 개발 전문 스타트업 엠지알브이에 재직한 뒤 지난해 4월 현대하임자산운용 부대표로 합류했다. 이어 1년 2개월 만에 대표이사로 고속 승진했다.
다만 정 회장의 두 자녀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분승계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정경선 전무와 정정이 대표의 현대해상 지분율은 각각 0.45%와 0.38%에 불과하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금융업 자체가 보수적인 문화가 있어서 젊은 세대의 임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을 수 있으나 변화는 필요한 법"이라며 "정 전무가 보험업 경험이 부족한 것은 기존 인력들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며 새로운 시각을 통해서 역동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등 상반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