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장 '보험금청구권 신탁' 눈독...삼성·교보·한화생명 등 빅3 모두 뛰어들어
2025-10-16 서현진 기자
생보사들은 사망보험금 신탁시장이 이제 정착되고 있는 단계이고 기존 신탁 대상이었던 부동산이나 현금과 달리 사망보험금을 통해 유연하게 신탁을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먹거리로 보고 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보험계약에 있어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발생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계약을 통해 관리·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입한 보험 계약이 ▲주계약의 사망보험금이 3000만 원 이상 ▲계약자,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 ▲수익자는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보험계약 대출이 없을 경우 신탁이 가능하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이 처음 선보인 뒤 교보생명, 삼성생명, 흥국생명, KB라이프생명 등 총 5개사가 상품을 내놓았다. 올 들어서는 한화생명과 ABL생명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한화생명은 지난 달 생전 지정한 방식에 따라 가족의 필요와 상황에 맞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내놓았다. 이 신탁은 한화생명 산하 상속연구소의 컨설팅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고객은 ▲자녀 학자금 ▲상속세 재원 ▲장기 생활비 등 세대별에 맞게 자금 설계가 가능하다.
ABL생명 또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에 합류했다. ABL생명은 지난 1일 사망보험금과 함께 납입 보험료도 함게 환급해주는 '(무)우리가족THE해주는상속종신보험(해약환급금 미지급형)'을 출시했다.
교보생명 또한 초고령사회에 맞춰 두 번째 신탁을 내놓았다. 지난달 선보인 평생안심신탁은 평소엔 가입자가 일반 금융계좌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나 중증치매나 중증질환 등의 의료적 진단을 받을 시 사전에 지정된 후견인이 대신 신탁 계좌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중은행과 업무협약을 통해 보험금 신탁 시장에 들어선 보험사도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지난 달 보험금청구권시탁의 활성화 및 서비스 확대를 위해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연달아 참전한 것은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 등 법적 제도 정비가 주 요인이다.
기존 신탁에 대상이 되는 자산은 부동산이나 현금 등이었는데 지난해부터 보험금청구권이 새롭게 신탁 대상으로 도입됐다. 사망보험금이란 유가족이나 지정자 대상으로만 지급되며 일시지급만 가능했으나 사망보험금 또한 신탁 대상이 되며 사망보험금의 분할지급이 가능해지는 등 유연한 적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교보생명의 경우 8월 말 기준 계약건수는 620여 건, 계약금액은 860억 원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청구권 신탁은 가입한 사람의 사망보험금을 관리해 주겠다는 의미로 보험사가 수수료를 받는 형태인데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는 신탁에 대한 개념도 별로 없고 보험금을 통해 신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할 것"이라며 "다만 청구권 신탁 시장이 초기 정착이 잘되고 긍정적인 사례들이 전파된다면 니즈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생보사들은 신탁 시장이 이제 막 정착을 시작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지는 않지만 나중에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신탁 수수료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대형 생보사 관계자도 "자산 증여와 같은 신탁 시장은 원래 은행권의 업력이 오래되고 규모도 크다 보니 경험이 많겠지만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보험사들이 더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보험사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