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눈물 빼는 서빙로봇 폭탄 위약금...부과기준 과도하고 약관도 비공개

잔여기간 요금 10~70% 제각각

2025-10-28     이범희 기자

#사례1=충남 아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남)씨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운용하는  ‘서빙로봇’을 3년 약정으로 이용하다 1년 만에 요금 미납으로 직권 해지됐다. 회사는 남은 요금의 60%와 철거비를 더해 약 1100만원의 위약금을 청구했다. 이 씨는 “위약금을 안내받고 놀라 밀린 요금을 모두 내고 다시 쓰겠다고 했지만 원상복구는 불가하다더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업체 측은 “원칙상 절차를 모두 밟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를 두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해결했다"고 밝혔다. 

서빙로봇 임대 시장에서 과다한 위약금이 새로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통신사와 플랫폼, 로봇 제조사 등 기업들이 서빙 로봇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위약금 기준이 과도한데다 업체별로 들쑥날쑥해 자칫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남은 약정 기간 요금의 10%부터 100%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용약관도 계약 직전까지는 알기 어려워 소비자가 유리한 업체 상품을 비교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렌탈가전에 해당하는 '장기 물품대여서비스업'의 경우 소비자 귀책으로 계약 해지시 ▲1년이 지난 경우 '잔여 기간 총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토록 하고 있다. ▲의무사용기간 1년 이하 계약이라면 '잔여월 임대료의 30%'와 '임대차기간 임대료 총합의 10%'에 해당하는 금액 중 적은 금액을 배상하면 된다. 

서빙로봇 업체들 위약금 산정 방식은 이러한 소비자 보호 기준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28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KT(AI서빙로봇) ▲비로보틱스(배민로봇S) ▲브이디로보틱스(푸두봇) ▲티오더 ▲알지티 등 서빙로봇을 운영하는 주요 5개사를 조사한 결과 위약금이 미사용기간 렌탈료의 10~70%로 컸다.

알지티는 서빙로봇 위약금이 잔여기간 요금의 70%를 부과해 가장 부담이 컸다. KT '서빙로봇'은 60%를 부과한다. KT와 비로보틱스는 서빙로봇 중도 해지 시 각각 50만 원, 60만 원의 철거비가 발생한다. 

서빙로봇은 프로모션 등을 통해 이용 혜택을 주나 위약금을 산정할 때는 대부분 업체가 '할인 전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브이디로보틱스(푸두봇)', '비로보틱스(배민로봇S)'를 제외한 KT, 티오더, 알지티 등 3개사 모두 잔여기간 요금을 기준으로 한 위약금 산정 방식을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다만 KT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업체 모두 약관을 비공개로 운영해 사전에 계약 조건을 비교하며 선택할 수도 없다. 직접 고객센터에 연락해 고객인양 문의했으나 세부적인 정보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서빙로봇 운영사들은 △판매형 △임대형 △유예형(할부형) 등 다양한 계약 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①'판매형'은 고객이 로봇을 구매해 소유하는 구조다. ②'임대형'은 로봇 이용 시 매월 임대료와 서비스 이용료를 납부하는 형태로 이용 만료시 단말기를 회수한다. ③'유예형(할부형)'은 이용 기간 단말기 금액을 할부로 내며 일부 금액을 계약 종료 시 일시불로 납부해 소유권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KT는 ▲임대형 ▲판매형 ▲유예형 ▲위탁판매형 등 네 가지 형태로 서빙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KT의 ‘AI 서빙로봇 이용약관’에 따르면 '위탁판매형'과 '임대형' 등 해지 시 위약금은 잔여기간 이용료의 60%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할인 전 서비스 이용료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이와 별도로 계약 해지 시 50만 원의 철거비가 부과된다.

배달의민족 자회사 비로보틱스가 운영하는 '배민로봇S'는 ▲유예형 ▲반납형 ▲소유형 ▲일시불형 등 네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다만 비로보틱스는 상품 공급 및 중개 역할을 담당하고 계약상 위약금 산정은 렌탈사 약관을 따르기 때문에 이용업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달의민족 측은 “유예형 해지 시 위약금은 남은 금액에서 이미 납부한 금액을 뺀 나머지 전액으로 산정될 수도 있다. 계약 시 주요 조건과 위약금 내용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고지한다”고 밝혔다.

브이디로보틱스와 티오더, 알지티는 홈페이지에서 서비스 이용약관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해도 구체적인 내용은 영업담당자를 통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브이디로보틱스 ‘푸두봇’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매장별 계약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일괄적으로 위약금이나 기준 금액을 안내하기 어렵다”며 “계약 시 영업담당자를 통해 개별적으로 약관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약금 산정 기준도 프로모션 적용 전·후 금액 중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는 계약서마다 다르다고 전했다.

티오더와 알지티 두개 업체는 서빙로봇을 렌탈 형태로만 운영한다. 위약금 산정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티오더는 잔여기간 요금의 10%를 위약금으로 부과하며 할인 적용 후 실제 납부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이 비율은 계약 기간과 무관하게 고정 10%로 적용되며 별도의 철거비는 없다.

알지티는 중도 해지 시 남은 약정 개월 수 기준으로 잔여 이용료의 70%를 위약금으로 부과한다.

푸드봇, 티오더 등 주요 서빙로봇 운영사에 공식 입장을 묻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거나 답하지 않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서빙로봇 임대 업체가 약관을 비공개해 계약 전 비교가 불가능한 상황은 소비자에게 명백히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공개해야 음식점 사업자가 불리한 조항 수정을 요구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다”며 “서빙로봇 도입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표준약관 제정과 관리·감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